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 : 청도읍 평양 1리 - 오른쪽 능선따라 - 화악산 - 윗화악 - 아래 화악 - 평양 1리(아래 부산일보 코스대로. 여유롭게 5시간 30분)
청도 화악산.
지척이라 미루고 미루다가 이제야 오른 것이 미안한 산, 오르고 보니 다른 시절도 보러 와야 할 산이다. 늘 멀리서만 남산(청도읍의 남산이지만 화악산의 북쪽 산)과 함께 짝진 엉덩이처럼 둥두렷하여 어둔 눈에 오래토록 방향 가늠자 역할을 해 주던 산이다.
산행 시작이 너무 늦었다...! 팔조령 터널 지나 굽어보는 먼 산 아침산빛에 탄식을 토했다. 대신 저무는 산빛들을 보았다. 저녁빛의 산들은 명암 선연한 아침빛보다 한결 부드럽고 따스하게 물들어 있었다. 아내는 아침잠 많은 자기 덕분에 저녁빛을 보지 않느냐고 어이없는 생색을 낸다.
평양리 대숲을 지나 들어선 오름길, 간벌되어 깨끗한 솔숲 사이로 난 능선길은 가파르지도 느리지도 않다. 620봉까지는 별 조망이 없어 단조로운 편이나 이후 두어군데 남쪽으로 조망바위가 있다. 800고도쯤부터 눈발도 보인다. 북쪽 능선이니 며칠 전에 내려 녹지 않고 있는 것일 게다.
돌탑봉에서 먼 산 보고 있는데 왁자한 소리 들리더니 쌍지팽이 한 부대가 들이닥친다. 얼른 비켜 정상을 향한다. (좀 무례한 이들이었다. 산길을 교행할 때는 쌍지팽이를 좀 거두거나 한쪽으로 비켜 짚으면 좋겠는데 먹이 덮치는 거미마냥 활개치며 쇄도한다. 니가 알아서 비키라는 거다. 쇠다리까지 밀며 속도 탐하기 전에 산행예절이나 좀 배웠으면...)
이제부터는 느긋하고 여유로운 길이다. 길가에는 심심찮게 억새도 피어 있다. 철지난 꽃들이지만 역광에 하늘거리며 길동무하는 겨울 산길은 한결 따사롭다.
정상은 말할 것도 없고 돌탑봉부터는 곳곳이 조망대다. 멀리서 보면 눈에 띄는 산형을 이룰만한 규모는 아니어도 정상에서 아래화악까지는 은근히 바윗길이 많다(철마산쪽도 그럴 것이다). 여기저기 조망 살피며 가면 그다지 속도가 나지 않는다. 내려서며 보는 능선은 정상 오르며 보던 것 이상으로 역동감이 넘친다. 아래화악과 그 너머 철마산까지 치켜올리며 좌우로 꿈틀대는 근육질의 산굽이는 매우 멋스러워 무등산 백마능선을 연상시킨다. 철마산이란 이름이 빈말 아님을 알겠다.
다가가며 보는 운문산과 재약산 방향의 산릉들도 조금씩 부피를 더해간다. 가파르게 쏟아지는 평양리 계곡 굽어보며 바위에 선다. 오후햇살에 붉게 빛나는 겨울숲이 봄빛마냥 곱다.
무엇보다 이 능선 조망의 백미는 서남쪽이다. 화왕산에서 부곡 영취산 방향으로 이어지고 겹쳐지는 톱날릉을 배경으로 밀양과 창녕 사이의 올망졸망한 산릉들이 잊지 못할 그림으로 펼쳐진다. 가히 산릉의 황홀이라 할 만하다. 불과 오백미터 전후의 산릉들이 빚어내는 저 율동미는 높고 큰 산들이 줄 수 없는 아름다움이기에 새삼 근교산행의 즐거움을 되새기게 한다.
밀양 방향으로는 옥교산릉이 인상적이고 그 아랫자락의 가산저수지도 눈길을 끈다. 자꾸 우뚝해지는 철마산 뒷덜미를 바라보며 아래화악에서 느긋하게 쉬고 가파른 내림길 따라 총총 하산.
밤나무밭을 지나 평양마을에 도착한다. 붉게 물들어가는 산릉 바라보며 푸른 대숲에 잠자리 마련하는 까치들의 지저귐 들으며 집으로 향한다.
초입부터 이어지는 솔숲길
오름 능선에서 건너보는 남산. 남산 역시 솔숲과 조망암릉길 걷는 맛이 좋은 산이다.
시원하게 빠진 철마산과 아래화악릉
아래화악에서 윗화악
정상부에서 보는 남산 - 밤티고개에 조성중인 전원주택지가 좀 흉해 보인다.
비슬산 능선과 풍각면 - 대견 조화 관기봉이 뚜렷하다
당겨본 화왕산릉
오름 능선과 남산, 그 너머 선의산, 오른쪽 멀리 육화 구만산 등등
오례산릉 너머 멀리 운문산과 천황 재약산 능선(위 아래 사진 모두)
다시, 남산 너머 선의산
오늘 산행 최고의 눈맛을 선사하던 서남쪽 산릉의 향연 - 부곡 영취산쪽일 듯.
화악산행의 즐거움 중 하나는 진행방향 능선을 매우 역동적으로 감상할 수 있다는 것. 밖에서 보기에 좋은 산들이 의외로 이 조망이 되지 않아 실망스런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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