코스 : 운부암 입구(10:00) - 이름모를 암자 - 운부계곡 건너 - 태실봉 능선(10:30) - 백흥암(10:50) - 기기암 능선(11:30) - 기기암(12:00) - 629.2봉(12:35) - 묘봉암(13:12) - 점심 - 중암암(14:22) - 운부계곡 건너 - 운부암(15:30)
경로는 굵고 붉은 색 (갈대님의 원본에 일부 그려 넣음)
암자 등지고 산길 들어서면 문득 세상의 바깥, 닫힌 원환圓環 위로만 열리는 길. 닫혔으되 닫히지 않은 길은 피안으로 무한하다. 끝없이 이어질 듯한 낙엽 오솔길 따라가면 그 끝에 절 한 채 걸리고, 그 절 너머 또다시 길은 열리고...
그렇게 이어지는 다섯 채의 절집과 그 사이 네 개의 길, 길의 몽유.
암자순례가 아니라 암자길 산행이다. 절집 살피며 역사와 시절의 정취를 느껴보려는 게 아니라, 암자와 암자를 잇는 길 찾아 걷는다.
당초엔 은해사 쪽에서 미답 능선 하나 잡아 올라 암자들 두루 둘러보고 내려올까 했으나, 그럴 경우 암자와 암자를 잇는 원환 코스가 되지 않는다. 코스 길어져 넉넉한 산행이 가능하지만, 다섯 암자길을 고스란히 이어보려는 뜻에는 미흡했다. 그래서 코스 짧아지는 불리함 감수하고 다섯 암자만을 잇되, 유일한 미답지 운부암을 기점으로 삼았다.
운부암 주차장에서 백흥암 향해 걸음 옮긴다. 포장길 좀 걸어야 하지 않을까 했는데 길은 쉽게 열린다. 이름 모를 암자 가는 오솔길이다. 방문객 완곡히 거절하는 숨은 절집, 길 없는 묵밭 가로지르며 울타리 따라 잠시 우회하니 금새 운부계곡 길 만난다. 태실봉 능선 안부로 향하지 않고 곧장 오르는 능선길 따른다.
인기척이 거슬렸던가, 건너 비탈에서 목청 큰 멧돼지 한 놈 한참동안 으르렁댄다. 매번 느끼지만 멧돼지 울음소리는 특이하다. 돼지처럼 꿀꿀대는 것도 개처럼 짖는 것도 아닌, 꽤 위협적으로 으르렁대는 소리다.
태실봉릉에서 백흥암 구간은 왕래 잦은 길이다. 쉬 간다.
비구니 암자 백흥암, 지나치며 일별하고 기기암 가는 길찾아 삼거리 아래로 향한다. 들머리 보이지 않는다. 만만한 곳으로 적당히 접어들어 능선에 붙는다. 선답흔적 있지만 뚜렷한 암자길이 아니다. 지도 자세히 보니 길이 좀 이상하게 그려져 있다. 너른 계곡 가로질러 서쪽 능선으로 붙는다. 과연 뚜렷한 길 나타난다. 백흥암에서 기기암 가는 길 들머리는 삼거리에서 오른쪽(중앙암쪽)으로 조금 가다가 있는 셈이다.
쏟아지는 오전햇살 받으며 능선길 오른다. 깊게 패인 흔적이 말하듯 한때 왕래 잦았던 길이다. 기기암 능선에 올라 우왕좌왕 한참 기웃거린다. 백흥암이 굽어보이는 포인트 찾기 위함이다. 그러나 없다.
아쉬움 안고 기기암 내려선다. 특이한 이름의 뜻이 궁금했던 암자다. 찾아보니, 신기사바 심기극락 身寄娑婆 心寄極樂, '몸 비록 사바세계에 있으나 마음은 극락'이란 뜻을 담았다 한다. 아마 최고의 수도처란 듯일 터. 절묘하다. 겹쳐쓰는 똑같은 두 글자의 함축이 저리 다르다니! 누가 지었는지 모르나 실로 고수다운 작명이다.
극락에 머무는 마음들의 자리, 기기암 등지고 우린 걷는다. 나아가면 열리는 길, 돌아보면 절은 사라지고 길 또한 낙엽숲 속으로 닫힌다.
나무다리 건너 샘터에서 물을 뜬다. 올 첨 준비한 겨울 메뉴, 떡국을 끓여야 하기 때문이다. 629.2봉 전망바위에서 잠시 조망 살핀 후 묘봉암 향해 부지런히 간다. 운부계곡과 기기암 계곡에서도 느꼈지만 불과 사흘만에 묘봉암길 숲의 물색이 싹 가버렸다. 꼴난 비 몇 방울 내리더니 바람불고 추워진 탓이다.
묘봉암 진도는 또 짖는다. 그래도 퍽 영리한 놈인지 맺고 끊음이 분명하다. 제 영역 경계만 끝나면 확실하게 입다물고 오불관언이다.
전망바위 옆에서 바람 피해 점심 먹고 중암암 향한다. 바위 틈에 앉은, 일명 돌구멍절. 암자 에워싼 숲에 떨어지는 햇살이 눈부시다. 능선 바위에서 전망 살피며 잠시 머물다가 운부암행. 방향 잡아 내려서니 장군수에서 막다른 길, 되돌아간다. 그러니까 도중에 난 오른쪽 갈림길이다.
중암암 능선에서 운부곡 내려서는 짧은 구간이 오늘 코스 중 비교적 조심스럽다. 살짝 젖은 낙엽들 두텁게 덮여 있는 좀 가파른 길이다. 그러나 잠시 내려서면 운부계곡 너르디 너른 낙엽세상 펼쳐진다. 겨울로 가는 둥근 언덕 사이 너른 길을 산책하듯 걷다가 물소리 날로 청량해지는 계곡 건넌다. 표정 맑은 아저씨들 세 분, 몇 마디 말 나누고 돌아선다. 잠시 오르막이지만 금새 너른 낙엽숲, 운부암 다다를 때까지 호젓하고 운치있는 길이다.
다섯 암자길 한바퀴 돌아 다시 다다른 운부암. 이미 아침의 그 절집 아니다.
조금 미진한 듯한 산행이지만 워낙 호젓하고 그윽한 코스다. 계절과 출발지, 진행방향 달리해 가며 한두번 더 돌아보고 싶다.
운부암
시작이 좋다. 넘 쾌적한 오솔길이다.
저 너머는 너른 운부곡 묵밭이다. 저번에 입구까지 들렀던 농장(?)과 이름모를 암자가 있다.
출입금지 팻말 붙은 암자는 입구에서 우회한다.
우회해서 돌아본 이름모를 암자. 혹 운부암의 부속시설일까?
다시 운부계곡
태실봉릉 안부에서 백흥암 뒤로 바로 내려가는 고갯길은 막아놓았기 때문에 좀 더 서쪽에서 나뉘는 사면길을 이용해야 한다.
그래서 고개로 가는 길 대신, 물 건너는 지점 정면의 지능선길을 택했다. 그렇게 태실봉 능선에 올라서서 동쪽으로 조금만 가면 백흥암 0.8k 갈림길.
백흥암 가며.
예습하시나 복습하시나, 지도 공부 열심이시네그려~
잠시 길 벗어나 내려가본 백흥암 계곡
백흥암 내려서며
백흥암
기기암 가는 길에
기기암 능선에 닿기 전에 돌아보다
기기암
코끼리바위 보이고
당겨보니... 묘봉암과 중암암도 빼꼼
백흥암 굽어보이는 곳 찾으려 한참 우왕좌왕 했으나 넘 우거져 찾지 못했다. 위치상 운부암도 보일만한 곳이었건만...
기기암 내려서는 길
기기암 입구
기기암.
오른쪽 위 희끗한 바위가 조금 전에 굽어보던 곳
은해능선으로 이어지는 멋진 길
629봉 조망바위에서 운부능선 너머로 보는 화산릉
기기암.
멀리 보이는 건 보현산과 기룡산일 듯
올라온 계곡과 은해능선 너머... 명마산릉과 무학산릉
큰 저수지 있어 당겨본다. 나중에 이름 찾아보니 와촌 소월지
다시 솔숲 좋은 능선을 걸어..
묘봉마당에서 보는 모습
전망바위에서 보는 중암암, 물색 많이 갔네~
백흥암쪽, 당겨보다
다시, 운부능선 너머 화산릉. 미답이라 자꾸 눈길 가는 듯.
돌아보는 묘봉암
중암암 가며
중암암 오르며 돌아보다
중암암에서
삼인바우
다시, 백흥암쪽 골짜기
저 이무기 바우는 여전하구만^^
중암암 능선에서 운부계곡 내려서는 비탈이 좀 가파른 편
잠시 내려서면 널럴한 낙엽길
오후의 운부암으로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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