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 : 등억리 간월산장 - 간월공룡릉 - 간월재 - 신불산 - 신불평원 습지 - 청수좌지우골(길없음) - 청수좌골길 만남 - 청수골 산장(8시간)
이미 예약해 놓은 터라 우중 산행을 각오하고 나선 길.
산악회 예정 코스는 신불공룡으로 올라 시살등까지 갔다가 청수우골로 내려서기로 되어 있지만, 간월 공룡을 못 가보았기에 영취산까지만 갔다가 단조산성 따라 백발등으로 돌아와 능선을 따라 하산하기로 맘먹었다.
신불공룡에 비해 간월공룡은 암질과 길의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신불 쪽은 깨져 갈라지는 바위가 주종인 칼날 암릉이라 제법 짜릿한 맛이 있고 사방 조망이 일품이었다. 그에 비해 간월공룡은 숲길 구간이 많고 암릉구간들도 숲과 어우러져 그윽한 멋이 있다. 조망대 역할을 하는 듬직하게 생긴 암릉들 곳곳은 멋진 소나무들이 분재처럼 얹혀 품격을 더한다. 그러나 오늘은 운무가 원경을 막아 전혀 조망이 없다.
간월공룡 오르며 보는 홍류폭 - 수량이 상당하다
돌아본 간월공룡릉 끝자락과 언양시
귀신인지 사람인지...?
간월재를 향하여(위아래)
신불산까지는 예정대로 진행했으나 거기서 앞 팀을 만나 상황이 바뀐다. 운무 때문에 억새 산행이 불가능하므로 영취산까지 가지 않고 곧장 청수좌골로 내려서기로 한다. 비안개 속에서 꿈결처럼 흔들리는 억새 초원을 걸어 에베로 암릉 상단 지점에 도착한다. 군부대 사격장 경고판 정반대편으로 가야할 길이 보인다. 그러나 순간의 판단과 자만이 상황을 완전히 바꿔 놓는다. 10m 앞이 안 보이는 운무 속에서 좋은 길을 버려두고 방향만 가늠하며 습지를 횡단하여 청수좌골 길을 찾는다.
신불산 가며
비젖은 억새초원은 첨이다. 검은 빛깔이 감도는 연자주빛 꽃대가 세필(가는 붓)처럼 끝을 모으고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구절초
결과적으로 청수좌골의 오른쪽 지류(굳이 이름하면 청수좌지우골^^)로 들어서 꽤나 고생을 했다. 마른 날도 힘들 길없는 계곡인데 비에 젖고 이끼 끼어 미끄러운 상태에서 무작정 치고 내려서려니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함은 당연지사. 그러나 인적 드문 계곡은 그윽하고 아름다웠다. 그간 내린 비로 수량이 상당한 계곡은 곳곳이 폭포이고, 작은 협곡을 이루는 바위벽은 세월의 이끼로 깊고 푸른 빛이다. 나름 비경이라 할 만하다. 힘들지만 예기치 않았던 즐거움에 이리저리 기웃거리고 사진도 찍으며 혼자 즐겁다.
제법 규모있는 폭포
작은 폭포
기존 청수좌우골 등로는 산비탈을 따라가기 때문에 계곡산행과는 전혀 거리가 멀다. 그래서 단풍 좋은 가을날 순전히 계곡만 따라서 청수좌우골을 한 번 답사해 보고 싶었는데 얼떨결에 그 바램의 일부나마 이룬 셈이다. 그러나 내려선 골은 좌지우골, 통상 청수좌골은 청수좌지좌골을 가리킨다. 그러므로 그 바램은 아직 유효하다. 언제쯤이 될까, 단풍빛에 물든 작은 폭포와 소를 더듬으며 푸른 이끼빛에 젖으며 걸을 그 날이...?
'산과 여행 > 경상권'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필봉에서 문수봉으로 -2(사진) (0) | 2007.09.21 |
---|---|
재약산 필봉에서 문수봉으로(070920) - 1 (0) | 2007.09.21 |
천성산 -2 (0) | 2007.09.14 |
천성산(070914) - 1 (0) | 2007.09.14 |
소매물도-2 (0) | 2007.09.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