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3개 노선을 이어달리니 서해의 고장 영광이 많이 가까워졌다. 식사시간 포함 4시간.
역시 난 무슨 축제나 꽃구경 취향은 아닌 모양이다.
추분이 낼모렌데 여전히 뜨겁기만 한 구월, 너르게 가꾸어 놓은 꽃동산도 심드렁하고 먼지 폴폴 나는 땡볕길이 싫어 자꾸 숲으로만 달아난다.
그러나 이번엔 산행 계획은 없다. 카메라 똑딱이며 느리게 어슬렁거리다가 불영대 조금 지나 되돌아온다.
오래 궁금했던 불갑산 꽃무릇...
기대만큼은 아니었다. 대규모 군락이 인상적이지만 너무 인공정원스럽고 강렬한 꽃빛과 꽃모양에 곧 질려버린다. 숙제 했으니 다시는 불갑산 꽃무릇 타령 안해도 되겠다...
홀가분하다.
잘 가꾸어 놓은 잔디밭 기슭 산자락이 붉다.
다른 곳에선 그리 흔치 않은 꽃이지만 예선 지천이다.
꽃무릇 정원. 유난히 더운 올 구월, 꽃빛은 햇살에 타고 있었다.
숲으로 드니 비로소 꽃이 꽃답게 귀해 보인다.
선홍의 꽃빛이지만 은은하게 그늘을 물들이며 여유롭다.
개인적으로는, 불영대 부근이 가장 좋은 듯하다.
짙은 녹음 가시지 않은 구월의 숲.
잎과 꽃이 만나지 못하여 푸른 대궁은 비리고 날카롭다. 한 움큼 허공을 움켜쥐었으나 내려놓을 마당 한 뼘 기르지 않는다. 가느다란 선과 점만으로 피어나는 꽃. 무수한 가시 꽃잎 끝마다 눈망울 하나씩. 그 눈 감은 후에야 올 잎을 향한 밤낮 없는 기다림이 꽃잎보다 붉다.
그러나 숲의 푸른 어둠은 상사의 맹렬함을 누그러뜨린다.
검은 바위 사이사이 놓이는 붉은 반점들, 숲 사이로 드는 햇살과 그늘에 기대 조금은 편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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