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 : 한섬지기 마을 - 말용초 - 깃대봉 - 795봉(신선대 능선 갈림) - 928봉 - 신선암봉 - 공기돌바위 능선 - 한섬지기 마을(곳곳을 기웃거리며 6시간 반)
북쪽 지역 산행 가는 길에 늘 지나치는 금오산과 갑장산, 불과 몇 주 사이에 산빛이 많이 달라졌다. 두텁게 뒤집어쓰고 있던 흰 눈빛이 한결 엷어진다. 매서운 날씨는 영하권을 맴돌아도 태양을 향해 몸을 트는 지구의 움직임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우수가 멀지 않았다. 땅덩이가 천천히 데워지고 있는 기운이 역력하다. 겨우내 숨죽이고 있던 나무들, 몸 속 물길을 활짝 열고 펌프질을 시작한다. 고속도로변 개나리 가지에 윤기가 돈다. 후광같은 열기마저 느껴진다. 물길 더듬는 뿌리들의 맥박에 땅은 더욱 데워질 테고....
조령산 깃대봉 올랐던 기억이 까마득하다. 그런데 어찌된 걸까? 다시 오른 깃대봉은 기억속의 그 산이 아니었다.
며칠 전, 인간의 기억은 떠올릴 때마다 갱신(refresh)된다는 신문기사를 본 적이 있다. 재밌는 얘기다. 우리는 흔히 기억과 사실(事實)을 혼동한다. 그러나 무언가를 떠올리는 순간, 그것은 봉인되어 저장된 불변의 기억이 아니라, 호출의 순간 갱신된 것이다. 때로 재구성된 것일 수도 있다. 그래서 기억이 반드시 사실인 건 아니다. 환상일 수도 있다.
기억 속의 깃대봉은 제법 아기자기한 암릉길을 거쳐 다다른 봉우리였다. 그러나 ‘제법 암릉길’이라 할만한 곳은 없었다. 그건 어느 때인가 재구성된 환상이었다. 실망 혹은 환멸...
유치하지만 조령, 대야, 희양을 문경/괴산의 겨울철 3대 악산으로 꼽을만하다. 희양과 조령의 설경은 그 악명만큼 대단했고, 아직 대야의 겨울은 보지 못했다. 담주쯤 가 볼 꺼나 말 꺼나...?
눈 온지도 좀 되었고 햇살에 녹은 눈이 곳곳이 빙판을 이루는 지금의 조령산은 눈이 많을 때보다 더 위험해 보인다(2말3초는 연중 가장 위험한 때). 희양산은 놀이동산이었던 셈이다. 근래 웬만한 곳은 아이젠을 쓰지 않았는데, 조령산 빙판길에선 당최 속도가 나지 않는다. 신선봉 전 928봉 내려서며 아이젠을 착용하고 나니 한결 걸음이 편해진다. 진작 할 껄, 게을러 터져스리...
여하튼 겨울 조령은 대단했다. 몇 차례 와 본 곳임에도 새삼 장탄식이 솟는다.
이제 깃대와 신선암봉을 돌았으니, 나머지 구간인 신선암봉에서 조령산 정상 그리고 촛대봉릉도 바로 이어야겠다.
작은 폭포 말용초. 예전부터 그 뜻이 궁금했지만 알 길이 없다.
치마바위 전망대에서 보는 주흘산과 부봉(위), 그리고 조령산(아래)
주흘과 조령
능선에서 당겨본 부봉
다시 주흘산과 부봉 - 누에대가리 잠두봉이 귀엽다
잠시 러셀해 가본 신선대 능선 전망대에 서니 깃대봉 5단 공주치마가 눈앞에 펼쳐진다.
신선대 능선은 짐승 발자국만 있다. 기품있는 노송이 어우러지고 곳곳에 조망대가 있을 법한 멋진 능선인데 담에 꼭 가봐야겠다. 별 재미없던 깃대봉 오름길보다 훨 재미있겠다.
펼쳐지는 부봉릉과 왼쪽 멀리 포암산.
멀리 월악릉과 만수봉, 포암산, 부봉릉
깃대봉과 신선봉 능선 - 주흘에서 보아야 깃대봉은 휘날리는 깃발이나 상어지느러미처럼 보인다.
조령 지능선들의 북사면 눈빛이 장하다. 이번 산행에서 가장 궁금했던 것이기도 한...
지나온 봉우리를 돌아보니 월악 만수릉을 살짝 가리고 있다.
새재길 쪽 지능선인데 길만 있다면 참 재미난 코스겠다. 그러나 길은 없는 듯...
당겨보는 산자락 눈빛
(역광이라 사진은 흐리지만) 오늘 본 중 가장 강렬한 인상을 받은 신선봉릉
저 곳이 조령산 정상부
저 봉우리만 내려서면 신선봉을 오른다 - 첨으로 인물 등장^^
'산과 여행 > 속리 월악 새재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조령산 신선암봉에서 촛대바위릉으로(080217) (0) | 2008.02.19 |
---|---|
깃대봉과 신선암봉 2 (0) | 2008.02.16 |
청화 조항산 2 (0) | 2008.02.14 |
청화 조항산(080212) (0) | 2008.02.14 |
가령 낙영 도명산 2 (0) | 2008.02.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