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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여행/경상권

통영 벽방산 090226

by 숲길로 2009. 2. 27.

코스 : 노산리(10:30) - 관대바위(11:05) - 매바위(11:25) - 386봉(12:20) - 천개산(13:05 점심식사) - 안정치 - 벽방산(14:23) - 의상봉(14:56) - 의상암 - 가섭암 - 안정사 주차장(15:40)

 

(위 지도대로.  더운 철에는 반대방향 진행이 낫겠다)


젖은 깔비 밟으며 걷는 숲길, 동네 뒷산이지만 짙은 솔그늘 부드럽게 이어가는 일급 산책로다. 싸~한 솔향 번져와 폐부 가득 차오른다. 천개산까지 비교적 꾸준한 오름이지만 두어 군데를 제외하곤 그리 급하지 않다. 그러므로 조망대란 조망대는 모두 다 기웃거려 볼 일. 날씨만 받쳐준다면 바닷가 산 특유의 눈 시리게 푸른 조망이 사방팔방 흐르며 펼쳐진다.


첫 전망 바위는 관대(觀臺). 돌탑 있는 주등로에서 200m라 적혀 있으나 조금 더 되겠다(왕복 10여분 남짓). 담담하고 고풍스런 이름답게 조망 좋고 멋스러워 그냥 지나치기 아까운 곳이다. 나중에 판단컨대 이 코스, 가락종친회관 쪽을 들머리 삼기보다 전두리쪽 능선 끝자락을 잡아 관대를 거쳐 오르는 게 나을 성 싶다.

철계단 있는 매바위, 시설물 없다면 오르내리기 수월치 않을 곳으로 역시 일급 조망대.

이어지는 바우들, 전망도 전망이려니와 생김 또한 재미있어 눈요깃거리다.

386봉. 천개산릉까지 이어지는 능선 중 최고의 포인트다. 원근 조망이 뛰어난데다 명물 천년송이 품격을 더한다. 천년송 너머 천개촌으로 이어지는 능선 또한 구미 당긴다.

386봉 가파른 나무계단 내려서면 천개산 직전 송전철탑까지 조망 없이 지루한 오름길이다. 숲 사이로 빼꼼 돌아보니, 지나온 능선 역동감 넘치는 산세가 인상적이라 더욱 아쉽다.


넘 산만하여 일급 조망대로선 2% 부족이 되어버린 천개산정에는 정자, 그 아래는 헬기장.

은봉암 쪽 가파른 능선에 멋진 조망바위 직립해 있지만, 나날이 거해지는 듯한 안정공단이 발아래 가득하여 별 흥미로운 곳이 아니다. 은봉암은 아직 미답이나 수월케 가려 안정치로 직진한다.

임도 교차로 안정치에서 올려다보는 벽방산빛이 좋다. 벽방(碧芳)이란 이름을 감싸는 저 푸른빛은 상록의 대숲이다. 산정 암릉을 싸안고 펼쳐진 대숲은 흔히 보는 산죽, 조릿대도 아닌데 다시 보아도 퍽 이채롭다. 대숲 사이 길 흔적 있어 잠시 더듬어 본다. 주등로 지척임에도 문득 적막하다. 인적 드문 날 저녁 무렵쯤, 홀로 저 숲에 들어 벽방산 푸른 암벽 올려다보며 길게 부는 바람 소리 한자락 귓속 깊이 담아왔으면...


솔과 암릉이 멋스런 벽방산 정상부. 지난번엔 늦가을이었을까? 단풍은 고왔지만 바람 거세고 추워서 여유롭게 살피질 못했다. 이번엔 고루 기웃거리며 느리게 오른다.

포근한 봄날씨, 오후 들수록 운무 낮게 번져간다. 다도해 먼 섬빛과 북으로의 먼 산릉이 가물가물 흐려지다가 사라진다. 초겨울처럼 매웠던 지난번엔 남해섬과 지리산까지 가물거렸었던가...?


하산길에 의상봉 올라 벽방 천개 능선 한 번 돌아보고, 물맛 참 좋던 기억 좇아 의상암 찾는다. 요즘 워낙 가문지라 혹 마르지 않았을까 했지만, 수량 그만하고 물맛도 여전하다.

흥미로운 사실 하나,

안정사나 의상암 현판에서 보듯, 불가(佛家)에서는 벽방碧芳이 아니라 벽발碧鉢산이다. 가섭존자(迦葉尊者)가 벽발(碧鉢 스님 밥그릇) 받쳐든 모습이라니, 그 기발하고 대담한 구도求道의 상상력에 아연할 따름. 어쨌거나 벽방과 벽발, 푸른 꽃과 푸른 밥그릇, 두 이름은 서로 마주보며 한결 아름다워진다. 대숲 기슭 드리운 푸른 암벽, 어둔 내 눈에는 꽃 같기도 하고 엎어놓은 바리때 같기도 하여 종잡기 싫은데, 꽃을 밥삼고 밥을 꽃삼는 그 마음들... 하나같이 향취 그득하여 참으로 시적이라 여겨진다.       


주차장 가에 퍼질러 앉아 반가운 이들과 모처럼 소주 한잔.

나른하게 올려다보는 벽방산 푸른 솔숲이 꿈결마냥 싱그럽다. 이제 알겠다, 벽방팔경 한산무송(寒山舞松)이 허명 아님을. 취한 눈으로 상상해 본다. 눈보라 칠 듯 세찬 겨울바람 드니 저 솔숲 도도히 흔들리는데, 안정사 절마당에 서서 아득히 올려다보는 그림자 하나...

 

작지만 아름다운 산, 아직 미련 남았을까?

다시 기회 된다면, 성철 스님 인연 깃든 은봉암과 안정사 위 천제굴이나 함 찾아볼까나... 

 

관대에서.

 

 왼쪽 멀리 거제 명산들이 떠올라야 하건만 하늘은 낮고 흐리다

 

 가운데 통영 미륵산이 뚜렷하다.

 그러나 배후를 지우는 안개... 무채의 한통속이 달가울 리 만무하다.

   

 사라진 것들이 궁금한 거제 쪽,  빈 하늘이 단조롭다... 

 

  매바위.

  거창한 시설물 아깝지 않을만한 조망이 기다린다.

 

 

 애개개... 공룡바우

 

 남해의 하늘금들.

 당겨본다.

 

 멀리 흐린 두미도 천황봉.

 사량도 기복 암릉.

 

 가야할 길. 386봉, 천개산, 벽방산... 

 

 이런 나무들, 자주 접하는 남국 식생이지만 아직 통성명도 하지 못했다.

 그러나 불꽃같은 저 수형만은 언제나 인상적이었다.

  

 386봉.

 

 386봉 오르며 돌아보다.

 

 

 천년송.

 

 

 

 

  386봉 내림길. 이후 천개산까지 조망 부실하다.

 

 천개산 오르며 보는 와룡산.  너무 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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