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 : 삼공리 - 인월담 - 인월암 - 칠봉 - 설천봉 - 향적봉 - 중봉 - 오수자굴 - 백련사 - 삼공리
곤돌라로 수월하게 올라 백암봉 - 지봉 - 투구봉 넘어 삼공리까지 내칠까 하다가...
여유롭게 칠봉릉이나 올라 보자 싶어 맘을 바꾸었는데 결국 최악의 알바로 얼룩진 산행이 되었다.
인월담에서 구름다리로 구천동 계곡을 건너 인월암으로 간다. 암자 수미터 직전 시그널 하나가 붙은 길을 버리고 암자 앞 아무 표시도 없는 길을 오른다. 방향으로 보아 능선에 곧장 오르는 길 같기도 하고 더 근래 난 길 같기도 했다. 무엇보다, 입증된 확실한 길 대신 새로운 길에 대한 욕심이 앞섰다. 늘 그렇듯, 욕심이 화근...!
십여분 오르니 마른 이끼 붙은 너덜로 길이 흩어진다. 바위들도 단단하지 않고 제법 논다. 흐린 흔적을 따라 대충 치오른다. 고행길이 되겠구나 싶지만, 아직 잡목이 무성한 철도 아니고 암벽의 험로도 아니겠지 생각한다.
너덜 끝나나 싶더니 산죽밭이 끝없이 이어진다. 제대로 된 등로는 진작 없어졌다. 또 어찌나 가파른지 코는 땅에 처박히고 발은 자꾸 미끄러진다. 메마른 산죽과 나뭇가지를 부여잡고 겨우 오르는데 묵은 먼지에 코가 맵다. 뒤따르는 두사람은 걸음 놓치면 뱀이라도 만날세라 길을 잃을세라 바짝 붙어 따라온다.
엉덩이 붙일 곳 하나 없다가 사오십분만에 큰 바위 하나 우회해 올라 겨우 휴식.
한시간여 만에 비교적 뚜렷한 길을 만난다. 그럭저럭 인월담에서 시간 반 이상 걸려 능선에 붙으니 주등로가 좌우로 뚜렷하다. 숲 사이로 향적봉이 보이고 올라온 길은 '등산로 아님' 표지가 있다. 어이없구만...
칠봉 헬기장에서 잠시 조망. 밤에 비 오기로 한 날씨라 많이 뿌옇다. 오솔 숲길을 잠시 가다가 주릉을 도려낸 스키장 슬로프를 만난다. 바람이 시원하다. 제철 아닌 슬로프를 걷는 것도 색다른 풍경과 느낌, 한 번쯤은 괜찮은 거 같다.
설천봉 이후는 익숙한 길이다. 철쭉은 살짝 늦은 감이 있으나 아직 볼만하고 미나리아재비 따위 들꽃들이 한창이다. 원추리는 꽃대 올라온 것들이 보인다. 7월쯤이면 장관일 게다.
동행들이 덕유평전 안부까지 다녀오는 동안, 중봉에 앉아 뿌연 대기 속 흐린 윤곽의 검푸른 산릉에 실컷 취하다가 오수자굴 쪽으로 하산...
금낭화 - 인월암에서
설천봉 가는 슬로프에서
설천 - 향적 - 중봉까지 풍경들
오수자굴 가는 능선에서 - 지봉능선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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