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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여행/대간

대간릉 고치령에서 늦은목이까지 101228

by 숲길로 2010. 12. 29.

코스 : 좌석리 연화교 지나(09:30) - 고치령(10:30) - 1096봉(13:30) - 마구령(14:10) - 갈곶산 - 늦은목이(16:35) - 오전리 생달마을(17:30)

 

 

어제 남덕유, 조망 없었음인지 미진한 기분.  아침까지 눈 오고 갠다기에 또 산으로 달려간다. 짱 또한 은근 마루금 잇는 재미를 붙여가는 듯하다.

이틀 연속 들이대기엔 몸 많이 무겁다. 짱 왈, 칠랑팔랑 청춘인양 댕기더만 나이는 어쩔 수 없나부네?

게다가 다른 계절엔 꽤 지루할 성 싶은 코스라 더욱 걸음 무거웠을 터. 한두군데 조망 트이지만 내내 울창 숲길인데다 멋스런 나무들도 별로 띄지 않는다.

허나 워낙 변화무쌍 변덕만땅의 날씨 덕분에 오래 기억될 4계의 산행을 누린다. 눈 내린 후 포근하니 개이나 싶었는데 바람불고 다시 눈보라, 이번엔 진짜 갤까... 햇살 잠깐 비치려다가 문득 한밤중으로 돌변, 또다시 소낙눈 퍼붓는다. 수평으로 휘날리는 눈발이 모래가루처럼 볼따구니 후려치니 시리면서 열불난다. 축축 후끈 얼얼하다. 여태 산행하며 맞아본 중 가장 사나운 소낙눈이었다.

무건 몸 끌며 간 곤혹과 흥미진진 하루....

 

고치령 오르는 길.

일주일 전 걸었던 길이지만 눈 있으니 사뭇 다른 느낌이다. 바람없이 포근하니 여유롭기도 하다.

  

연화2교에서 굽어보다

 

고치령길, 일찌감치 제설차량 밀고 간듯 비교적 깨끗하다. 이 계절 교통량 거의 없단 점을 감안하면 대단한 순발력이다. 2.5cm 적설에도 쩔쩔매며 대로조차 제설 못하는 고담시티 대구와 비교된다.

 

구름 사이 해도 나올려 하고... 조짐이 좋다.

 

다시 산신각에서

 

조망없는 능선길, 고목들도 별로 보이지 않는다. 우거진 사면 함 담아본다.

 

구름 낮게 고인 산아래 동네. 조망 트인 곳이라면 제법 볼만할 텐데...

 

진행 방향. 아마 오늘의 최고봉 1096봉일 듯...

 

봉황산 방향. 저 산 아래 어디쯤 부석사일 듯.

 

나무들 웃자라 조망없는 1096봉 헬기장에서

 

개중 눈길 끌던...

 

부석면 쪽 굽어보다

 

어래산릉 자락 쪽

 

당겨본 어래산 서쪽 능선

 

조망 감질나는 능선이다.

건너보는 산빛이 고와 별 짓 다 한다.

 

갑갑능선 심심할까 봐서리 나무 하나 자빠져 장난질.

 

마구령.

도로표지엔 영부로라 적혀 있다. 영춘과 부석을 잇는 길.

그렇다면 고치령길 영단로도 영주 단양이 아니라 영춘 단산을 잇는 길이란 뜻이겠다.

 

마구령 유래글

 

영주와 단양을 잇는 주요 고개는 셋이라 한다. 죽령 고치령 마구령. 퇴색했을망정 저마다 특색 느껴진다.

죽령이 한양 직통하는 간선도로 기능이 강하다면, 고치령은 단종 복위 운동과 관련한 피어린 역사의 그림자 짙다. 고치령 산신각은 진혼의 장소였다. 마구령은 저 유래글에서 보듯 장사꾼들 주로 드나들었겠다. 고개 전후 아랫자락엔 질펀한 주막들 자리잡아 정겹고 투박한 이름과 함께 나름의 문화를 일구었을 테고. 

말끔히 포장된 고치령과 마구령, 이제 그 길들이 만들었던 문화는 사라졌다. 이름과 흔적만 남았다.

어느 연두의 봄날이나 단풍 시절, 사라진 것들 상상하며 저 길고 텅 빈 구비들 따라 느리게 차몰아 오르내려 보는 것도 좋을 성 싶다.

 

오늘 코스 중 유일하게 조망 트이는 894봉 공터에서 보는 진행 방향 1057봉.

 

조망이 트인다 하나 아주 시원한 건 아니다. 썩 높지 않은 봉우리인데다 어래산릉 방향은 나무들이 가린다.

 

눈발 날린다. 이 때까지만도 똑딱이를 메고 있었다.

  

눈보라...

 

눈발 그치더니 햇살 비칠랑 말랑...

 

한동안 조이 간다.

 

1057봉과 갈곶산 사이 어디메쯤이었을까? 하늘 캄캄해지며 눈구름 무겁다. 심상치 않다. 곧 모래 쓸리는 소리와 함께 소낙눈 엄습한다. 너무 어두워 사진 찍기도 어려우니 똑딱이 집어 넣고 배낭 커버 씌운다. 이런 소낙눈은 낙하속도 느린 함박눈과 달리 금새 수북 쌓인다. 

방수 오버재킷도 꺼내 입어야 했지만 기온 그다지 낮지 않아 얇은 바람막이로 벼텨본다. 금새 젖는다. 수평으로 날아오는 눈의 입자들, 볼따구와 귀 코를 때리며 녹으니 시리고 얼얼하다. 

능선거리만 14km, 오르내리는 고갯길 7-8km 더하면 짧지 않은 거리인데 어제 산행 여독까지 겹쳤으니 갈곶산 오를 즈음 몸은 천근만근이다. 늦은목이 내려서는 동안 눈은 그친다. 

 

바람 피한 사면에서 숨 고르며 돌아본다. 잠시의 눈보라가 빚어낸 황홀한 설국 한가운데 섰다.  

수묵 농담만으로 그려내는 겨울산 설경은 다채롭다. 

눈과 바람과 빛의 조합의 수는 무진장이다. 서로 다른 숲 서로 다른 나무들 저마다의 형태에 따라, 눈발 달라붙은 양이나 방향에 따라 풍경의 디테일은 천차만별이다. 설경 아니라면 무심히 지나쳤을 잡목숲이 지금은 여느 고목숲 못지 않게 눈길을 끈다.

 

 

늦은목이 내려서며

 

 

 

낙엽송 숲. 어두워서 사진빛깔이 이상하다. 불그죽죽? 푸르딩딩?

 

큰길 접어들어

 

영산홍일 텐데 새삼 흰 겨울꽃 피웠다.

 

 

멀리 보이는 고개는 옥돌봉과 문수산 잇는 주실령이라는데, 예전에 각화산 다녀오며 함 지났던 길 아닌지....  

 

눈내린 직후 싱싱한 풍경은 별 것 아닌 것들마저 낯설고 별스럽게 하며 자꾸 돌아보게 하고....

 

뒤로는 선달에서 옥돌로 이어지는 능선일 듯...

 

돌아보는 선달산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