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햇살 들면 문득 꽃멍석이다
나무는 죽어 자빠지고, 그렇게 또 한 골 넓어져가고...
뿌리박아 머무는 것들과 쉼없이 가는 것들 사이에 타협의 여지는 없다.
길과 골을 오르락 내리락.
길에서 보면 골이 예뻐 보이고, 골에서 보면 길이 예뻐 보이고.... 아마 수십번 그랬을까?
돌아보는 비단길
다시 골 기웃..
다시 길로 올라와서리..
햇살 고마워 돌아보다
다시 골로..
그냥 골 옆을 따라가다가...
결국 길로 올라서고
암반 보고 다시 내려서다
전혀 안 그럴 거 같았는데 의외로 조금 미끄러웠다.
배낭 내린 김에 잠시 쉬어간다. 웅크리고 이런 짓 해 가며..
다시 올라선 길이지만..
또다시 골로...
내려가 보고 싶었던 곳이나 그만 지쳐 길에서 그냥 당겨보다.
길이 물을 건너면 좌우로 나뉜다. 태실봉 능선 오름길과 운부암 도로 쪽으로 내려서는 길.
물 건너기 전에도 묵은 길 있어 그리 더 가 볼까... 잠시 망설이지만 아무래도 도로 걸을 노릇이 부담스럽다. 능선 향해 오른다.
늦은 오후 햇살 물드는 숲길을 걷는다.
돌아보면 가을의 막바지 빛깔...
낡아 교체된 석물들
인종은 재위 1년을 채우지 못하고 단명했다. 이복 아우 명종의 친모 문정왕후에 의한 독살설까지 있는 왕이다.
태실 조금 위쪽, 현감 인천 채아무개의 거창한 무덤 있다. 한 기뿐만이 아니다.
결론적으로 괘씸하고 무례하다. 현감이 어느 시대 벼슬이던가, 그가 섬긴 조선 아니던가?
충효를 중히 여긴 유교 왕국 조선의 벼슬아치였음을 자랑스레 빗돌에 새길 정도라면, 비록 태무덤이라 해도 그 위를 짓누르듯 묘를 쓰는 건 그 왕에 대한 불경이며 불충이다. 일제의 신하였거나 해방 이후 한국인이라면 모르되 조선왕조의 신하는 그래선 안 된다. 그것은 현감이라는 자기정체성의 부정이며 그가 벼슬하고 섬긴 왕조에 대한 능멸이다. 그래서 의심해 본다.
그 채 아무개, 혹시 왕조를 배반하고 친일로 종생한 자가 아니었을까? 배반한 왕조에 대한 업신여김이 저런 부끄럼 없는 짓으로 표현된 건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그 왕조에서 현감노릇 했다는 것조차 빗돌에서 싹 지울 일이다.
산행 막바지에 만난 한 무덤의 철면피함에 조선왕조에서 유난히 존재감 없는 비운의 왕 인종 이미지가 겹쳐지며 오랜 잔상으로 떠돈다.
나중에 덧붙임: 그러나 저 상상은 완전한 오해였다(댓글 참고). 채아무개 현감공은 인종보다 100여년 선대인이었다. 그러니 윗자리 묘소가 이상할 것도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왕의 태실을 아랫자락에 거느리며 한결 돋보이는 묏자리가 되는 셈이다.
드디어 저수지 보인다.
씻으러 잠시 내려선 계곡이 꽤 멋스럽다
은해사 나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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