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 : 은해사 주차장(09:35) - 신일 저수지(10:10) - 운부암 능선 - 전망바위(11:10) - 주능선(12:40) - 헬기장(점심) - 897.6봉(은해봉 13:30) 다녀옴 - 운부 계곡 진입 - 중암암 갈림길(14:55) - 태실봉(15:55) - 인종 태실 - 신일지(16:20) - 은해사 주차장(17:10)
경로는 굵고 붉은 색(원본 출처 : 갈대님의 블로그)
공산릉 북동쪽 너머 자락들, 저무는 가을빛이 곱다.
구름 제법 무겁고 시야 흐린 날씨라 조망없는 비단길 능선과 계곡 산행으론 제격이다.
신일지 둑방에서 수행로 따라 접어든 운부암 능선, 우거진 솔숲 저만치 아래 노랗게 물든 활엽숲이 짙푸른 상록을 떠받치고 있다. 곱다.
길은 호젓하고 낙엽 수북이 덮여 부드럽다. 봉우리 나타나면 적당히 우회하며 큰 기복없이 슬슬 오른다. 허나 더운 철엔 눈 시원한 조망 아쉬워 조금은 지겨울 법한 길, 잠시 등로 벗어나 올라본 바위에 서니 바람 세차다. 하늘 흐리고 굽어본 산빛 덩달아 흐려진다.
주릉 가까워지니 잡아먹을듯 바람 사납다. 헬기장에서 본 하늘은 구름마저 회오리치고 있다. 산에서 첨 만난 이들, 바람에 시달린 안색이 시퍼렇다.
바람에 밀려가면서 897.6봉 잠시 올랐다 되내려온다. 주릉 조망봉 하나는 찍고 싶은 치기 탓일 게다. 등로 있는 안부까지 가지 않고 계곡으로 내려선다. 낙엽이 발목까지 빠지며 감겨드는 푹신한 감촉이 좋다.
등로는 계곡 왼쪽으로 줄곧 이어지고 리본 더러 보이지만 무시한다. 물길만 바짝 따라 내려간다. 분지라 해도 좋을만치 경사 완만하고 너른 계곡, 별로 다녀본 곳 없는 팔공산 자락이지만 여태 본 중 가장 인상적이다.걷는 내내 싱싱한 낙엽 수북하니 꽃길이 따로 없다. 기대 이상 특급 산책로다.
당초엔 암자 들렀다가 계곡으로 올라 능선으로 내려서려 했었다. 그러나 수능 앞둔 때문인지 검은색 중형세단들 쉼없이 달려가는 포장길이 싫었다. 능선에 들어서도 암자들 거쳐가는 코스 잠시 고려했지만, 산마루까지 울려퍼지는 염불소리가 거슬렸다.
이 계절의 적막 산길 걷노라면 산이 곧 절이요, 길이 곧 경전이다. 여기가 이미 피안인데 따로이 염할 부처와 극락이 어디 있겠는가. 산중 암자의 염불은 너무 소란스럽지 않을 일이다. 그러고 보니, 큰 절 은해사도 저으기 소란스러웠다. 절집 안팎 곳곳 공사판이었다. 계절은 저무는데, 짓고 또 짓는 삽질의 욕망만은 더없이 왕성했다.
운부암쪽 계곡 합수점 가까워지자 포장 암자길 무서워 태실봉 줄기로 올라선다. 계곡에선 아주 사그라든 듯하던 오후 햇살이 다시 능선에 걸린다. 등짝과 옆구리로 노란 빛살 쏟아져 들며 식었던 몸 더워진다. 멈칫멈칫 돌아보며 가는데, 그 풍경, 언제 어디 바람 차더냐는 듯 따사롭다.
저수지 앞으로 내려서 골 찾아든다. 손발 씻고 개운하니 어슬렁 하산길, 또 가다 서다 돌아본다.
두고 온 산 너머 높아지는 하늘에 구름이 곱다.
매표소 일주문 지나 은해사 드는 길
신정 저수지 앞에서 어디로 가야할지 망설이며 잠시 머뭇거린다.
결국 암자 포기하고 못둑길 따라 운부 능선으로 접어든다.
못둑 끝에서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길. 팻말엔 수행로라 적혀 있는데 그럴듯한 이름이다.
이 길따라 능선 오르면 네거리. 좌우로 능선길, 직진은 애련리다.
능선에서 보는 좌우 비탈.
물론 지금은 어느 산자락이나 저런 모습일 게다.
길은 대충 이런 모습
도중에 특이한 무덤 보인다.
뗏장 자라지 못하는 곳, 흙 유실 방지책으론 기발하나 산소가 아늑한 맛 없이 좀 그로테스크하다.
돌을 가득 물고 있는 커다란 입... 넘 힘들어 보인다고 느끼는 건, 나 뿐일까.
바람 찬 조망바위에서 보는 은해 능선과 기기암능선 중암암 능선
진행방향과 멀리 공산 주릉
굽어본 신원리쪽, 거조암 있는 마을이다.
운부암 가는 길.
여기 오는 동안엔 운부, 중암, 묘봉, 기기암 잇는 길도 고려했으나 염불소리가 능선까지 들려오길래
욕심 접어버렸다. 새소리 바람소리 독경하는 청정산중에선 확성기로 울리는 염불도 소음일 따름이다.
쉬어가기 좋은 바위. 그러나 오늘은 바람이 차다.
솔숲길 내쳐 걷는다. 햇살이나 좀 더 자주 비쳐주면 좋으련만...
영화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에 나오는 우울증 걸린 로봇같이 생긴 바위.
위 지도엔 오뚜기바위로 표기.
급할 거 없으니 근육질 나무들과 좀 놀다가...
조그만 독바위 돌아보고....
신원재.
청통 신원리와 운부골을 연결하는 고개다. 지금은 낙엽 수북하지만 예전엔 교통 빈번했던 듯 움푹 패인 길 아주 뚜렷하다.
주릉 가까워지며 능선은 날을 조금 세우며 가팔라진다.
살짝 조망 트이는 곳에서 건너본 비탈 산빛
주릉 직전 조망바위에서 본 코끼리바위.
주릉쪽은 살풍경한 계절이다
897.6봉과 은해 능선 역시 겨울이다
지나온 운부능선 돌아보다. 멀리 높은 봉이 560봉
주릉에서
헬기장에서 보는 하늘의 회오리 구름
897.6봉 오르며 돌아보다. 뾰족한 동봉이 흐린 구름 속에...
저걸 인봉이라 그러던가?
바람 하도 사나워 철난간에 매달려 찍은 사진. 날씨 탓에 골프장에도 사람 보이지 않는다.
갓바위로 이어지는 능선
897.6봉에서 보는 은해 능선
다시, 갓바우와 환성산쪽
897.6봉 돌아내려와, 계곡길 뚜렷한 들머리 있는 안부까지 가지 않고 적당히 골로 내려선다. 낙엽 덮인 사면이 탐스럽기도 하고 더 바람맞기도 싫고.
운부계곡 최상류 모습. 발목까지 빠지는 낙엽인데 어제 비 온 탓에 질척한 비탈도 있다.
물 비친다.
자연스런 맛이 좋아 그냥 따라 내려간다.
길은 이런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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