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 : 주차장 - 선운사 - 도솔암 - 천마봉 - 낙조대 - 소리재 - 참당계곡 - 주차장(소풍모드 5시간 10분)
눈 속에 적막해도 좋을 선운사 절집, 장난치는 아이들 웃음소리 낭자하여 조금은 들뜬 분위기다. 천지간 고르게 채우며 내리는 눈의 무게 때문이었을까? 평소와 달리 싫지 않았다.
큰 길 비켜나니 의외로 한적한 계곡은 겹겹 수묵의 경經이었다. 바람조차 없으니 배회하는 침묵만이 쌓이고 쌓이는 눈의 그늘을 읽고 또 읽는다.
내리는 눈 빈틈없이 받아 안으며 휘어지는 가지들. 숲 곳곳에 허공 감싸며 태어나는 흑백의 둥근 물결같은 집과 길들. 그 길 따라 나무들이 하늘빛 담은 서로의 근황을 주고받는다.
천마봉에서 둘러보는 서해 선운산.
오를 땐 눈발에 갇힌 막막 하늘이었는데 지금은 내원궁 향기로운 도솔천이다. 재작년, 사자봉 능선으로 오른 눈겨울이 있었던 때문일까? 조금은 낯설지 않다.
그러나 소리재 가며 만난 낯선 길은 천왕봉과 만월대 가는 방향인 듯... 크지 않은 산이니, 다른 시절에 더듬어볼 코스 미리 점찍어 둔들 어떠랴.
저무는 풍경 속으로 드는 일이 산행이라면, 저 풍경 흐려질 때까지 걷고 또 걸어야 할 길이니...
선운산 들며
선운사에서
선운사 계곡에서
장사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