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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여행/대간

대간릉 늦은맥이에서 고치령까지 101221

by 숲길로 2010. 12. 22.

코스 : 단산면 좌석리 연화2교 좀 지나서(09:00) -  고치령(09:55) - 마당치(11:10) - 늦은맥이(14:20) - 벌바위골 - 새밭 주차장((16:00)

 

 

어중간한 시절, 요즘 산악회들 갈 만한 데가 참 없구나 싶다.

어영부영 또 한 코스 따라 묻었다. 얼결에 대간 종주하는 거나 아닌지....

 

소백과 태백 사이 양백지간이란 별명의 고치령부터 신선봉 아래 늦은맥이까지, 변변한 이름 가진 봉우리 하나 없지만 명색 소백 끝자락이라 산세 만만치 않고 숲길 또한 일품이다. 잎진 계절 숲 사이로 보는 전후좌우 원경 또한 제법이라 년중 이 코스 걷기에 가장 좋은 때가 아닐까 자문해 보기도 한다.

다만 전 구간 워낙 우거진 육산릉이라 거리낌 없이 조망 트이는 곳 하나 없으니, 감질나게 고만고만 오르내리기만 하는 몸이 한결 무겁다. 가뜩이나 봄날같은 날씨에 쉬 지치기도 하며...

 

 산행 채비 마치고 돌아본 하늘.

 오는 길 안동 휴게소에서 하늘빛 흐려 은근 걱정이었는데 뜻밖이다.

 

고치령길 옆 계곡 모습

 

쉬야~ 한 판 하고 나니 맨 꼴찌다.

어영부영 오르는 고갯길, 말끔한 포장이라 승합차까지도 가뿐하게 고개 넘나들겠는데, 도중에 영단로란 표지가 보인다. 영주와 단양을 잇는단 뜻이겠지만, 고치령길이란 옛이름 두고 굳이 다른 이름 필요할까?

 

나중 덧붙임: 영단로가 영주와 단양을 잇는단 게 아니고 단양 영춘과 영주 단산을 잇는단 뜻이겠다. 영춘과 부석을 잇는 마구령이 영부로라 되어 있으니 그래야 일관성이 있겠다.  

 

고치령 산령각. 전형적인 산신령 포즈시다.

단종에 대한 전설 얽힌 곳. 폭력의 방식으로 공식 역사를 써 나가는 주류권력을 못마땅히 여긴 민초들은 비운의 그 왕을 신으로 거두어 품었다. 현세권력이 능욕할 수 없는 지평 너머로 드높여 버렸다.

무속에서 고등 종교까지, 신앙 형태를 가진 모든 믿음과 행위는 곧잘 그러한 방식으로 굴욕의 현실을 구원하고 억압권력에 복수하곤 한다.

 

올 겨울 무사산행 빌며 두번 고개 조아리고 돌아선다. 

 

고치령에서 올라서면 숲 사이로 먼 산릉들이 매우 아름답다. 특히 영월쪽이 인상적이다.

허나 사진 찍을 만한 포인트가 없다. 

 

지도상 조망 포인트라는  첫 봉우리, 산소 바로 건너 묵은 헬기장인데 나무가 웃자라 답답하다. 이런 코스 다닐 때는 체인톱이라도 메고 다녀야 하는거 아닌가 몰라... ㅋㅋ

오늘 코스 봉우리들 정상부는 대개 우회한다. 혹시나 하며 몇 군데 들러 보았으나 조망 트이는 곳은 한 군데도 없다.  

 

조망 없는 대신 줄곧 눈길 끄는 건 수형 아름다운 고목 참나무들.

오랜 생명들만이 가지는 신비로운 힘마저 느껴지던...

  

남쪽

 

혹시나 올랐으나 역시나인 1032봉(형제봉릉 분기봉) 내려서며

 

숲 사이 건너본 상월(좌)과 신선봉릉

 

감질나는 조망 탓에 썩 단조롭고 지치는 길, 불꽃같은 참나무들 보는 맛으로 버텨며...

  

길 벗어나 오른 바위에서 가지 사이 돌아보는 북동쪽. 당겨본다. 

 옥돌인가 선달인가...?

 

상월봉쪽. 역시 당겨본다.

 

엄청난 대가족 거느린 나무님.

저 맹목의 생명력, 징그럽다 할지 경이롭다 할지...

 

 타작마당처럼 너르고 평평한 마당치.

 

마당치 지나 길 벗어난 바위에서 돌아본 지나온 능선과 형제봉릉.

이 포인트가 오늘 중 유일하게 일방이나마 시야 활짝 트이는 곳.

 

북으로 대간 능선. 어래에서 선달 옥돌 혹은 그 너머쯤일 듯.

 

또 나무...

나무들...

 나뭇가지 사이로 당겨본 단양 혹은 영월쪽.

 생김은 영락없는 태화산인데 덩치가 넘 작은 듯.

 

저 나무들, 눈꽃 피어 있다면 정말 볼만할 텐데...

예보상 오늘 새벽 소백산 일대는 구름이라기에 혹시나 눈꽃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웬걸, 바람 없는 능선은 거의 봄날. 

    

참나무 무리 중 단연 빛깔 이채롭던 자작나무

 

상월봉이 머지 않은데...

 

식후에 꾸준한 오름길, 지난 주 칼바람 맞으며 걷기보다 더욱 몸 무겁다.

 

늦은맥이 내려서며 보는 영주쪽

상월과 국망봉

단양 쪽. 당겨본다.

맨 뒤로는 금수산인 듯

 

 벌바위골 하산길에서

 

  

겨울물 소리 맑다. 바위 비집고 얼음 사잇길 열며 가지만 낭자했던 전날의 흔적, 씻지 못하고 물끄러미 비켜간다. 

 

 

 

밀고 온 동짓달 짧은 해, 더불어 서쪽으로 떠나는 것들 허공에 걸린다. 

맑고 시린 물, 젖었던 머리 씻고 지친 발 담근다. 뼈 속으로 차올라 안으로 아득해지면 비로소 덥지도 춥지도 않은 겨울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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