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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여행/경상권

상주 갑장산의 봄 080416

by 숲길로 2008. 4. 17.

코스 : 주차장 - 연악산 쉼터 - 상산 - 갑장사 - 갑장산 정상 - 735봉 - 용흥사 - 주차장(꽃놀이 소풍 모드로 6시간 남짓)  

 

 

 

봄빛은 늘 갈증이다.

진달래 꽃잎으로 배부를 수는 없으니 붉어질수록 더 깊어지는 허깃증.

신록이 와야 하리라, 저 산빛. 채워지는 게 아니라 잊혀야 끝나는 무익한 한 철의 사업.

숲이 나를 에워싼다. 물끄러미 굽어보는 연두의 눈 수천, 나직이 속삭여 오는 연두의 입술 수천...

진달래꽃밭의 침묵을 밟으며 간다. 지난겨울 삼켰던 별을 제 머리맡에 총총 뱉어놓고 황홀에 떠는 가지들.

언어의 폐허에 나뒹구는 모음들이 분홍의 비명으로 물든다.


갑장은 참 특별한 진달래 산이다. 어쩌면 우리 봄산의 가장 아름다운 전형이 아닌가 싶다. 작년 삼월에 왔을 때 사월 봄빛이 궁금하긴 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몰랐다.


오르내림 능선 내내 진달래 꽃길이 이어지는데 오름길과 내림길의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오름길은 주로 솔숲이다. 부드럽게 휘어지며 이어지는 솔숲 오솔길은 넉넉한 빛과 그늘의 대비로 자주 신비로운 공간감을 자아낸다. 진달래 꽃빛은 상록과 대비되어 더욱 진한 듯하면서도 그늘 그늘을 환히 밝히며 솔숲 푸른 공간에 깊이를 더한다.

 

하산길 능선은 활엽이 많아 하늘이 비교적 환히 비쳐드는 사이로, 제법 키가 크고 성긴 가지를 넓게 펼쳐든 진달래나무가 많다. 꽃은 크지 않고 빽빽하지도 않다. 수채물감을 붓으로 점점 찍어 놓은 듯, 분홍 스프레이를 좌우로 세차게 한 번 뿜칠한 듯, 환하고 텅 빈 봄 하늘과 연두 번져오는 활엽숲을 은은하게 물들여 놓는다.

키를 넘지만 우거지지 않고 너른 하늘을 여유롭게 쓰니, 점점 눈꽃처럼 피어나 하늘 채우는 복사꽃밭을 거니는 듯 착각마저 드는데,

아내 왈, 고개 들면 분홍빛 나비가 하늘 가득 날아다니는 것 같다고...

 

야튼 퍽이나 은은한 자태며 우아한 분위기인지라, 감히 단언컨대, 여태 본 어떤 진달래 꽃길이나 군락보다 더 감동적이었다. 

 

오름길에서 

흰진달래 

굽어본 산빛. 가운데는 용흥사 

 

 

 

 

 

 

 

꽃보다 더 고운...

 

 

주릉 - 전 구간에서 가장 덜 좋았던...

 

 

상사바위에서 

 

정상부에서 굽어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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