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 : 벌바위마을 주차장 - 버리미기재 - 곰넘이봉 - 촛대봉 - 대야산 - 밀재 - 마귀할미 통시바위 - 손녀마귀 통시바위 - 댓골산장 - 주차장(8시간 반)
대동강물 풀린다는 우수(雨水)가 어제.
가까이서 들여다본 나뭇가지는 꽃봉오리가 맺혀 있는가 하면 푸른 입술이 뾰족해지는 것들도 있다.
오는 봄산빛을 굽어보며 겨울바람을 맞고 들으며 걷는다. 두 계절의 사잇길이라 해야 할까, 계절 밖으로의 여행이라 해야 할까....
사람들은 늘 계절을 묻지만, 사실 난 계절에는 관심이 없다. 그 빛깔들이 궁금할 뿐.
바위 위에서 말라 죽은 소나무의 뿌리를 보았다. 육탈한 지도 오랜데 뼈는 아직 바위를 움켜쥐고 있다. 헛된 노동의 집요한 흔적... 불멸의 환각을 피워올리는 그 완강에 잠시 내 몸의 무게를 기대고 한끼 밥을 먹었다.
내 갈증도 저런 것이 아닐까...? 나는 이미 죽은 자인데, 내 몸은 살아있을 적의 노동을 습관의 흔적이나 기억처럼 반복하고 있는 건 아닐까...?
버리미기재길은 8-9년 쯤만에 첨이다.
로프들이 많이 늘었고 대야산 정상부 직벽은 더 힘들어진 거 같다. 당시는 여름이라 손수건 쥐어짜며 오르며 많이 더웠다는 기억인데, 이번엔 겨울이라 그런지 제법 살벌하다는 느낌이다. 어쩌면 높은 곳이 자꾸 무서워지는 나이 탓일까...
바람 피해 점심 먹을 자리 찾으러 촛대봉 능선을 잠시 이어 보았다. 굽어보는 솔숲이 참 좋은 곳이 있었다. 용추에서 오르는 촛대봉릉 역시 상관평에서 오르는 능선길과 함께 오래 전부터 가보고 싶은 코스다.
별난 이름의 통시바위 능선은 좋은 기억이 있다. 둔덕을 거쳐 조항산 가며 휘몰아치는 눈발을 맞으며 걸었던 곳이다. 조항산 바라보는 어느 절벽에 서서 수평으로 날아오는 눈보라를 감동적으로 바라보았던 기억이 아직 선명하다.
오늘은 오후햇살에 산빛이 고왔지만 하산시간이 늦어질까봐 수석 전시장 같은 구석구석을 제대로 살피지 못하고 간다. 아내는 나중에 둔덕산과 이어 꼭 다시 오자고 한다. 다른 계절의 산빛이라면 그래도 되리라. 오르내림은 단조로워도 전망제일의 둔덕산 오른 지 역시 오래 되었으니...
곰넘이봉에서 본 대야산
불란치재 향해 가며 본 대야산
불란치재 전후 부드러운 활엽 능선을 당겨보다
촛대봉 내려서며 본 대야산(위)과 당겨본 촛대재 부근 모습(아래)
직벽 로프구간에서 굽어보며 - 겨울과 봄이 함께...
정상에서 돌아보다 - 곰넘이봉과 촛대봉 사이가 한눈에 들고, 장성봉과 희양산은 안개 속에 흐리다.
둔덕산 바라보며 - 해 지기 전에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당겨보고 밀어보고...
중대봉쪽
오늘 본 중 가장 곱던 산빛이다. 우수 지나 물오르는 나무들 빛깔이 나날이 다르다
중대봉 암릉
밀재 가며 대야산을 돌아보다
밀재 지나 길 벗어난 바위 조망대에서 돌아본 대야산(위)과 당겨본 중대봉(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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