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망처마다 기웃거리며 주억봉 향해 간다.
오래전 반대방향으로 걸었던 구간이니 기억조차 거의 없이 낯설고 새롭다.
역시 방태의 숲은 일품이다.
병조희풀.
빛깔이 참 특이하고 고운데 가까이서 자세히 보면 예쁜 단지 모양이다.
깃대봉과 배달은봉 뒤돌아보다
다시금 푸른 숲길 걷는다.
똑같은 지점은 아니지만 불과 일주일 전에 걸었던 방태산릉이다. 그 사이 꽃은 더 많이 피었다.
시야 트이는 곳마다 뒤돌아본다.
내가 뒤돌아보면 멀어지고 있던 산 또한 뒤돌아 나를 본다.
산길 풍경은 진행방향에 따라 다르다. 달리듯 걸을 땐 온세상이 내앞에만 있지만
뒤돌아보면 거쳐왔다 싶은 세상이 또다른 모습으로 거기 있다.
전반적으로 육산릉 축에 든다고 할 방태산이니 바위가 많지 않지만
배달은석 전후 바위들은 그 빛깔이 유난히 희어 더욱 눈에 띈다. 세상 물에 잠겼을 때 씻긴 빛깔인지...
잠시나마...
햇살에 달아올라 따끈거리던 바윗길.
드디어 주억봉이 지척이다. 의젓하니 산이 산답게 잘 생겼다.
살짝 짓눌린 피라밋같은 형상이라 주변 산릉 어디서나 분별하기 좋다.
왼쪽으로 매봉능선, 오른쪽으론 1351봉 지나 개인산까지.
너머로 겹쳐질 대간릉이 뚜렷이 드러나지 않는 건 어쩔수 없는 아쉬움..
조망 아쉬운 대신 이 계절엔 저 울창한 녹음이 있다.
수피 흰 자작도 더러 섞여 초록동색의 단조로움을 깨며 이채 더하기도 하고..
뭐니뭐니 해도 오늘 산행의 백미는 저 꽃들.
까막눈에 가까워 불러줄 수 없는 이름들이 더 많지만, 꽃이 크고 빛깔 진하여 유난히 잘 띄는 동자와 노루오줌은
더위에 은근히 지쳐가는 오늘 산길의 든든한 동반자다.
주억봉에서 돌아보다.
근데... 하늘이 좀 이상하다.
배달은석 이후 여기까지 바람없이 유난시리 덥더니만, 문득 검은 구름 몰려들고 빗방울 몇 떨어진다.
소나기 한 줄금 쏟아져 좀 식혀줘도 좋겠다, 싶은데 상황은 거기서 끝나고 만다.
?
?
가야할 구룡덕봉과 1351봉.
너머 멀리 흐릿한 건 오대산릉일 듯.
모싯대. 오늘 참 많이 본다.
일주일 전에 걸었던 길, 주억에서 구룡덕 능선..
갠적인 느낌으론, 배달은봉에서 주억보다 숲은 더 아름다운 듯하다.
일주일 전과는 반대방향으로 걷는 길, 또다른 느낌의 시공간이다.
게다가 주억봉 오는 동안 더위에 지친 나머지, 일행에게 너무 빨리 걷는다고 불평했더니 조금 여유로워진 걸음이다.
구룡덕봉 전 안테나봉에서.
동행한 carpediem은, 오래 군시설이 점하고 있던 이 봉우리가 원래 구룡덕봉이 아닐까 주장한다.
사실 여기가 구룡덕봉(1388m)보다 몇m 더 높기도 하니, 그 또한 일리 있어 보인다.
지나온 산줄기 뒤돌아보다
일주일새 꽃 더 많이 피어난 듯한 초원 너머로 가야할 능선 건너보다.
맨 오른쪽이 침석봉.
구룡덕봉과 매봉 능선.
너머로 대간릉이 흐릿하다. 사실 대간릉 쇠나드리재에서 진고개까지도 미답이다.
울창숲도 궁금하고 꽃도 궁금하니, 좋은 때 골라 꼭 밟아보고 싶은 줄기다.
바람좋은 조망데크에서 한참 몸 식히고 나서 꽃길 내려선다.
저 표지엔 약수터 250m라 적혀 있는데, 어두원골 하산로도 저리 이어지지 않을려나 싶다.
다시 보아도 부드럽기 그지없는 산줄기.
가장 편안한 느낌으로 잦아드는 저 기울기를 바라보며 언젠가 꼭 함 걸어보리라... 입맛 다셨더랬는데,
그게 일주일만에 현실이 되다니...!
이번에도 구룡덕봉은 오르지 않는다. 까치수염 찰랑찰랑 인사하는 임도따라 간다.
구룡덕봉 바로 아래 산자락 살짝 드러난 곳이 있다. 이제 가야할 능선 들머리 있는 곳이기도 하니,
지난번처럼 길옆 두어걸음 올라서서 굽어본다.
개인산 방향으로 몇 걸음 접어드니 좀 헐벗은 공터가 나타난다.
가야할 능선과 사방 조망이 툭 트이는 기분좋은 곳이다.
비스듬히 뒤돌아본 안테나봉
인적 드문 미답능선을 바라보는 노릇은 희열에 가까운 즐거움이다.
무언가 비경이 기다리고 있을 듯...
carpediem은 지난주 삼봉휴양림에서 올라 가칠봉 응복산 구룡덕봉을 거쳐 어두원골로 내려왔다 한다.
사진 가운데쯤이 응복산과 가칠봉, 왼쪽 아래 움푹 꺼진 곳이 월둔고개...
일대 휴양림을 두루 섭렵하다보니 인근 지리에 유난히 해박한 그가 자신이 걸었던 능선을 바라보며 설명하고 있다.
나또한 일주일만에 두차례, 방태산릉 남과 북을 기점으로 오르다보니 주변 지리가 조금은 눈에 든다.
지난번 점봉산 가칠봉행까지 더하면, 기린면 행정구역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방태천 수계가 비교적 요연히 파악된다.
황홀한 꽃밭이다.
우리로선 초행의 미답지란 점을 고려하면 점입가경.
아침가리골 너머 가칠봉 갈전곡봉 지나 대간릉...
구룡덕에서 매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숲 역시 참으로 깊고 울창해 보였으니,
조경동 깃점으로 매봉 구룡덕봉 응복 가칠, 갈전곡을 잇는 코스를 그려본다. 짧지 않은 거리지만 맘먹으면 기회는 있을 터.
잠자리와 벌들 잉잉대는 꽃밭. 한철 숲과 초원의 황홀은 가장 저들의 것일런지도.
동자와 키 겨루는 오른쪽 이 멀대가 큰산꼬리풀이렷다?
묵은 임도같은 길이다.
조망데크에서 굽어보던 그 나른한 안식의 기울기, 그 능선길따라 지금 걷고 있다.
오늘 코스중 최고의 산책로라 할만하다.
길은 꽃길...
꽃 따랴, 일행 따라가랴,
널럴 산책로에서 나혼자 몸과 맘이 바쁘다.
방태산릉, 제법 더운 산행하며 쌓였던 피로가 싹 풀리는 느낌...
숲 사이로 주억봉이 빼꼼...
늙은 주목 한 그루가 이채롭다
방태산릉 못지않게 고목 참나무 많이 보이고, 등로 덜 뺀질하니 깊은 맛은 오히려 한 수 위다.
덜핀 꽃봉오리가 예뻐 보여서리 기냥..
아참, 넘 내빼지 말고 모델도 좀 해주고 그러라고...
뒷줄 구룡덕봉과 안테나봉(좌), 오른쪽은 개인산릉 최고봉인 1351봉
싱싱한 노루오줌과 동자꽃은 정말 많이 만난다.
김문암님표 표지 달린 개인산정. 늘 비슷한 글씨체가 아니라 더 예쁘다.
산이름답게 개인산은 어질다. 제법 숨차게 치오른 1351봉과 달리, 정상부 다가서는 길이 한동안 거의 등고도로 이어진다.
가쁜 숨 몰아쉬며 정복하듯 정상 오르는 게 아니라, 편안한 심신으로 정상에 선다. 그래서 어진 산인가..
침석봉 가는 길엔 큰 바위들 더러 보인다. 기력 넘친다면 조망 찾아 기웃거리기도 하겠으나
그럴 여건은 아니다.
은방울꽃 비슷한데...?
혹 무슨 난초?
침석봉에서.
그런데 침석봉(김문암표) 정상표지는 1325봉에 있었다. 착오일까? 지형도상 침석봉은 분명 여기인데...
길은 삼거리다. 직진하면 생둔으로 갈 수 있지만, 우린 북쪽 개인동 계곡 방향으로 간다.
하산길 들머리의 그로테스크한 광경.
부러진 줄기는 어딜 갔나? 멧돼지가 잡쉈나?
길은 한동안 완만하게 이어진다. 노루오줌꽃밭 가로질러 간다.
오후햇살에 빛나는 노루오줌꽃밭 가로질러 걷는 기분이란...
펑퍼짐하던 산마루 벗어나니 능선의 날이 서고 길은 가팔라진다.
그냥 내쳐간다... 고도 휙휙~ 낮아진다.
길옆 조망바위에서 방태산릉이 한눈에 건너보인다.
15mm 광각으로도 전경 담기 어려워 좌우로 나누어 담는다.
왼쪽부터 깃대봉 배달은봉, 주억봉까지.
주억봉에서 구룡덕 1351봉까지
빛깔 물들어가는 마가목 열매
계곡 내려서다.
저만치 하류쪽으로 집이 보인다.
땀 씻고 잠시 걸어내려가 '미산너와집'으로 들어선다. 침석봉에서 미리 주문해둔 능이백숙으로 허기진 배를 채운다.
주차해둔 한니동 입구까지 차편 부탁하여 출발지까지 되돌아온다(소형 트럭 1대분 3만원, 우린 식당 고객이라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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