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 : 지경리 주차장(10:30) - 금오동천 - 성터능선 - 성안 - 습지 - 철탑 - 성터 - 헬기장 - 약사암 - 마애불상 - 철탑 - 할딱고개 - 대혜문 - 주차장(15:30)
흐린 날의 산. 캄캄하게 빛나던 북쪽 벽들...
수묵(水墨), 즉 물빛 먹빛. 푸른 산에 물빛 눈보라 치니 흙빛 더 검어졌다.
대구에서 지척인데 금오산을 오르는 게 몇 년 만인지...
대충 꼽아보니 25년 전쯤일까. 물론 그 이후로도 도선굴이나 폭포 부근까지 어슬렁거린 적은 있다.
참 많이도 변했다. 등로도 엄청나게 얽히고 포장되고 흉칙한 시설물도 많이 들어섰다.
금오동천길은 지금 계절에 오르긴 별로인 거 같다.
초입은 산자락길을 따라가다가 2폭포 가는 길로 내려서서 계곡을 따라가 본다. 우회없이 골금을 따를 수 있는 1폭포까지는 제법 암반계곡의 그림이 좋다. 수량 많은 여름이나 단풍 고운 가을에 오면 아주 볼만하겠다. 그러나 위로 갈수록 평범하다. 잎 지고 황량한 계절이라 더욱 그럴 것이다.
성터 능선을 지나면 고원 평탄면이 펼쳐진다. 정상행을 포기하고 성안으로 향한다. 대혜골 최상류인 이곳은 옛날엔 화전 마을이 있었다는데 지금은 사라지고 너른 습지로 변해 있다. 작은 갈대숲과 초원이 숲에 둘러싸여 아주 독특한 분위기와 운치를 자아내는 곳이다. 물을 즐길듯한 가지 치렁치렁한 저 나무들이 푸르게 물들어 올 때, 또는 억새꽃 윤기가 살아있고 단풍이 그늘을 치는 시절쯤이면 신비롭고 그윽한 분위기가 일품이겠다. 꼭 다시 한번 찾고 싶은 곳이다.
샘터가 있는 성안 갈림길에 비닐을 둘러친 대피소(2동)에서 점심을 먹는다. 그런데 이 대피소가 바람 찬 겨울에는 참 고맙긴 한데, 습지의 황량하면서도 독특한 분위기를 해치며 조금 볼썽사납게 느껴지기도 한다. 산중의 편의란 늘 신중할 일이다.
습지 옆으로 난 길을 잠시 따르다가 철탑봉쪽으로 향한다. 내가 좋아하는 산비탈을 따라 흐르는 길이다. 오늘은 지나간 사람조차 없는 듯 밟히는 눈까지 뽀송하고 호젓하기가 그만이다.
철탑봉에 서서 조망 한 번 보고 정상쪽으로 향한다. 갑자기 많은 사람들이 나타나고 다져진 눈길이 조금 미끄럽다.
정상 아래 헬기장에서 다시 먼 산 조망. 눈발친 산비탈의 겨울 칼다봉릉과 너른 백사장을 펼치며 유유한 낙동강이 시원하다. 그러나 저 철탑과 전깃줄들... 잠시 빠져드는 풍경의 즐거움을 확 깨 놓는다.
정상은 가지 않고 바로 약사암으로 향한다. 암자 마당에 서서 멀고 가까운 산들을 바라본다. 흐린 날씨, 겨울산 북벽의 삼엄함이 무채색 바람에 실려 장하게 육박해 온다. 강렬한 흑백 대비의 산빛 눈빛에 옛기억도 조금 되살아나는 듯하다.
예전에 못 보던 앙증맞은 돌탑들도 지나쳐 마애불로 향한다. 특이하게도 각진 바위에서 태어난 보살인데 보수한 입술 부분이 흉해서 안타깝다. (해설을 읽지 못했으나) 고려적 솜씨인 듯하다. 통일 신라인의 정교하고 세련된 솜씨에서 느껴지는 사실주의와 반듯함이 싫어서일까, 고려인은 선을 흔들고 비례를 깨 버렸다. 생생함이 떨어지고 투박해졌지만 더 현대적이다. 능력의 문제만이 아니라 미감의 변화 탓이기도 할 것이니, 요즘은 군더더기 없는 신라 것보다 못생긴 고려 것들이 더 마음이 간다.
안내 산악회를 이용하면 늘 후반부가 바쁘다. 부지런히 걷는다. 그러나 눈이 다져진 돌길은 여간 조심스런 게 아니다. 어지간한 산들마다 지나치게 포장된 저 돌길은 정말이지 때로 분노와 저주의 대상이다. 그 분노는 산행의 즐거움조차 가차없이 뺏아가 버린다.
금오산 입구는 그 동안 너무 변해서 거의 알아볼 수가 없다. 우람한 낙엽송 가로수조차 낯설다.
버스에 이르니 맨 꼴찌다... 엎어지면 코 닿을 곳이 집인데 벌건 대낮에 하산하는 안내 산악회 이용이 차츰 지겨워진다. 어디로 빠져나가야 할까...
금오동천
성안 습지
성안에서 철탑쪽으로 이어지는 산비탈길
철탑 위 조망대에서보는 칼다봉릉 - 칼다봉??? 이 단어의 유래가 궁금하다.
약사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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