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 : 용천사 지나 알프스 산장 옆 - 오산리 계곡(가칭) 따라 - 별장 마을 - 비슬산 주릉 - 비슬산 정상(왕복) - 안부 - 계곡 옆 길따라 - 알프스 산장(총 6시간 반, 그 중 계곡답사가 알바 포함 3시간)
빨간 실선이 답사 코스이고 점선은 정상 길
아침 기온이 좀 떨어지며 하늘이 너무 파랗다. 아까운 날씨다. 불쑥 배낭 메고 나와 헐티재로 향한다. 늦가을 단풍이 햇살에 찬란하다. 말 그대로 숨 끊어지는 노래, 절창에 물든 숲.... 비장함마저 서리는 아름다움이다.
헐티재에서 비슬산을 올라보긴 했지만 오산리쪽 계곡으로는 첨이다. 알프스 산장 부근 공터에 주차하고 배낭 챙기는데 아주머니 셋이 나타나더니 좀 시끄럽다. 잔머릴 굴린다. 길로 가며 내내 소음에 시달리느니 오늘도 계곡이나 훑어보자...
지도를 확인하고 능선 끝자락을 따르는 하산방향으로 접어든다. 오산리로 내려가다가 다시 오른쪽으로... 발 아래 계곡이 보인다. 오산리 계곡 오른쪽 지류일 것인데, 꽤 멋스럽다. 수량도 제법이다. 조심스레 내려선다.
잠시 볼만한 경치가 이어지더니 곧 큰물에 처참히 깨진 흔적들이 보인다. 물길 건너는 흐린 길도 만난다. 오를수록 계곡 모습은 단조로워진다. 가경이라 할만한 곳은 별로 없고 넓게 패인 황량한 골짜기가 줄곧 이어진다. 단풍도 없으니 산행 재미는 별로다.
오른쪽에 민가(별장?)가 보인다. 재미없는 계곡 버리고 예쯤서 길로 올라설까 하는데 사납게 개 짖는 소리가 들린다. 긴장하여 다시 부지런히 걷는다. 잠깐 볼만한 바위가 나타나더니 다시 한참동안 이어지는 황폐한 골짜기... 그리고 작은 협곡 비슷한 구간...
지루한 코스다. 몇 번이나 골을 벗어날까 생각하지만 답사하는 셈치고 끝까지 가 보기로 한다. 상류부에 이르니 물이 마르고 골바닥에 어린 나무들까지 자라고 있어 진행을 방해한다. 마루금을 따르는 능선산행과 달리 골금을 따라가는 계곡산행은 암반 위주라 잡목에 시달릴 일이 드문데 여기는 가시달린 잡목까지 번성한다. 비탈 절개면을 보아도 알 수 있듯 이 계곡은 바위보다 흙이 많아 아직도 활발하게 토양 침식이 계속되며 모습이 바뀌어가는 중이다. 흙이 대부분 깍여 나가고 암반이 드러나야 비로소 안정된 계곡 모습을 갖출 것이다. 산행 재미는 영 아니지만 그런 특이함이 나름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한다.
마지막 구간에서 길을 살짝 잘못 들어버렸다. 무심코 더 뚜렷한 골을 따라 들어섰는데 햇살 방향이 좀 이상하다. 나침반을 보니 의도한 주릉 안부쪽이 아니라 그 옆 골인 듯하다. 돌아서기도 늦었으니 그냥 간다.
재미없는 골짜기 산행이 두시간을 훨씬 넘으니 좀 지친다. 성급한 마음에 좀 만만해 보이는 능선으로 붙어본다. 그러나 곧 엄청난 잡목이 가로막는다. 다시 후퇴... 어쩔 수 없이 계곡을 끝까지 치올라간다. 사태가 나서 흙이 움푹 쓸려내린 구간을 지나니 능선이 코 앞이다. 능선길까지는 고작 수십미터. 그러나 빽빽한 잡목들이 엉켜 온 몸으로 밀고 나간다. 길에 들어서니 온 몸이 나뭇잎과 먼지 투성이다...
맑은 날의 비슬산 조망은 대단하다. 대뜸 가야산이 반겨주고 관기봉이 빵긋한다. 지나온 길도 한 번 굽어본다.
조화봉으로 향한다. 조화봉 서쪽 능선을 따라가다가 오산리 계곡 왼쪽 지류로 내려서서 원점회귀 할 참인데 오르며 너무 지체했으니 서둘러야 할 듯하다. 그런데 그 쪽에서 중장비 굉음이 들린다. 다가가며 먼 빛으로 보니 조화봉 부근에서 포크레인이 작업 중이다. 헐...
되돌아서 정상쪽으로 간다. 도중에 계곡에서 올려다 보았던 봉우리도 오른다. 예전엔 그냥 지나쳤던 곳이다. 게다가 워낙 오랫만이니 모든 게 다 낯설어 좋다. 오후 햇살에 빛나는 은빛 억새들과 낙동강 물빛...
정상부를 둘러보고 되돌아와 좋은 길로 하산한다. 중간에 잠시 쉬고 아무도 없는 낙엽 숲길을 밟아 정확히 50분만에 주차한 곳에 도착한다. 오르는데는 3시간 걸렸는데 말이다...
계곡 내려선 지점 - 제법 볼만했다
슬슬 황폐해진다
별장들 지나 낙엽송 지대. 낙엽송은 단풍드는데 옆 계곡은 황량하다
돌아보다. 이처럼 계곡 상류는 잡목이 자라고 있다
마지막 구간에서 이미 길을 잘못 들었다. 주릉의 저 봉우리 위치를 제대로 알지 못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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