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산과 여행/전라 충청권

진안 선각산 100117

by 숲길로 2010. 1. 18.

코스 : 덕태산장(10:15) - 점전폭포(10:40) - 투구봉(11:50) - 한밭재(12:00) - 중선각(12:25) 점심 - 선각산(13:25) - 갓거리봉(13:45) - 정자 전망대(14:10) - 오계치(14:35) - 선각산 휴양림(14:55) - 원신암마을(15:15)  바람없이 포근하고 쾌청

 

 

오르고 오르는 사다리의 끝, 산정(山頂)에서 까마득히 하계를 굽어본다.

푸르게 드리운 허공은 천상적 우주, 그러므로 산정은 하늘로 통하는 구멍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 곳은 어떤 현현(顯現)의 지점이자 일상에서 만나는 경험적 자연세계의 끝이다. 거기서 맞닥뜨리는 것은 더 이상 이 세계가 아니다. 산을 오르는 것은 다른 세계를 만나기 위함이다. 물론 어떤 다른 세계냐고 물으면 저마다 답이 다르겠지만, 산정이 일종의 근원적 자리임은 분명하다. 선인들 또한 그러했었다. 어떤 이는 가장 높은 그 곳에서 세상을 굽어보고 천지의 이치에 공명하며 스스로를 가다듬었고, 또 다른 이는 묵시의 풍경 속에서 피안의 신비를 엿보았다.

우리가 거기서 만나는 것 또한, 인간이 어쩔 수 없는 순수한 자연 자체이거나 어떤 끝으로서의 시원(始原)이다. 바다로 흘러드는 먼 강의 근원은 산정에 떨어지는 한 점 빗방울이다. 그런 의미에서 산정은 머나먼 외딴 섬, 피안의 섬과 같은 이미지다. 반면, 산정에 다다르기 위해 연면히 이어지는 산줄기는 표류하는 길이며 잠시 범람하는 강들이다.

산정에 서서 멀리 바라본다. 피안의 섬을 둘러싼 바다는 내면의 무의식으로 출렁여 온다. 그것은 자유란 이름의 운명, 때로 거칠게 솟구치는 파도가 되어 검푸른 저 섬마저 삼켜 버린다. 스스로 분출한 힘에 의해 파괴되는 자들...

쉼 없이 흘러가는 시간은 사라지지 않는다. 꽃과 별과 피의 무늬 점점 흩뿌리며 지평 아득히 펼쳐진다.

 

 

개인적으로라도 함 다녀오리라 벼르던 선각, 덕태. 그 중 선각산...

휴일임에도 조용하기 그지없다. 들머리부터 적설 푸짐하다. 수많은 발길에 다져지지 않은 퍽퍽눈 원없이 밟으며 오르니 독진암 부근부터 환상적인 조망 펼쳐진다. 날씨 너무 풀려 원경 흐리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뜻밖이다.

투구봉은 선각에서 덕태로 장쾌하게 이어지는 능선 조망이 빼어나고, 중선각봉은 선각산 이름과 고도를 음미케 하는 절묘한 자리다. 굽어보고 건너보는 사방 능선은 둥글고 부드러운데, 먼 산들은 깊고 아득하다.

하늘이 곧장 내려꽂듯 마련한 너른 터, 상선각 바라보는 점심 식사는 다사로운 햇살과 고요한 바람으로 바치는 공양이 된다. 

선각산 정상은 좁고 드높고 날이 서 있다. 건너보는 천상데미와 장안산이 장엄하다.

눈 깊은 날등 피해 이어지는 길, 정맥 만나는 삿갓봉 삼거리 정자에서 한 조망 극치 이루었다가 냅다 가파르게 쏟아진다. 눈구뎅이 풀풀 미끄러지며 내려오는 길, 기세 한 풀 꺽이면 겨울 억새 휘날리는 오계치다.

맘 같아선 이름값 조망 퍽이나 궁금하던 천상데미까지 내치고 싶지만 주어진 시간 너무 빠듯하다. 훗날 기약하고 서둘러 휴양림 향한다.

눈길 아니라면, 조성 중인 선각산 휴양림까지 버스 들어오겠으나, 온통 눈천지이니 원신암 마을까지 20분여 걸어 내려간다. 

 

 들머리서부터 눈길 끌던 내동산.

 

 겨울 점전 폭포 여러 모습들

 

 

 폭포 윗부분

 

 계곡 건너면 잠시 이런 분위기.

 

 전망 트이는 곳에서 돌아보다. 내동산 좌우로 모악산과 만덕산(?)

 

 담양 정읍 방면, 그러니까 내장산군과 병풍 불태산군이 저어기...

 

 건너본 덕태산

 

 덕태산릉. 뾰족한 시루봉이지만 아직 두드러지지 않는다.

 

 홍두깨치 좌우

 

암릉 우회구간에서

 

투구봉인데... 하늘 향해 머리 치켜든 살찐 말같은 바위가...?

  

투구봉 오름길 숲

 

투구봉에서, 그 살찐 말머리같던 바위.

  

올라온 능선 너머 덕태산, 왼쪽으로 마이산과 운장산릉

  

당겨본 마이와 운장릉. 연석에서 운장 복두 구봉까지 죽 늘어선 모습이 인상적이다.

 

 

홍두깨치 너머 남덕유 동서봉과 덕유 주릉이...

 

투구봉에서 보는 중상선각은 역동감이 아주 좋다. 오른쪽으로 팔공산, 그 오른쪽은 남원 즈음...

 

팔공산의 오른쪽.

지도 펼치지 않고선 섬들 이룬 산정들만으로는 누구 누군지 분간할 능력 없다.

뾰족한 만행산과 둥근 무등산 쯤이 겨우 어림된다...

   

조금 더 오른쪽인데, 투구봉 조망에서 가장 감동적이었던 대목이다.

가운데 멀리 둥근 게 무등산인 듯...

  

내동산 쪽, 즉 서쪽. 좌우 모악과 만덕이 선명하다.

물론 실제로는 더 가까이 보였다.

   

다시, 덕태와 홍두깨치

 

중선각 오르며 돌아본 투구봉

 

다시, 서남쪽

 

돌아본 투구봉

 

'산과 여행 > 전라 충청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선각산 3  (0) 2010.01.18
선각산 2  (0) 2010.01.18
강천산 3  (0) 2010.01.16
강천산 2  (0) 2010.01.16
강천산 100115  (0) 2010.0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