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 : 함포 - 지장암 - 폭포 - 토곡산 - 석이봉 - 함포(아래 지도 코스대로. 봄놀이 모드로 7시간)
무진장으로 쏟아져 내리는 저 맹목의 봄빛 앞에서, 가령
‘... 꽃 피면 비바람 많고
우리 또한 이 세상에 사느니 ...’
라며, 잔 들어 권하던 옛사람 정취를 빌어 봄빛 탄식하기엔 내 산행이 너무 기름지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저 봄은 눈부신 한숨이다.
적막으로 메아리치는 봄날의 산울림...
무량의 하늘빛에 다 내어 주었으니, 없는 깊이를 더듬어 겉으로 겉으로만 떠도는 산길은 끝이 없다. 새소리 가 닿는 산빛의 가장자리, 출렁이는 연두.
무념 무채(無念無彩), 기계의 응시를 빌어서라도 오래토록 가두어 두고 싶다.
허나 산빛은 흔들리며 간다. 오는 것과 올 것과 가는 것이 함께 겹쳐지고 울리며 더 높은 곳으로 향한다.
나 또한 겹쳐 놓는다. 기억 위에 눈앞의 광경을, 소멸 위에 부활을, 윤회 위에 최초의 태어남을...
그러므로 봄은 찰나다. 모방없는 최초의 계절이다. 나타나면서 이미 사라지는...
바우마다 기어오르며 고도 탐하는 공주의 마음 풍경을 엿본다.
나는 조망 엿보려 떨며 바우를 더듬는데, 그는 고도 자체를 향한다.
더 오를 곳 없는 꼭지에서 온 몸을 치켜들기.
뱃머리의 가장 높은 곳, 산정의 가장 높은 곳에 서야 마음 편해지는 이들, 흔들림 없는 절정의 자세 그 자체를 기꺼이 누리려는 이들은 타고난 귀족들이다. 그래서 공주를 공주(空主), 즉 허공(虛空)의 주인(主人)으로 읽는다.
허공과 벼랑을 마주하여 나비처럼 훨훨 날아 내리기를, 아니 날아오르기를 꿈꾸는 정신...
높이 오를수록 산빛은 봄을 거슬러 가고 있었다. 높은 곳 향하는 꿈이란 시간을 거슬러 오르는 힘 혹은 열망과 같은 것. 모든 공주파의 비밀이란 어쩌면 고도 즉, 시간을 거슬러 오르려는 젊음의 본능 혹은 의지가 아닐까...?
훨훨 꽃들 피어난다. 철쭉과 진달래, 하늘로 훨훨 피어났다 뚝뚝 떨어지는 꽃들...
그러고 보니 저들 또한 분명 공주왕국의 맹렬한 공주파들이렷다.
함포에서 돌아본 천태산 능선 한 자락
폭포 계곡은 초여름 신록이다
산자락 진달래는 지고 철쪽이 피어난다
능선 전망대에서 굽어보다. 낙강 건너 신어산과 무척산도...
정상쪽을 올려다보다
산비탈 물들이는 연두에 취하여...
지나온 길 돌아보다. 멀리 금오산과 천태산이 보인다.
계곡의 봄빛
너른 전망바위를 올려다보다
오를수록 봄은 더뎌 연두와 분홍이 겹쳐진다.
한숨 미어지는 봄빛에 시선은 자꾸만 골짜기를 향한다.
그러나 공주는 높이 높이 오르고 또 오른다...
돌아보며 당겨본다
계절만큼이나 더디게 다가오는 정상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