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 : 황점(10:30) - 능선 - 1088봉 - 1219봉 - 1288봉 - 덕유 주릉(16:20) - 삿갓골재 - 황점(18:00)
(진행 경로는 연두색 점선)
남덕유 가는 산악회, 밤늦게 인터넷 예약하고 아침에 갔더니 빈자리 없이 만차다. 헐...!
이왕 내친 김에 혼자 내지른다.
오래 벼르던 코스였지만 예상보다 많이 힘들었고, 황점에서 황점으로 돌아오는 7시간여 동안 사람 하나 만나지 못했다. 참 오랜만의 적막산행. 주어진 시간에 후딱 해치우는 빤한 산행만 다니느라 한동안 잊고 지냈던...
새록새록 되살아나는 그 느낌과 맛이 나쁘지 않다.
무룡산 동남릉.
작년 여름 무룡산 쪽에서 들어섰다가 워낙 무성한 덤불숲에 질려 돌아선 곳이다. 이번엔 황점에서 바로 치오른다. 웬만하면 삿갓봉 넘어 월성치로 내려올까 했는데, 삿갓골재로 내려오는데도 해 떨어진다. 어지간히 팍팍한 코스.
발목 푹푹 빠지도록 쌓인 눈과 낙엽보다, 잎 진 나뭇가지 헤치고 나가는 게 더 힘들다. 사정없이 할퀴고 잡아당긴다. 흐려도 길은 길인데, 그저 방향만 알려 주려 할 뿐 무성히 우거진 꼴이 숲과 별반 다르지 않다. 여름철엔 특히 엄두내기 힘들겠으나, 저 암릉구간만은 꽃시절에 마학골과 이어 다시 한 번 돌아보고 싶다.
뚜렷한 들머리가 있을 성 싶지 않아 계곡 옆길 잠깐 따라가다가 적당히 치오른다. 코 박으며 가파르지만 키 낮은 산죽 헤치며 오를만하다. 15분여 만에 파묘터인 듯한 첫 봉우리. 오른쪽을 돌아본다. 잠시 망설였던, 옥천사 지나 밭 너머 산소 보이는 능선자락 따라 올랐으면 조금 수월했을까...?
리본 하나 없어도 능선에는 흐린 산길이 이어진다. 예부터 초군 약초꾼 쉼 없이 드나들었을 길이다.
한동안 조망이 없다. 조망은 1088봉 전부터 트이기 시작하고 이후 곳곳 암봉 암릉들에서 눈맛 아주 시원하다.
까칠하기 짝이 없는 이 코스의 결정적 매력은 1219봉에서 1288봉 사이에 있는 암릉구간인데, 힘들게 오른 보람 느낄 만큼 조망 훌륭하고 오르내리는 재미 쏠쏠하다.
기도움막 있는 1219봉 지나면 곧 소나무 멋스런 암릉으로 이어진다. 멀리서 보면 기차바위처럼 이어진 듯한 이 구간, 실제론 중간 중간 끊어지며 가파른 오르내림에선 퍽 조심스럽거나 우회를 요한다.
다시 가파르게 치오르는 1288봉, 정상부는 암봉이라 곧장 내려서기 힘들어 잠시 되돌아와 남쪽으로 우회한다.
이후, 돌아보는 조망처 곳곳 불거지는 능선 숨차게 치오르면 무룡산 오르는 주릉길 계단이 보인다. 숨 돌리고 오래 머무를 만한 널찍한 바위들이 좌우 곳곳에 좋다.
들머리 십여분 치올라 돌아보니 대충 이런 비탈...
삼각점 있는 봉우리 전, 위 지도상의 900고도 직전 지점 능선 살짝 벗어나
첫 조망 트이는 곳에서 둘러본다. 먼저 남덕유와 삿갓봉.
남령 좌우.
삿갓봉과 무룡산
1088봉 지나 조망좋은 암봉에서
진행방향으로 불거지는 암릉들. 오른쪽 바위는 접근이 수월하다.
1219봉의 기도 움막. 포갠바위벽에 붙여 바람 피한 지음새가 특이하다.
움막 왼쪽으로 난 길 대신 저 포갠바위 오른쪽으로 붙어 올랐다.
움막과 포갠바위
포갠 바위 위에서 돌아본 동쪽.
왼쪽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마학골로 향하겠고, 멀리 보이는 건 가야산릉과 거창 가조의 산릉들.
좀 당겨보니...
수도 단지 능선과 호음 시루봉 능선이 겹쳐진다.
지나온 능선 너머, 월성리 뒤로 금원 현성 줄기가 시원하다.
다시 남령과 수망령쪽.
거쳐온 동남릉 산줄기도 한눈에 보인다.
다시 남덕유와 삿갓봉. 남덕유는 이제 서봉도 우뚝하게 드러난다.
오늘 코스의 사진들은 어쩔 수 없이 무척 단조롭다.
길지 않는 구간, 빤한 조망을 두고 고도와 방향에 따라 여기저기서 똑딱거린 것들...
향적봉 방향. 저 끝 희끗한 게 향적이다.
당겨본 남령. 뒤로 걸리는 건 괘관산과 백운산일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