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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여행/경상권

밀양 구천 정각산 090411

by 숲길로 2009. 4. 13.

코스 : 구천마을 B/S(11:00) - 바위 전망대(12:20) - 구천산(영산 12:55) - 정승고개(13:15) - 792봉 지나 점심 - 정승봉(14:50) - 실혜봉(828봉 15:40) - 695 안부(15:55) - 575안부(끝방재 16:30) - 정각산(17:35) - 456봉 방향 능선 - 안부(18:05) - 출발지(18:40)

 

 

시절 산빛 따라 흘러다니며 보니 한 집안 꽃얼굴들도 참 제각각이다 싶다.

모두 한 모습만 같던 진달래도 꽃빛 서로 다르고 생김 또한 다르다. 오늘 이 산, 키 크고 흰 줄기 아름다운 진달래들은 매단 꽃 아니라면 철쭉과 구분하기 힘들 정도다. 산길 가는 이 머리 위에 맑고 은은한 연분홍 꽃그늘 드리우는 저들, 키 낮은 군락 진달래처럼 꽃대 오종종하게 뽑아 제 멋에 자지러지지도 않거니와, 기품 넘치고 우아한 그 자태는 동족 중 가히 귀족 혈통이라 이를 만하다.


예전에 처매듬 코스로 정각산 오른 적 있어 이번엔 구천산(영산)쪽으로 오른다. 인근 산빛 좌우하는 햇살각 방향을 고려해도 그게 나을 성 싶었다. 결과적으로 또다른 이유에서 이 방향이 좋았다는 판단인데, 실혜봉 이후 정각산까지 조망대라곤 딱 두 군데 정도라, 반대로 움직였다면 조망 없는 전반부 산행이 퍽 지루했을 거란 추측이다. 그러나 가을이라면 반대 방향도 괜찮을 텐데 정각산 내려서는 활엽숲길 단풍이 꽤 볼만할 듯하기 때문.


어쨌거나... 오늘 코스,

근래 최악의 흐린 시계로 조망은 꽝이었지만 기대 이상의 진달래 산행이 되었다. 영산 오름길 600고도 즈음부터 키 큰 진달래 꽃길 나타나더니 영산 내림길에선 점입가경 이루고, 정승봉 지나 암봉 일대까지 산릉과 비탈을 줄곧 화사하게 누빈다. 실혜봉 너머 한동안 조망 없고 진달래 또한 소강상태지만, 767봉 지나 575 안부 가는 솔숲길에서는 그간의 지루함 보상하듯 아주 멋스런 운치 보여준다. 앞서 말했듯, 솔숲 사라지는 정각산 오름길은 잡목조차 별로 없는 시원스런 활엽 산비탈인데 새잎 돋아나는 숲빛깔 워낙 고와 오전 햇살에 못 본 게 애석할 정도.

당초에는 처매듬 쪽으로 하산하려 했지만 못 가본 길로 가 보자 싶어 456봉 가는 길을 골라 본다. 낙엽 푹신하고 부드러운 내림길 편하게 이어지지만, 혹시나 했던 처매듬 근경은 고사하고 어느 쪽 조망도 전혀 없어 아쉽다. 다만, 안부 지나 구천마을 방향 골짜기 길은 석축도 보이는 옛길인데 뜻밖의 시원한 조망과 화려한 봄산빛으로 능선에서의 아쉬움을 보상해 준다.


그리고... 

올해 첨으로 뱀을 만났다. 짧고 굵은 몸통과 갈색 바탕에 검고 진한 반점, 게으르기 짝이 없는 버르장머리로 보건데 필시 잘나가는 독사였다. 작년에도 그랬지만, 한 해 첨 만나는 뱀은 왜 꼭 짱이 먼저 볼까...? ㅎㅎㅎ

 

 

 오르며 돌아본 456봉. 무르익는 봄빛 잡으려 당겼는데 워낙 뿌연 날씨다.

  

 아쉬운 원경 대신 가까운 연두를 담아본다.

 

 정각산과 처매듬 골짜기.

 처매듬만 당겨본다.

 

몸은 아직 봄인데 하늘은 여름, 올들어 가장 더울 듯한 날씨라 걸음이 천근만근. 

삼십여분 지나도록 진달래조차 거의 보이지 않는다. 머 이래 삭막한 산이 다 있노... 푸념이 나올 즈음,

문득 눈 앞 환해지며 키 큰 진달래들이 뿌연 하늘을 수놓는다.

모델, 위치로!

언제 헉헉대었냐는 듯 가볍게 앞서가던 짱, 갑자기 꺄악~! 비명을 지르며 되돌아 달려온다.

놈이 길 한가운데 딱 버티고 앉아 있었던 것.

녀석도 어지간히 놀랐을 텐데, 스틱 들고 다가가 보니 길 옆으로 조금 비켜나 있다. 사진이나 한장 찍을까 하는데 이 녀석, 초상권 침해가 불쾌했던지 낙엽 아래 구멍으로 슬그머니 스며들어 버린다.        

 

 

 길 살짝 벗어난 전망바위에서 건너다보는 향로 백마산 

 

 돌아본 정각산

 

 제법 인상적인 바위 조망대에서

 

 

 당겨본 천황산. 

 영남알프스 산릉들 조망대로 소문난 오늘 코스지만 워낙 뿌연 날씨엔 도리가 없다.

 

 다 좋기를 바랄 순 없으니... 진달래 타이밍만은 기막히다고 위로하면서...

 

 영산에서 건나다보는 가야할 산릉. 오른쪽 멀리 흐린 건 운문산. 

 정상석은 구천산이라 적혀 있다.

 

 워쨌거나... 키큰 진달래 꽃길은 일품이다.

진달래는 철쭉보다 줄기가 더 검다고 알았는데 그렇지도 않다. 꽃이 없다면 내 어둔 눈엔 철쭉과 구분이 불가능이겠다.  

 

저런 큰 진달래, 정원수로 한 두 그루만 있어도 한 철 온 마당이 환하겠다. 

 

가야할 정각산이 어찌나 아득한지...

 

굽어보는 산빛

 

멋스럽게 그지없는 운문과 억산릉이지만 제대로 보이지도 않을 지경...

 

점심 먹은 곳 부근에서

 

 

 

 

정승봉 가며

 

정승봉에서 건나다보는 운문산

 

 794 암봉 가며.

정승봉에서 암봉까지는 조망도 좋고 진달래도 곱다. 

당겨보고 밀어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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