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 백운산에서 쫓비산으로 100311

코스 : 진틀(10:25) - 백운산(11:50) - 헬기장(12:25) - 점심 - 매봉(13:45) - 512봉(14:30) - 갈미봉(15:20) - 쫓비산(16:10) - 정맥갈림길(16:25) - 청매실농원(17:00) - 주차장(17:30)   맑고 포근.   

 

 

겨울에서 봄으로 휘청이는 환절의 시간이 권태롭다. 꽃은 아직 오지 않았고 산빛은 무딘 대기 속으로 흐려졌다. 그런데 이 무슨 괴이쩍은 조화일까? 3월의 폭설, 것두 전국적으로다가.

태양과 달과 별이 따로이 노는 듯하다. 서로의 얼굴 보지도 않고 잡아먹는, 저마다 개성시대의 먹구름 속이라 할까?

지역 산악회들, 겨울엔 당최 갈 생각 없는 산이라 늘 궁금하기만 하던 백운산 설경. 덕분에 때이른 매화 놀이에 편승이다(물론 매화는 아직 없다). 

 

짧은 코스나마 주능선 더듬으며 설경이나 만끽하고 왔으면 좋았을까? 결과적으로, 좌섬진 우백운 조망의 헛된 기대와 선답자의 그릇 정보에 홀려 실속없는 걷기운동(극기운동?) 하루가 되고 말았다. 뭐, 생각하기 따라 호남정맥 한구간 답파했다 해도 되겠지만...

매봉까지는 능선 곳곳 깊이 몰린 눈으로 삼월의 심설 밟는 맛이나마 있었지만, 이후 구간은 정말 재미없다. 갈미봉까지 단 한 군데 조망 트이는 곳 없고 숲이 썩 아름답지도 않다. 갈미봉 지나 섬진강 숨긴 반토막 조망처 하나, 쫓비산과 정맥갈림길 지나 역시 빼꼼하게 섬진강 하류쪽 조망처 하나, 그게 전부다. 다만, 동네 뒷산답게 특징없는 능선 곳곳 진달래가 흔한데 꽃시절엔 좀 나을지 모르겠다.

 

재미없는 산행을 더욱 재미없게 만든 건, 진틀에서 매화마을까지 21km 이상 능선을 6시간 반에 주파하라는 산악회의 터무니없는 요구. 쫒기는 개마냥 내달리기만 하는 산행이 무신 재미랴만... 그럴 줄 알면서 또다시 당한 나도 대책없는 바보인 게야~

 

들머리에서 물소리 요란한 계곡 굽어보며

  

 산수유 피려 하고...

 

 눈길 접어든다. 삼월의 남도에서 눈산행이라니...ㅎㅎㅎ

 

눈덮인 계곡 모습이 볼만하여 카메라 들이대지만 난잡하게 얽힌 고로쇠 파이프가 볼썽 사납다. 이 곳 역시 고로쇠 파이프가 산을 망친다.

정상과 신선대 향 갈림길, 일행들 숨 돌리며 서로의 눈치만 살핀다. 다들 신선대를 거쳐가고 싶은 마음인데 주어진 시간이 너무 박하다. 어쩌랴, 미련 버리고 정상 향해 바로 치오른다.

 

 주릉 전망바위에서 가야할 능선 굽어본다. 매봉에서 512봉 갈미봉 쫓비산까지 한 눈에 든다.

 

 주릉 북사면은 눈꽃도 일부 남아있다.

  

 억불봉으로 이어지는 능선

 

도솔봉과 또아리봉 쪽 

 

 정상에서 돌아보는 억불봉

 

 지리 반야를 건너보며

 

 신선대쪽 능선

 

 매봉 능선과 하얀 지리 상봉, 아래로 성제봉 능선 

 

 지리 주릉

 

 매봉릉 접어들며 돌아본 정상부

 

 적설이 제법 깊지만 봄눈은 습하다. 워낙 포근한 날씨에 쉬 녹아내린다.  

 

 

 헬기장에서

 돌아보다

 

 

 

 한겨울 지겹도록 보았는데 새삼스레 별스러운 건 왜일까...

 

 

 

매봉 지나면 눈은 별로 없고 곳곳 질척길이다.

그러나 왼쪽은 백사장 아름다운 섬진강 푸른 줄기, 오른쪽은 억불봉으로 이어지는 백운산 주릉, 시원스레 조망만 트인다면 참 멋진 능선일 터인데.... 그다지 볼품없는 숲길이 끝없이 이어질 뿐이다.   

 

매봉 이후 첫 전망대에서 돌아본 갈미봉(오른쪽) 과 백운산 상봉

 

 같은 곳에서 본 갈미봉과 지리, 오른쪽은 구재봉 쯤일까?

 

두번째 조망처에서 본 섬진강 하류 하동읍과 멀리 금오산

   

매화밭 내려서며 보는 섬진강과 멀리 성제봉릉

 

당연히 매화는 없었다. 양지 몇 그루 꽃을 터뜨렸을 뿐. 음력으론 아직 정월인데다, 근래 궂은 날씨도 많았다.

아마 일주일에서 열흘은 더 있어야 볼만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