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 : 청수골 산장 - 백발등 능선 - 백발등 - 단조산성 - 영축산 - 함박등 - 청수 중앙릉 - 청수골 산장(곳곳을 기웃거리며 허겁지겁 5시간 50분)
(청수좌골 진입지점이 잘못 표시된 지도)
신불 영축산 억새평원을 가로질러 갈 때마다 늘 궁금했다. 초원 서쪽 끝, 선사적 고분처럼 낮고 둥근 지평 끌어올리는 저 곳에서 보는 억새밭의 모습은 어떨까...? 그 궁금증도 풀고 영남알프스 암릉코스 중 가장 눈맛이 좋은 시살등 능선도 다시 만날 겸, 청수좌우골을 잇는 원점회귀 코스의 안내산악회에 편승한다.
백발등 능선.
청수좌골 초입 바로 왼쪽으로 치오르는 들머리는 잠시 가파르다. 한동안 고만고만한 오름이 꾸준히 이어지더니 어느 새 편안해진다. 낙엽길과 솔숲길, 산죽길과 바위 몇 덩이... 특히 힘드는 곳도 없지만 별스럽다 할만한 곳도 없다. 억새밭에 이르기 전까지 두어 군데 전망이 트이지만 길 벗어나 조금 부지런 떨면 심심찮을 정도는 된다.
궁금했던 백발등 정상부 부근은 억새밭 가운데 다부지고 빵빵한 소나무가 듬성하다. 신불산과 신불재를 거쳐 영취산까지 부드럽게 그어가는 억새초원 지평선이 시원하게 한 눈에 든다.
백발등릉에서 고원습지 억새밭에 들어서면 발자국이 흩어진다. 청수좌골 갈림길에는 세 방향으로 길이 나 있다. 왼쪽은 단조샘 방향(가장 뚜렷), 직진은 단조산성 돌탑봉이고 오른쪽은 청수좌골이다. 얼마 전까지도 저 돌탑봉 - 단조산성 중앙의 높은 봉우리이므로 단조등이라 불러도 될 듯하다 - 을 백발등으로 알고 있었다. 봉우리 조망이 궁금하여 단조샘으로 가지 않고 억새밭 사이 오솔길을 따라 단조등으로 향한다.
정상에서 서남쪽으로 길게 억새능선이 뻗어가며 청수좌골 주계곡과 지계곡을 나눈다. 지난 가을 안개비 속에서 저 지계곡으로 들어섰다가 수량 많은 물길을 따라 내려오느라 애 먹은 적이 있다. 저 능선을 따라가면 그 날 알바하며 기어올랐던 덤불숲도 만나겠네...
몇 걸음 내려서니 산성터 돌탑이다. 산성길을 따라간다. 그 날 계곡으로 들어섰던 지점이 나타난다. 우리를 혼란시켰던 리본이 아직 바람에 나부끼고 있다. 떼버릴까 하다가 오히려 그 길이 궁금한 이도 있을 듯해 그냥 두고 간다.
당초에는 산성을 줄곧 따라가려 했는데 걷기도 불편하고 고도 낮아지며 조망도 시원찮다. 동쪽으로 초원을 가로지른다. 길 잃었던 그날과는 반대 방향으로...
주등로를 만나자 이번엔 진흙길이 불편하다. 다시 왼쪽 소로로 붙는다. 아리랑 릿지 일대의 암릉을 돌아보며 바람도 피할 겸 가장 왼쪽 길만 따른다. 영축산 정상에서 흘러내린 암릉들을 왼쪽으로 감아돌며 길이 이어진다. 전에 못 본 길이다. 궁금하여 끝까지 가 보니 영축산 정상부 동쪽 바위 전망대에 붙는다. 정상에 오르니 바람이 차다.
정상 아래 대피소 움막 지나서도 줄곧 벼랑 쪽으로 붙어 진행한다. 비록 짧긴 하지만, 비로암 갈림길 전후의 이 바윗길 구간은 영축산에서 가장 뛰어난 암릉미를 감상할 수 있는 곳이라 놓칠 수 없다.
바람 피해 바위 등지고 절경 암릉 굽어보며 나 홀로 식사. 한 잔 소주에 취한 눈으로 바라보는 암릉들은 대둔산 한 자락을 옮겨 놓은 듯 현란하면서도 기품이 넘친다.
다시 들어선 주등로에서 일행들을 만나서 인사 나누고 총총 함박등을 향한다. 하산 시간이 정해져 있으니 괜히 마음이 바쁘다. 그러나 하나라도 놓칠세라, 만나는 바위마다 다 기어오른다. 술김이라 가쁜 숨 씩씩대며 콧김 뿜으며...
함박재 지나자 암릉길을 따르지 않고 우회로로 접어든다. 채이등을 올랐다가 중앙릉으로 가려면 우회로를 따라 되돌아와야 하기 때문이다.
중앙릉 초입 전망대에서 죽바우등을 마지막으로 일별하고 내달리듯 걷는다. 청수 중앙릉은 전망도 없고 기복도 크게 없는 걷기 좋은 숲길이다. 마지막 구간만 잠시 가파르다. 발만 담그고 차에 도착하니 십여분 전... 또 꼴찌다.
ps: 국제신문은 능선명을 백팔등이라 적어 놓았다. 내가 알기론 저 능선 정상부가 백발등인데... 그리고 힘들어서 백팔등이라 부른다는 주장은 좀 우스꽝스럽다. 좀 더 고증이 필요할 것이다.
어떤 지도에는 청수좌골 진입지점의 위치가 부정확하여 주의가 필요하다.
지난 가을 길을 잘못 들었을 때 그 산악회에서 받은 지도와 어제 배내산장에서 얻은 지도 모두 좌골 들머리 기준점이 되는 단조샘의 위치가, 두 계곡의 분기봉인 돌탑봉 북동쪽이 아닌 남쪽에 표시되어 있어 혼란을 준다. 안개 낀 날 그 지도에 표시된 지점에서 진입한다면 십중팔구 지능선에 막혀 주계곡에 이르지 못하고 지계곡으로 들어서고 말 것이다
위 두번째 지도가 청수좌골 진입로가 잘못 표시된 경우다. 단조산성 돌탑봉(단조등)은 '단조성'의 '성'자가 있는 지점이고 좌골 진입지점은 '성'자와 '억'자 사이에 있다. 첫번째 국제신문 지도가 아주 정확므로 비교해 보면 잘잘못을 알 수 있다.
당겨본 파래소 폭포 계곡
재약산과 신불산릉 전망대 - 오래 전에 죽전마을에서 저 전망대로 바로 치오르며 무지 고생한 적이 있다. 근데... 오른쪽 바위능선이 심상찮다. 언제 한 번 기어올라봐야쥐~~
백발등 직전에서
신불재
오른쪽으로 뻗는 능선이 청수좌골 주계곡과 지계곡을 나눈다.
바로 저 둥두렷한 곳이 그 능선의 시작인 단조산성 돌탑봉이다
또 신불재...
돌탑봉. 왼쪽 아래가 지난 가을 청수좌지우골로 진입했던 곳이고, 오른쪽 능선이 알바하며 잠시 기어올랐던 곳.
아리랑 쓰리랑도 한 번 돌아보고...
신불산과 평원도 돌아보고
영축산 내려서며 - 곧게 뻗는 35번 국도 너머 대운산이 흐리다
시살등 능선 - 바로 앞 바위 앞에서 점심을 먹었다. 바람이 찼는데도 저기는 전혀 안 추웠당~ㅇ
영축산 절경 암릉. 화려한 수직 절리가 대둔산 어딘가를 연상케 한다.
꿀밤 한 대 쥐어박고 싶은 귀여운 죽바우.
암릉들. 이하, 당겨보고 밀어보고 생쇼를 하다....
앞만 말고 뒷자락도 궁금해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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