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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여행/경기 강원권+소백

강화 마니산 180908

by 숲길로 2018. 9. 10.



코스 : 선수돈대 들머리(10:10) ~ 선수돈대 ~ 상봉(11:00) ~ 작은뫼너미(11:45) ~ 참성단(13:40) ~ 정상 ~ 469봉(14:15) ~ 함허동천 주차장(15:45)


쾌청 날씨에 서해 조망 궁금하여 오랫만에 다시 가본 산

긴긴 여름 끝나고 가을로 접어드는 산빛과 들빛 그리고 잿빛 뻘바다

깊고 푸른 바다는 텅 비어있어도 늘 그 자체로 가득하지만, 저 황해 흐린 물 빠져나간 뻘바다는

언제나 무언가, 누군가의 흔적으로 고요하다. 막막 한가득이거나 그 반대, 텅 빈 막막함 

남해는 상투적이라 치부하고 동해는 단조로움으로 밀쳐낸다. 파도 없는 서해, 

타고 남은 흙빛에 기우는 재灰의 물빛. 스러져 휘발한 정신의 결정이 사리로 오듯

모든 욕망의 모호한 대상은 궁극 물物로 빚어지니

서해로 향하는 마음은 어떤 물物로 향하는 길에 있는 걸까? 


마니산 참성단, 소형 피라밋이나 신전같은 곳, 혹은

그런 욕망들이 겨냥하는 탄착점. 돌아보니 신화나 역사나 거기서 거기

감추거나 드러낸 내력만 다를 뿐 진즉 한통속이었으니, 구월숲 푸르른 오름길이나

뜨건 쇠말뚝과 하늘바위 하산길이 허허롭긴 매한가지다. 마니 혹은 머리 마리

허우대 좋은 돌벽의 실속은 견고히 물화物化한 텅 빈 중심일 건데, 이름 향해 맴도는 걸음걸음들

회오리치며 육박하는 누천년 세월의 소용돌이들. 그러므로 영원히 가닿을 수 없는 과녁

어긋난 그 거리만큼이 딱 현실을 밀고가는 힘이었을 터이니, 찬물에 머리 담그며 돌아보는 마니산,

잃어도 좋을 것은 한때 이름이라 불리는 그것일 테고

고스란히 얻었으되 빈 손 가득 흩어지는 이것은 깊고 어둔 서너마지기 서해 뻘밭        

 


선수 돈대.

 

그런데 조망 없는 돈대라니...? 

강화군(혹은 인천시)의 문화재 관리가 도무지 개념이 없네. 저 돈대들이 대체 어떤 곳이었던지 애써 무시하고픈 걸까?

백 마디 설명보다 단 한번의 서해바다 일별이 돈대의 용도와 의미를 단박에 깨우쳐 줄 텐데...  


능선 살짝 벗어나 너른 길 이어진다. 좀더 호젓했으면 싶지만 나름 분위기 좋은 숲길이다.

바람도 적당히 살랑살랑~


한 한 무더기 싱싱한 억새도 이채롭고...


달개비가 무척 많이 보인다.

이후에도 내내 보이는데, 여태 본 중 달개비가 가장 많은 산 같다.   





섬산답게 소사나무도 보인다. 그러나 남해의 섬들만큼 많진 않다. 능선의 주종은 소나무다.   




상봉 직전 조망암봉에서 보는 북쪽.

바로 앞은 진강산(441m), 너머 퇴모 혈구 고려산으로 이어지는 줄기.  


백사장은 아니지만... 호弧가 예쁜 해안이다.


조망암봉에서 살짝 내려섰다 오르면 상봉. 조망 없는 삼각점봉.

앞서간 일행들은 대부분 능선길 따르지 않고 장화리 방향 임도로 가다가 본오돈대쪽 능선 따라 상봉을 오르는 듯하다.

그 경우 조망암봉을 놓치지만, 진행 능선 곳곳에도 조망처는 많다.  

 

마침 썰물이라 서해 뻘바다를 당겨본다.



짙푸른 심해 가없는 수평의 대양이 열리는 동해도 좋고, 살짝 연두 어린 물빛과 올망졸망 섬들 황홀한 남해도 좋지만

오늘만은 저 뻘바다, 자꾸만 무채로 기울어지며, 점점 어두워지며 빛나는 저 서해가 좋다.

서해는 남해나 동해처럼 흥분시키거나 유혹하지 않는다. 오라고 손짓하지 않는다. 스스로에게 빠져 허우적거리는 망설임 같은 것들...    


동해나 남해의 배들은 늘 바빠 보였다. 저 배들은 미동도 없는 듯하다.

남해 동해 서해 중 당장 보고 싶은 하나 고르라면 서해다. 어쩌면...

언제나 그랬는지 모르겠다. 바다 이상의 바다...  




또 조망처.

작은뫼너미까지 조망처 거의 없으리라 여겼는데 뜻밖이다. 곳곳 남으로 가파른 벼랑 이룬 지형이라 조망처들이 여기저기 숨어있다.

  

구월, 바람 식어가고 들판 물들어가는 아름다운 계절이다.

절정 폭염이 꺽여 이제 돌이킬 수 없다 여기며 돌아보는 그 자리, 그 느낌. 그게 구월이다.


다시금 바짝 당겨본다.

짠물 빠져나가고, 망설임의 흔적들만 남은 것같은

뻘밭, 서해...

600mm 줌이라니, 재밌는 카메라다. 한동안 즐겁게, 혹은 감질나게 가지고 놀겠다.  


너무 가까워졌다.

이유없이 위태로움 느낀다. 다시 밀어낸다.

 









가끔 나타나는 소사나무 군락


이른 점심 후에 오른 조망바위에서 보는 정상

 

잘 주무른듯 귀엽고 못생긴 넌 대체...

누구냐?


시험삼아 당겨본  북한산.

왼쪽부터 인수 백운 만장 노적, 네 봉우리가 뚜렷하다.

저 아파트들은 고양시인 듯. 


무릇꽃도 참 많이 보인다.


영종도 인천공항쪽.

당겨본다.




물의 역동이 아닌 정물적 고요와 빛무늬로 느끼는 바다, 서해


뱅기들 많네~


저건...

영종대교인가?


인천 송도국제도시라던가?

65층 포스코대우빌딩이 단연 높다.




달개비를 찍었는데...

아래에도 먼가 있다.




나비?

허물을 막 벗은 중인가?

찍을 때는 보지 못했던...


정상이 성큼 가까워졌다


돌아보다


오늘 달개비 정말 많이 본다.

파란 나비무리같다.




비행기 뜬다.

가운데 멀리 보이는 첨탑이 먼가 했는데, 영흥도 화력발전소 굴뚝같다.




흥왕저수지라는데...

낚시터인 듯.


지나온 능선 너머...

가운데가 석모도, 너머로 교동도.


지나온 능선


섬들, 옹진군 서도면이라는데

이름들이 주문도, 아차도, 불음도, 말도...

너머 멀리 흐릿한 곳은 북한땅.


큰 섬은 장봉도, 행정구역은 옹진군 북도면. 작은 섬은 서만도 동만도.

남한의 행정구역에서 옹진군은 좀 흥미롭다. 육지 옹진은 온전히 황해도 북한땅이니 남한의 옹진은 백령도를 비롯한 인천 앞바다 여러 섬들로만 이루어져 있다.


좀 따끈하재?




이제 참성단도 보인다




당겨본다


인천 방향


재미삼아 또 당겨보다








참성단 계단길 비켜서서




계단길 대신 조망좋은 바윗길로 오르며 돌아보다.










참성단에서


건너 봉우리가 정상.

어떤 지도엔 저 뾰족한 469봉이 정상이라는데, 어쨌건 정상 표지는 바로 저 건너봉에 있다.


469봉, 너머...


물들어가는 강화벌판.

멀리 한가운데 봉긋한 건 한남정맥 끝 문수산(376m)  


한남정맥 종주는 별무관심이나 조망 일품이라는 문수산은 궁금타...

벌판 건너 앞엣물은 길정저수지, 뒤엣물은 염하(강화해협). 한강은 그 너머 멀리 흐릿하다.

오른쪽 멀리 파주 감악산도 흐릿.  


오른쪽 아래 염하鹽河 건너는 초지대교.

그 너머... 한강 이편은 김포, 저편은 고양.


북쪽.

석모대교 너머 바위 많은 상주산(264m), 너머 교동도 화개산(260m)

그 너머는 북한땅 황해남도 배천군.


미니산정에서 보는 강화섬이 참 크다. 우리나라서 네번째로 큰 섬이라니

한가운데 보이는 저 끝 봉긋한 산도 강화도다. 별립산(416m).  

진달래 많은 고려산조차 실속에 비해 넘 멀다 싶어 그간 별무관심이었는데, 막상 여기 서니 그쪽도 궁금하고 석모도 산릉까지 궁금해진다.

언제 일박하며 문수산까지 묶어 함 둘러볼까나~? 


진강산 너머 북으로 이어지는 강화도 산줄기.

비닐하우스 별로 보이지 않는 들판도 아름답다.


문수산릉 너머 당겨본 북한의 산줄기.

바위 많은 걸 보니 아마 개성 방향일 듯.


감악산(한가운데) 방향


북한산쪽.

북한산 정상부를 비롯 산역의 상당 범위가 서울이 아닌 고양시에 속한다는 걸 오늘 첨 알았다.


정상에서 돌아본 참성단




가야할 469봉


멀리 봉긋한 인천 계양산 방향 당겨보다. 역시 한남정맥.


다시, 송도쪽


참성단 중수비


시설물 더 튼튼해지고 더 흉측해졌다.

차라리 안전한 우회로를 내고 바윗길 시설물은 싹 걷어내는 게 좋지 않을까? 산세에 비해 넘 과하다.


한낮의 바윗길, 바람 별로 들지 않으니 뜨겁다.






흥왕리 벌판, 각도만 바꾸어가며 한나절 굽어보며 간다.




당겨본 참성단


왼쪽 저 봉긋한 봉우리, 최피산(252.6m)

최피산 바로 건너엔 전등사 품은 정족산(220m), 그 오른쪽 덩치 큰 쪽은 길상산(336m)

너머 멀리 가물거리는 산줄기는 한남정맥이겠고...




다시, 인천공항 방향. 바로 앞 섬들은 (왼쪽부터) 신도 시도 모도 그리고 쬐끄만 말끗.

공항 너머 보이는 두 연봉은 무의도 호룡곡산(244m)과 국사봉(237m)

그너머 멀리 가물거리는 곳은 태안반도쯤이려나?  


시설물 끝나고 우회로 대신 접어든 바윗길.

별 위험하지 않으니 잼나게 갈 수 있지만... 좀 뜨겁다. 짱은 예전에 가 봤는데... 하며 툴툴~


길지 않은 구간이지만 오늘처럼 조망좋은 날...

게다가 언제 또 오겠노?




저 섬, 동검도. 사이의 꼬맹이는 동그랑섬, 너머는 세어도.


저 돌무데기 바위봉 지나 왼쪽 줄기가 진달래 능선.

도중의 희끗한 바위 직전 안부가 함허동천과 정수사 갈림.  










돌아보다


분오돈대로 이어지는 능선.

저리 내치고 싶은 맘 꿀떡이지만...


사진찍는 이들 있는 뒷쪽 방향으로 내려가야 함허동천이나 정수사길.


돌아보다


마지막으로 최피산쪽 다시 함 건너보고.


함허동천과 정수사 갈림길 안부에서 직진하면 진달래 능선.

안부 지나 조망바위만 가 보기로 한다.


분오리향 능선 건너보이는 조망바위에서

숨돌리며 배낭도 털고 한참 쉰다.


송도 함 더 당겨보고...



미답능선이라 눈길 함 더 주고...


함허동천 계곡으로 총총 하산.

골깊지 않으나 근래 비 많이 온 덕에 물 넉넉하다.

눈시원했던 조망산행, 뒤끝까지 개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