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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여행/경상권

문경 천주산과 공덕산(071006)

by 숲길로 2007. 10. 7.

코스 : 천주사 - 천주산 - 공덕산 - 묘봉 능선 - 윤필암 - 대승사(5시간 30분)

 

 

 

하늘기둥이란 이름처럼 가파르게 치솟은 독립암봉 천주산은 절정의 고도감이 봉화 달바위봉을 연상시키지만 코스가 짧고 단조로워 공덕산과 함께 산행이 많이 이루어진다. 

공덕산은 천주산과 반대로 품새 넉넉한 육산이지만 묘봉쪽으로 아기자기한 암릉이 발달하여 나름 다양한 재미가 있다. 또 유서깊은 사찰과 불교유적을 자락에 품고 있으므로 답사를 병행한 원점회귀 산행지로도 적당하다. 바위 능선상에는 멋진 소나무들도 많지만 낙엽성 활엽숲이 주종이므로 늦가을과 봄 풍광이 매우 아름다울 듯하다.    

 

천주사 지나 가파른 숲길도 끝나면 정상부 암릉을 좌우로 가로지르며 오른다. 돌아보는 경천호가 아름답다. 경천호 일대는 벚나무 가로수가 좋은 곳이니 맑은 봄날에 오르면 호수를 감돌아 흐르는 먼 꽃구름띠가 보기 좋겠다.

천주산 정상. 사방 수백길 발 아래로 윤기 잃어가는 초가을 녹음을 쓸어내리며 고도감이 일품이다. 다만 그리 넓지 않아 단조로운 것이 흠이다. 북쪽으로 대미산에서 황장산, 소백 도솔봉까지 이어지는 대간릉이 잘 조망되고 수리봉과 도락산 암릉도 선명하다. 남릉을 거쳐 오르는 길이 있을까 싶어 살펴보지만 절벽 오르기가 마땅치 않겠다. 하산길에는 하늘 향해 입을 벌린 붕어 모습의 아랫입술에 해당하는 810봉도 반드시 들러 한번 돌아볼 일이다(길만 따라가면 지나침). 가파르게 내려서니 노은리 갈림길이 있고 공덕산과의 안부에도 계곡을 따라 동로로 내려서는 듯한 길이 보인다. 

공덕산 오름은 제법 만만치 않다. 돌아보면 숲 사이로 천주산이 어림되지만 속시원한 조망터는 한 군데도 없다. 우뚝한 위용을 뒤돌아 볼 수 없음은 아쉽지만, 숲길이 매우 그윽하여 걷는 맛이 좋은 편이다.

 

공덕산 정상은 묘봉능선 삼거리에서 벗어나 남릉 쪽으로 살짝 치우쳐 있다. 나무를 한두 그루 잘라낸 틈으로 천주산이 빼꼼하다. 반야봉에서 공덕산 주릉과 천주산의 조망이 좋다기에 그리 갈까 했지만 내내 숲길만 걷기가 싫어 묘봉 쪽을 향한다. 대미산 갈림길과 사불암 갈림길도 지나니 비로소 조망바위들의 연속이다. 대미산 오른쪽으로 포암산도 모습을 드러내고 운달산 능선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성주봉 암릉은 뒤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묘봉 능선길은 바위들과 어우러진 잘 생긴 적송들이 고급스런 풍광을 연출하고 역시 솔숲길이 좋을 건너쪽 사불암 능선의 스카이라인이 눈길을 끈다. 부부바위 안장바위 등 다소 기묘하게 생긴 바위들을 지난다. 묘봉릉 끝자락엔 오래 전 불이 났었던 듯 고사목이 많이 보인다. 나름 별스런 풍경이다.

 

묘적암 입구에서 윤필암까지는 포장길이다. 내려서다가 마애불을 보고(왼쪽 계단길) 윤필암에 들른다. 윤필암은 사계절 아름다운 곳으로 알려져 있다. 과연 눈부신 가을꽃들의 아우성은 산사의 적막을 더한다.

윤필암에서 포장도를 따르지 말고 왼쪽 산길로 들면 대승사 가는 산책길이다. 사불암 능선 갈림길에서 잠시 망설인다. 사불암은 사불산으로도 불리는 공덕산의 유래를 낳은 중요한 곳이며 빼어난 조망대이다. 시간은 충분하지만 하나쯤 덜 보고 남겨 두어야 다른 계절에 다시 찾을 이유가 되리라...

그냥 진행한다. 유무유바위를 지나 곧 대승사다. 증축 공사가 한창이라 어수선하다. 목만 축이고 돌아선다. 계곡에서도 중장비 굉음 울리며 물막이 공사가 한창이다. 물빛도 흐리다. 자꾸 번창하며 콘크리트 처발라대고 건물을 지어대는 절간들의 기름진 모습... 좋은 산행의 뒷맛이 영 개운치만은 않다.

 

교통편은, 승용차는 대승사까지 진입하나 대형버스는 윤필암 삼거리에 주차장이 있다. 

 

천주산 오르며 돌아본 경천호

암릉 횡단부 

 

공덕산. 오른쪽 아래는 천주산 810봉이고 멀리 대미산과 문수봉도 보인다. 

천주산 내려오며 돌아보다 

810봉에서 돌아보다 

황장산 

공덕산정에서 엿보는 천주산  

 운달산 능선

사불암 능선과 사불암(오른쪽 불거진 바위 위에) 

 

 

 묘봉 능선

마애불   

 윤필암의 투구꽃과 단풍나무

 윤필암

 

마음이란 거, 있게? 없게?  - 심오하거나 짖궂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