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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여행/경상권

봉화 청량산 081021

by 숲길로 2008. 10. 22.

코스 : 입석 - 응진전 - 어풍대 - 금탑봉(왕복) - 경일봉 - 탁립봉(? 왕복) - 자소봉 - 자란봉 - 선화봉 - 장인봉(의상봉) - 두들마을 - 청량사 - 입석 (소풍 모드로 6시간 반)

 

 

 

밀가루 푸대 속을 헤집듯 폭폭하던 어제의 청량산.

오늘, 비가 오신다.

가을비는 대개 구질구질하다. 그런데 반갑고도 반갑다...


당초 지리 통신골로 가려 했으나 그쪽 날씨 꿀꿀하다기에 포기하고, 예약 않은 산악회 버스에 들러 본다. 오랜만에 만난 가이드 쫑국이 성이 반가워하며 같이 가잔다. 그러나 자리가 없다. 그 산악회, 요즘 매일 청량산 가던데 언제부터 가을 청량 인기가 이리 좋았을까? 놀라울 따름. 보조의자도 없으니 동승은 도저히 불가...

가까운 팔공산 시루봉 코스라도 함 가 볼까 하는데... 그간 지리타령만 하던 짱, 붐빌 거라며 시큰둥하던 청량이 막상 자리 없어 못 간다니 되려 땡기는 모양이다. 당장 가잔다. 헐...!

고개 너머 늘 멀게만 느껴지는 땅 봉화라지만 청량산은 안동 접경이라 생각보단 가깝다. 집에서 왕복 300km 미만, 쉽게 드나들던 지리나 속리 월악권보다 멀지 않다.


청량산, 올라본지 십년은 된 듯하다.

지난 해 축융봉 올라 전경이야 보았지만 안으로 드니 많이 낯설고 반갑다.

그러나... 올 초 만든 하늘다린지 먼지 구경 온 인파까지 더하여 평일임에도 북새통이다. 적응이 힘들어 자꾸 뒤처지며 샛길이라도 있을까 더듬는다. 어풍대에서 금탑봉 바로 치오르는 바위틈 기웃거리다 되돌아오고, 경일봉 안부에선 조망 없는 금탑봉까지 피신 다녀온다.

워낙 가문 해, 이 산 역시 단풍 빛깔이 곱지 않고 쉬 메마른다. 산길 곳곳은 발등까지 넘보는 흙먼지가 두텁다. 소리 지르며 몰려다니는 인파와 내내 숨바꼭질...

그럭저럭 다다른 구름다리, 수백명 운집하여 무슨 야시장 같다. 사진 몇 장 찍어보려다 포기하고 도망치듯 후딱 건너간다.  

첨 보는 시설물, 한 마디로 징그럽다. 소형 승용차도 지나가겠구만! 다리 자체도 그렇거니와 주변 나무 구조물들이 거창하여 크지 않은 청량 산세와 부조화다. 좀 더 소박하고 아담했으면...

장인봉 전망대에서 두들마을 내려서는 길로 들어서니 좀 호젓하다. 주등로 만나 잠시 붐비지만 산자락 감돌아 가는 청량사 길에 들어서면 다시 여유로워진다. 청량산행의 옛 기억, 거의 사라졌지만 여유롭기 그지없는 이 길의 느낌만은 생생히 되살아온다.


늦은 오후의 청량사. 의외로 분위기가 좋다.

좀 삐죽하고 산뜻한 화강석 저 탑, 이 가을에는 필요치 않으니 금탑봉 이름의 절묘함을 알겠다. 노송 아래 앉아 오래 머물다 천천히 내려와 산꾼의 집에 들러본다. 조용하다.

예전에 그 집, 세상 잡동사니 골동품은 다 모아두어 한 구경거리였고 차도 공짜로 마실 수 있었다...

어슬렁 내리는 산길이 저문다. 등산객 다 빠져나가고 산책하는 이들만 몇 보인다.

고운 청량, 가을에는 말고 나른한 봄빛 시절에 다시 와야지. 그러나 끊임없이 진행중인 공사, 그 때 산은 또 얼마나 변해 있을지...

 

 

들머리에서 돌아보는 오전 햇살이 그런대로 좋다. 

저 스님, 어찌나 걸음이 빠른지 뒷모습 한 컷 하려는 사이 시야에서 사라진다.

 

(이번 사진들은 좀 바짝 굽힌 듯하다. 자동 대비 설정하고 약간 어둡게 찍었는데 가뜩이나 메마른 산빛이 더욱 메마르다. 언제쯤에나  내공이 좀 붙을런지...ㅠㅠ) 

   

축융봉도 빼꼼 머리를 밀었다(가운데 바위).

 

응진전이 보인다 

 응진전에서

 

 인파 피해가며 숨바꼭질하듯 갔는데... 사진으로는 참 호젓했던 거 같다.

 

청량사와 연화봉

청량사는 꽃밭 가운데 있다. 예전, 녹음철엔 잘 못 느꼈는데 이번에 보니 활짝 피어난 꽃잎 가운데 화심으로 앉았다. 

 

당겨보지만... 광각렌즈의 한계.

 

가장 조용하던 금탑봉. 뒤쪽은 파묘 같은데 비석도 있었다. 묵묘인 듯...

 

금탑과 연화 가운데 청량사 

붐비는 와중에도 잠시나마 산이 고요해지며 멀리멀리 산길이 열리는 순간이 있다.

 

점심 먹은 곳에서

 

자소봉 전, 잠시 길이 한산하다. 숲이 그윽해진다.  

 

 

자소봉 전 좀 까칠하게 오른 암봉에서 돌아보다. 일월산이 흐릿하다.   

아무도 안 오는 예서 점심 먹을 껄...

 

 건너다본 자소봉

 

암봉 내려서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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