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나들이 길에 평소답지 않게 카메라를 들었다.
이왕 들고 나선 물건이라고 부질없이 똑딱거리게 된다....
동해 쪽으로 둘러볼까 싶어 나선 길인데,
영천 부근 고속도로변 물마른 저수지를 보니 불현듯 우포가 궁금해졌다.
건천으로 빠져나와 산내 운문 동곡 청도를 거쳐 우포로 향한다.
메마른 계절 희뿌연 하늘,
운문호 물빛만은 눈부시다.
억산과 운문산릉이 안개 속에 아련하다.
우포 본 지도 한참 되었다.
지난번에 왔을 때도 겨울이었던 거 같다. 글구 보니 한 번 빼고 늘 겨울에만 왔던 게 아닐까...?
그 때는 철새가 많았는데 오늘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소목 둑방을 따라가다 늪지 옆 산책로로 접어든다.
흔들리는 물그림자... 한참 들여다 본다.
저건 물의 그림자인가 나무의 그림자인가. 혹 바람의 그림자인가...?
사지포에 다다르니 새들이 좀 보인다.
뭐라는 이름이더라... 까먹었다. 가장 만만한, 가창오리일까?
신록과 달리 제 몸 안에 허공을 품어 더욱 아름다워지는 겨울의 나무들
오후 햇살 물고 바람에 흔들리는 겨울 갈대가 볼 만했다.
소목에서 사지포까지 다녀오는 동안 해가 많이 기울어졌다. 물빛도 한결 고와진다.
목포 쪽으로 넘어간다.
람사르 회의 때문일까? 포장도는 늘지 않았지만 곳곳 이정표도 더 설치하고 산책로들도 쇄석을 깔아 정비했다.
내 솜씨로 사진찍기는 좀 늦은 시간, 그러나 낙조 머금은 물빛은 더 고와진다.
열나흘 둥근 달이 떴다.
달은 하늘에도 있고 목포 호수에도 있다.
뚝방 하나 넘어 다시 우포, 이번엔 쪽지벌 가까운 서쪽이다.
물그림자 붙잡고 밀고 당겨본다. 나도 참~
늘 헛짓이다. 그림자와 씨름이라니...
게다가 길가에 차 세워두고 혼자 저 짓이라니, 가족 나들이가 아니라 사진 찍으러 나온 듯해 좀 민망타.
그러나 어쩌랴,
하늘 향해 당당한 몸통보다 한시도 쉼없이 흔들리며 때로 사라지기도 하는 저 그림자가 내겐 더 나무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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