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 : 표충사 - 매바위마을 입구 - 필봉 - 912봉 - 천황산(재약 사자봉) - 천황재 - 재약산(수미봉) - 문수봉 - 표충사(걷는 둥 노는 둥 8시간30분)
표충사 주차장에서 올려보는 (문)필봉과 문수봉이 아름답다. 남도의 대가람을 굽어보며 좌문필 우문수로 우뚝하다.
십여년전에 친구들과 함께 표충사 왼쪽으로 금강동천을 건너 필봉능선을 올랐던 거 같은데 정확한 기억이 없어, 안전하게 부산일보 지도를 참고하여 매표소 건너편 매바위마을로 향한다. 그러나 마을을 거치는 이 필봉 오름길은 별로다. 필봉이 남으로 늘어뜨린 지능선을 첨부터 따라 올라야 하는데 무슨 이유인지 민박 마을을 지나 옆구리를 찌르듯 서쪽으로 뻗어내린 지능선을 비스듬히 타고 오른다. 매바위와 필봉을 미리 한 번 볼 수 있다는 것 외엔 장점이 없는 해괴한 등로라 여겨진다. 헷갈리는 꼬불 마을길을 지나 산길로 들어서니 전혀 조망 없는 울창 숲길이 가파르게 이어진다. 모기까지 엄청 따라 붙는다.
남쪽 지능선과 만나는 지점에 도착하니 그 방향으로도 길이 보인다. 표충사 뒤 암자길이나 민박촌 바로 뒤로 이어질 것 같은데 나중에 하산할 기회가 있으면 가 봐야겠다. 아마 이 길보단 나을 것이다.
학암폭포가 멀리 보이는 너덜을 가로질러 잠시 치오르면 필봉. 정상부는 살짝 갔다가 되돌아서게 되어 있다. 필봉과 이어지는 일대는 암릉이 발달하여 조망이 좋다. 그러나 이후부터 912봉까지는 조망이 없는 오름길이라 좀 단조롭다.
912봉 전 매바위 능선 갈림길에서 매바위 방향으로 길 흔적이 있다. 몇 걸음 내려서 본다. 그러나 한여름같은 9월 날씨, 매바위까지의 시간이나 조망 등에 대한 정보가 없어 망설이다 되돌아선다(결과적으로 몹시 후회스런 행동이었다. 자료를 찾아보니 매바위는 왕복 30분이면 되겠고 천길 단애의 고도감과 조망이 굉장할 듯하다. 더 아쉬운 건 매바위에서 계곡으로 내려서는 길 흔적을 확인할 기회조차 놓쳤다는 것).
912봉은 하늘을 덮는 울창 숲 아래 잡목 없는 초지다. 유난히 굵은 철쭉 한그루가 눈에 띈다. 곧 조망대가 나온다. 금강동천 계곡과 천황산 쪽 가야할 길이 잘 보인다. 잠시 내려서는 듯 올라서니 거의 기복없는 수평고도로 길이 이어진다. 헬기장 지나고 정각산 가는 삼거리도 지난다. 머리 위로는 철쭉 숲길, 아마 봄날에는 기막힌 꽃길 산책로겠다. 내년쯤 매바위도 들릴 겸 역방향으로 한 번 걸어야지...
숲길 산책로가 끝나면 1108봉 오름이 시작된다. 곳곳이 조망대다. 발 아래는 남명리 얼음골 사과밭 단지가 펼쳐져 있고 동천과 24번 국도 건너 장대한 운문 - 가지산릉이 거침없이 뻗는다. 1108봉(상투봉?) 일대는 필봉 -천황산 구간의 백미다. 들꽃과 바위벼랑과 눈시린 조망...
1108을 지나면 억새밭이 시작되고 천황산까지 간헐적으로 이어진다.
천황산을 오르는데 구름이 날아와 산정을 덮는다. 곧 걷히겠지 하며 40여분을 기다렸지만 바람이 점차 거세지며 조각구름이 끝없이 날아온다. 먼산들도 점점 흐려진다.
포기! 천황재로 내려선다. 오후햇살에 빛날 억새의 모습도 다음으로 미룬다.
천황재에서 주암릉 방향으로 이어지는 억새길을 따라갔다가 다시 재약산으로 오르려 했으나 너무 어슬렁거린 탓에 시간 여유가 없다. 바람찬 재약 수미봉을 거쳐서 총총 문수봉 능선으로 향한다.
재약산에서 보면 문수릉 가운데 버티고 선 큰 암봉 두개가 눈길을 끈다. 어느 지도(국제신문)에는 높은 봉을 문수봉, 낮은 봉을 관음봉이라 했는데 별 근거가 없어 보인다. 통상 표충사에서 잘 보이는 낮은 봉우리를 문수봉이라 부르는데 지상의 눈높이에 따른 그 이름이 옛날부터의 본이름일 것이다.
문수봉 능선길은 진불암과 고사리 분교터로 갈라지는 네거리를 지나면 한층 호젓해진다. 네거리에도 문수봉 방향 이정표는 없고 리본 하나만 달려 있다. 잡목 우거진 좁은 길로 줄곧 이어지며 암봉 오름길에도 그 흔한 밧줄 하나 없다. 바위 붙들고 오르내리는 짜릿한 맛을 느낄 수 있는 멋진 코스다.
문수봉 능선 암봉들의 조망은 대단하다. 사방 거침이 없다. 재약산의 남향 암릉들을 돌아보거나 사자평을 굽어보는 맛이 일품이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밀양 창녕에까지 이르는 첩첩 서남쪽 산릉들의 모습이었다.
첫 암봉은 끝까지 갔다가 조금 되돌아와 왼쪽으로 내려서게 되어 있고, 둘째 암봉(문수봉)은 끝까지 가서 왼쪽 절벽을 역방향으로 가로지르듯 타고 내려선다(우회로도 있다).
문수봉을 지나 마지막 바위를 우회해 잠시 가파르게 내려서고 나면 길은 수월하다. 머잖아 표충사에서 고사리 분교 가는 주 등로를 만나는데(밀양 라-3 표지목) 정작 걷기는 편해도 꽤 지루한 길이다. 등고선을 따라가듯 오락가락하면서 표충사 뒤쪽으로 내려선다.
표충사 주차장에서 보는 (문)필봉
맨 오른쪽 봉우리가 문수봉
표충사 꽃무릇 - 불갑산에도 지금쯤...
매바위 마을에서 보는 매바위(가운데)와 필봉(오른쪽)
너덜에서 보는 까마득한 학암폭포
매바위 - 필봉에서
필봉에서 굽어보다
당겨보다
매바위 - 예전에는 계곡따라 뒤로 오르는 길이 있었다는데...
필봉(아래)과 향로산
필봉의 뒷모습
무신 꽃일까? 곳곳에 피어있던...
1108봉 오르기 전 조망대에서 식사하며
쑥부쟁이는 바야흐로 제철...
1108봉 가며
운문산맥을 한 눈에 - 분지를 이루는 남명리 평원에 희끗한 반점들은 모두 얼음골 사과밭
'산과 여행 > 경상권'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필봉에서 문수봉으로 - 3(사진) (0) | 2007.09.21 |
---|---|
필봉에서 문수봉으로 -2(사진) (0) | 2007.09.21 |
간월산 공룡릉에서 청수좌골로(070918) (0) | 2007.09.19 |
천성산 -2 (0) | 2007.09.14 |
천성산(070914) - 1 (0) | 2007.09.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