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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여행/경상권

산청 둔철산 100308

by 숲길로 2010. 3. 9.

코스 : 아래 지도 기점(10:30) - 정취암(11:00) - 와석총(12:10) - 헬기장(점심) - 정상(13:40) - 홍화원 휴게소(15:45)  

 

 

봄과 겨울 사이, 차고 메마르고 날카롭던 것들이 눅어졌다. 느리고 무겁다. 한 철 갇혀있던 것들 활짝 날아오르지 못하고 지표면을 따라 떠돌며 휘감겨든다. 흐르는 바람에서도 젖은 내 난다. 안개의 물먼지에 사로잡힌 냄새, 달아나고 싶은 것들의 초초와 투덜거림 배어 있는 냄새, 냄새의 먼지들.

먼 산 사라지니 산병이 도진다. 비 내리고 안개 가득한 커다란 방 하나 밀고 간다.

오는 계절은 낯선 세계에 속해야 한다. 그러나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시절이 무한정 늘어진다. 경이가 없으니 세상이 낡았다 해야 할까. 아니, 내가 세상보다 더 낡았다 해야 할까... 그러므로 내 산행은 이제 풍경을 지우는 여정이 되려 한다. 펼쳐지는 저 모든 길들, 헛것을 짓는 힘으로나마 일으켜 세워야 하리니


며칠째 비 내리다가... 앞산 마루 희끗하여 설마 했는데,

둔철산 3월의 꽃길, 꽃이 앞세운 눈의 푸른 길.

침묵을 베며 간다. 사악 사악 눈지는 소리 꽃지는 소리. 첫눈마냥 맑고 싱그럽다. 겨울의 잔설들 다 녹여낸지도 오래니 질척임조차 없다. 끝에서 되돌아오는 맨처음.

멀리서 돌아본다. 등 뒤로 엷은 눈보라 따라온다. 길이 지어낸 풍문을 안개숲이 다시 삼킨다.

 

3년전(070301 기록 참고)과 비슷한 계절이었지만 느낌이 많이 다르다. 눈꽃과 날씨 때문일 게다.

그 후, 심거 기점으로 원점코스 함 돌아봐야지 맘먹었는데 잊고 있다가 모처럼 개인 날씨 아까워 산악회 동행. 눈덮인 지리 상봉을 보지 못해 아쉬웠지만 기대 않았던 눈꽃 덕에 특별한 산행이 되었다. 

 

정취암 뒷쪽 조망바위에서.

오른쪽 산자락을 감돌아가는 도로가 보인다. 위 지도에 임도로 표시된, 산행 코스 시종점을 잇는 길인데 포장이 거의 다 되었다. 정취암 바로 아래까지 큰 차량 진입이 가능해졌다.

 

산불초소에서 건너보는 정수산과 황매산 능선 

 

어저께 친 눈발인 듯한데 날씨 차고 흐려 아직 녹지 않았다. 3월의 눈꽃산행이라니 ㅎㅎㅎ

 

와석총 봉우리를 건너보다

 

꽃길... 

산행은 또한 숲으로의 여행. 나무와 사람, 모두 숲여행자들이다.  

 

 

 

다시 정수와 황매능선

 

3월의 눈꽃은 유난히 강렬한 느낌인데, 아마도 몸과 마음이 저만치 봄으로 기울어진 때문일 터.

 

 

 

 

 

 

 

 

해가 날듯 말듯... 사락 사락 꽃지는 소리 들으며 걷는숲길.

 

 

와석총에서 돌아보다

 

와석총에서 조금 더 가면... 

 

전망좋은 이런 바위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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