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명 :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2004)
감독 : 홍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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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 루이 아라공
결코 같은 현재에 있지 아니하다는 것. 항구적인 욕망의 표적이지만 그것이 다가오는 순간 현재가 되어버리고 미래는 늘 미래다. 사내들이 꿰차는 건 현재 혹은 과거화한 미래.
사내들은 여자를 안아줄 줄 모른다. 그저 나르시즘적 욕망의 상징적 충족 수단이다. 여자는 남성 욕망의 은유이고 상징이므로 남자들의 또 다른 자아일 뿐이다. 그녀는 내뱉는다.
‘사내들은 다 개새끼야’
진짜 개와 겉모습만 달리한 개들이 그녀 주위를 어슬렁거린다.
‘다른 곳으로 건너가지만 결국 되돌아온다’는 것이 윤회이며 <생활의 발견>이었다. 홍상수의 종전 주특기인 엇갈림은 윤회를 지나 시간이란 실존양식으로 고정되고 자아는 성적 차이가 된다. 유전하는 삶은 성과 시간으로 포착된다. 남과 여, 현재와 미래 그리고 과거.
과거는 현재로 분산하고 미래를 빨아들인다. 사내들의 미래는 열려있지 않고 과거로 닫혀 있다. 현재를 욕망으로 꼿꼿이 일으켜 세우지만 그 현재에 미래로서의 여자는 없다. 아니, 미래이므로 부재인 것이다. 달리 말해, 남자들에겐 여자란 없다. 유지태보다 김태우가 더 치사하다. 김태우가 더 순수한 듯하지만 이기적이다. 어쩔 수 없는 놈들이다.
남자에게는 여자가 부재한다는 의미에서 미래이며, 여자에게는 그런 남자를 포용한다는 점에서 미래이다. 미래는 현재와 과거를 포함하지만 공존하지 못한다. 부재하거나 포용되어 있거나이다.
첫장면의 암시. 주춤거리며 뒷걸음질 쳐 보지만 그들은 다만 과거를 답습할 뿐이다. 질투하는 남자와 한없이 기다리는 여자. 받아주고 빨아주고. 남과 여의 차이를 홍은 삶의 양식으로, 나아가 인간의 존재 방식인 시간성으로 이해한다.
미래로 존재한다는 것. 다가오는 것이며, 기다림 속에, 혹 그 너머에 있는 것. 그래서 부재는 아니다. 여자는 늘 남자의 너머 저편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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