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 : 극락암 전 삼거리 주차장(13:30) - 백운암 - 함박재 - 채이등 - 시살등 - 한피기재 - 임도 만나서 - 왼쪽 산비탈 횡단로 - 주차장(18:40. 여유롭게 5시간 남짓)
게으른 아내의 산행 태업으로 취소된 일정인데, 날씨가 너무 좋아 혼자 무작정 나선 코스.
출발이 워낙 늦어 짧게 이은 길이지만, 최고의 조망산행과 의외의 즐거움까지 얻은 알찬 산행이었다.
백운암은 높은 곳에 있는 암자라 접근이 수월치 않다. 가파른 돌길 구간을 지그재그 오르는데 초행임에도 전혀 낯설지 않다는 느낌이 든다... 아, 여기가 거기였구나...! 한 걸음 한 걸음 옮길 때마다 몸 속 캄캄하게 묻혀있던 이십 수년 전의 기억이 스멀스멀 풀려나온다...
통도사 뒤로 지루하게 이어지던 비포장 땡볕 길, 나무와 안개의 숲 더듬으며 숨차게 올라 환각처럼 바라보던 대숲 속 암자 한 채, 능선에 닿아 벌판처럼 펼쳐진 흰 억새밭을 바라보며 세상에 이런 곳도 있구나... 생각하며 쓰러져 깜빡 잠들었는데, 그새 이슬비가 내렸고 누군가 여기서 비 맞고 자면 죽는다고 깨워 물 한 모금 주던 기억....
그게 첫 영축산행의 기억 전부였기에 그 때 어디로 올랐을까 종종 궁금했었고 여태 확인해보지 못했다.
군복무 시절, 휴가 나와 이 곳 저 곳 떠돌다가 통도사 아래서 일박 후 아침도 굶고 물 한통 없이 무작정 저 뒷산을 오르리라며 들어선 길. 오늘 숨차게 걸어 오르고 되돌아보며 몸의 느낌으로 되살려낸, 여기 백운암길이 그 길이었다.
시살등 낙조까지 보고나니 하산길은 야간산행이 된다. 편한 길이라 밤길에도 무리가 없다. 또 당초엔 임도와 도로를 따라가서 차량을 회수하려 했으나 지도에도 없고 리본도 달리지 않은 산자락길을 만나 포장길 걷지 않고 차량 있는 곳까지 왔다. 봄이나 가을에 꼭 다시 찾고 싶은 멋진 산책로까지 하나 빌견한 셈이다. 아마 여러 암자의 스님들이 산책로로 엮어놓은 길이 아닐까 싶다.
통도사 톨게이트에서 본 영축산
자장암과 비로암 갈림길에서
눈부신 나무들 - 연두빛 봄날이나 단풍 가을이면 황홀할 길이다
백운암에서 보는 천성산
같은 곳에서 - 금정산
함박재에서 - 천성, 정족, 대운산
함박등 아래 조~오기 양지바른 곳에서 늦은 점심. 포항서 온 부부를 만나 과메기에 소주도 한잔~
재약산(오른쪽)에서 향로산(왼쪽) 능선
재약산 오른쪽 멀리 운문산과 가지산
남쪽자락
울산 문수 남암산 능선과 동해 바다도 선명했다
구여운 죽바우
향로산 남쪽 밀양의 산군들 - 오른쪽 끝은 청도 화악산
당겨보다. 저 뾰족한 건 아마 창녕 무슨 산쯤?
돌아본 채이등과 함박등
당당한 죽바우
신불쪽을 돌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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