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 : 시여골 입구 - 은광폭포 - 독용산 정상(3시간) - 딘보능선 - 학산리(6시간)
대구에서 가까운 산이라 오래 전부터 별렀지만 이제야 겨우 올랐다.
독용산(禿用山). 특이한 이름이지만 유래를 알 수가 없다. 가야시대부터 성터가 있었다 하니 옛날엔 민둥한 정상부로 쓰임새를 얻은 산이 아니었을까 짐작해 본다. 정상 일대 능선을 따라 디귿(ㄷ)자로 축조된 독용산성은 근래 성문과 일부 성곽을 정비하고 도로까지 개설하여 차로 오를 수도 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비 소식을 무릅쓴 강행이다. 비는 오지 않았지만 높은 습도와 운무로 무덥고 바람도 조망도 없는 힘든 길, 줄줄 새는 물통 한 채를 메고 걷는 것 같았던 하루였다.
화살처럼 물이 빠르고 시원하게 흐른다는 뜻의 시여골은 널찍한 암반과 작은 폭포들, 고만고만한 소들이 연이어 나타나 제법 볼만하다. 높이가 20m 가까운 은광폭포는 당당한 웅자를 자랑하기보다 계곡 깊이 감추어진 맛과 사철 드리워진 숲그늘 아래 서늘한 이끼빛이 좋다. 그러나 첫인상으로 느끼는 시여골의 전체적인 계곡미는 비경이랄 것까진 없고 산의 규모에 걸맞는 그저 그런 수준이다. 산성이 유지되었던 시절엔 경관보다 쓸모로 더 대접받았을지도 모르겠다.
정상 다다르기 전 동문으로 가는 갈림길이 있지만 조망을 기대하기 힘드니 곧장 정상행. 독용산 정상은 묵은 헬기장인데 숲으로 가려 시야가 없다. 조금만 벌채를 해서 조망을 확보한다면 산의 면모가 아주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하산길은 능선 따라 묵은 성벽과 나란히 간다. 925봉에서 형제봉 길과 나뉘어 딘보능선(동남릉)으로 접어든다. 가파른 왼쪽 비탈과 달리 오른쪽은 상당히 완만한데 가끔 울창한 숲 사이로 너른 초원이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아마 옛날에는 사찰과 산성 숙영지 따위의 시설물이 있었을 너른 분지가 아닐까 싶은데, 다른 계절에 다시 올 기회가 있다면 꼭 둘러보고 싶다. 성벽 흔적이 끝나갈 즈음 길을 살짝 벗어난 곳에 가야산이 정면으로 바라보일 바위 전망대가 있다. 잠시 숨 돌리며 망망 구름바다를 굽어본다.
여름산은 푸른 그늘 깊이 수많은 빛들을 키운다. 그간 이 지역에 제대로 비는 내리지 않았지만 우기는 길었다. 스머프 나라에 온 듯 갖가지 색과 모양의 버섯들이 많이 띈다.
학산리 가는 길은 한두 번 가파르게 떨어지지만 대체로 큰 기복 없이 쾌적하게 이어지며 기대 이상으로 뚜렷하다. 오랜 옛날부터 초동목부가 숱하게 드나들던 길일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마을 뒤쪽에서는 길이 이리저리 흩어진다. 시그널이 곳곳으로 어지럽지만 줄곧 능선 따라 가다가 학산 안부에서 내려서는 것이 낫다.
마을이 보이자 어서 물에 뛰어들고 싶은 마음에 지정 보물이라는 비로자나불은 잊어버렸다. 아마 마을 뒤 암자나 그 부근에 있지 않을까 싶다. 마을 앞을 흐르는 삼존골 물길에 더운 몸을 담근다. 시리진 않으나 비교적 깨끗하여 나름 즐길 만하다.
시여골(산앙님 촬영)
은광폭포
묵은 성곽(산앙님 촬영)
능선에서 - 멀리 덕유릉 같기도 하고...
조금 당겨보다
곳곳에 스머프 하우스
어린 녀석
박주가리꽃(위)과 고마리(아래) - 들꽃님 촬영
바다를 보다 - 길 살짝 벗어난 조망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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