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 : 달궁(08:50) - 하점좌골 - 심마니 능선(11:50) - 봉산골 하산 들머리(13:40 휴식50분) - 봉산좌골 - 출렁다리(17:20)
유월 지리숲 속절없이 푸르러 간다. 이끼빛 돌아온 지는 오래, 푸른 물소리 들으며 반야 북녘 어느 골 든다.
지리 골들 몇 차례 갠적으로 들여다본 적 있어도 산악회로는 첨이다.
요란하지 않고 소박한 맛 좋은 하점골, 옛광산길 뚜렷하다지만 첨부터 골따라 오른다.
며칠 전 비 온 후라 수량 제법이다.
쏟아지는 웃음, 땀방울 뚝뚝 떨어지는 얼굴과 반쯤 홀린 자태들마저 삼키고 시침 뚝 떼는 저만치 폭포...
바위에 기대 홀로 고요히 엿본다면 옛 시인의 선정에라도 닿겠지만, 오늘만은 사람과 숲 모두가 펄펄 살아넘친다.
지리 숲세상은 한통속으로 미어지는데 어긋나고 미끄러져 떠도는 몸, 자주 굳는다.
그 모습 안쓰러웠을까, 내가 숲으로 가는 게 아니라 더러는 숲이 내게로 온다.
숲을 지나가는 숲... 숲에서 머무는 동안 한낱 이 몸은 숲이 꾸는 한나절의 푸른 꿈.
고개들어 올려다보면 때로 물이 하늘로 간다. 숲을 지나 하늘, 구름을 낳는 희고 푸른 폭포길.
내려서는 봉산골 최상류는 가파른 너덜이다.
잇따른 외침과 침묵, 긴장 감도는 계곡이 일순 불그락푸르락 물들었다 풀려난다.
조금 무안했던가, 슬그머니 떠나가는 먼 바래와 덕두..
한 소란 지나가고 나면 이끼계곡 비로소 조용해질까, 두고온 골들로 밤이 몰려가고 창너머 쏟아지는 졸음.
돌아서면 캄캄한 절벽이 대책없는 세월만큼 아득한데, 그새 앞서간 사람은 숲과 분별없이 흐려지고 있다.
달궁 앞 만수천 계곡, 수량 만만찮아 건너기도 수월치 않다.
하점골 들머리는 소박하다.
예쁜 암반 계류 거슬러오르면...
자그만 폭포들 연이어 나타난다
저기는 우회해야 할 듯.
오른쪽으로 갔어야 하는데 버릇처럼 왼쪽으로 오른다.
그나저나 저넘의 파이프들, 썩 거슬린다. 지리산골 풍광의 적들.
우회하며 굽어본다. 어떤 분 바로 오를 수 있을까 말까 ... 고민 중이다.
다시 골 내려서서
고만고만 물길 잇는다. 신발 적시지 않아도 될만큼 수량 적당하다.
합수골 쯤인가?
어쨌거나 색다른 풍경이다.
갠적으로 골산행할 땐 잠시만 걸음 멈추면 장엄하게 심호흡하는 적막공간 깊고 푸르게 밀려들곤 했다.
오늘, 물소리 어울리거나 밀쳐내며 푸른 숲속 헤엄치는 오채의 물결...
익숙치도 않지만 싫지도 않다.
삼각대 아쉽던 곳곳,
흐르는 물살 멈추고 정적에 빠진 이끼빛 더불어 놀고만잡던...
때로 물바닥 딛고 간다. 물이 나를 헤엄쳐 달아난다.
사진은 지나간 시간은 재구성하지 못한다. 사라진 것을 다만 추억할 수 있을 뿐...
물과 숲과 나의 시간은 서로 어긋난다.
서로의 손금을 읽어주고 있는 서로 다른 언어의 별자리들.
조금은 더 미시세계인..
하점골에 큰 폭포는 없다.
골 풍광은 비교적 소박한 편인데, 이 지점이 그중 규모를 보여주는 곳이다.
수량 뚜렷이 잦아들었다
짙푸른 오한에 이끼 돋는다.
바위벽 감싸듯 뿌리치며 둥둥 떠도는 이미지의 향연...
눈 감으면 소스라치며 한뼘 더 다가서는.
물길 잦아들고 경사 가팔라지며 협곡 분위기 되어간다.
흐물거리는 육신 적시며 배어드는 초록, 한입 훔치면 퍼렇게 묻어날 것만 같으다.
하늘 열릴 듯하지만 끝내 숲은 하늘을 삼킨다.
그랬다, 허리 굽히고 고개 숙여 날로 번창하는 이끼의 가계를 엿볼 엄두 내지 못했다.
허나 햇살 당겨품으며 지펴오르는 유월숲. 그늘은 향기롭고도 냉정하다. 가쁜 짐승의 질척한 호흡조차 가차없이 끌어다 제 푸른 박동에 맞춘다.
빠져나갈 틈 없으니 천지가 녹음의 한통속, 사방 푸른 피바다.
바위와 바위 어긋난 균열따라 스멀스멀 기어나와 오체를 휘감는 눈멀고 푸른 기운들. 맞닿는 살肉마다 불쑥 잎 돋아난다.
난장으로 뒤틀리는 종種의 균형, 따위야 애시당초 알바 없었으니 잠시나마 너를 떠나 허공이나 빛, 구름 따위와 일가다.
뜬걸음은 가고잡다. 더 높이 더 멀리...
능선으로부터 빛 쏟아져든다. 골 벗어나는 바람을 뒤따른다.
능선에서.
무얼 보시는 걸까...?
최초인 듯 하늘 다시 푸르고 반갑다.
반야 가는 울창숲길
산죽과 고목, 가장 지리다운 자태들..
토끼봉일까?
명선북릉(와운능선) 너머로 삼정능선 겹쳐지고..
맨 뒤로 빼꼼한 건 천왕과 중하봉?
투구봉릉 삼거리 조망바위에서 보는 서북릉.
선명한 정령치 도로와 고리봉, 그러나 만복대는 아쉽게도 나무에 가린다.
다시 울창숲에 파묻히다. 묻히면 묻힐수록 숨쉬기 편해진다는 사실은 역설이 아니겠고.
까치발로 돌아본 투구봉과 바래봉, 오른쪽 멀리 뾰족한 심마니 1319봉, 너머 삼봉산릉..
함박골 굽어보는 조망바위에서 삼정능선 건너보다
봉산골 내림 들머리.
일행 일부는 반야 다녀오고 눈밝은 일부는 나물 뜯는다.
그도저도 아닌 나는 시원한 막걸리 한잔 얻어마시고, 이어폰 꽂고 배낭 배고 자빠진다.
날벌레들 잉잉대며 손등 간지럽히는 반야 북자락 오후나절...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깜박임같은 수십 분 세월,
꿈인듯 생시인듯 지나가는 반야에 철쭉 총총 피었다 진다.
봉산골 내림길 상류는 가파른 너덜이다. 사람 많으니 돌 구를까 퍽 조심스럽다.
아닌게 아니라 방심과 조심 사이를 날카롭게 가로지르는 비명들, 한동안 낭자하다.
투구봉 위로 바래 얹히고..
건너보는 투구봉
겨울 길고 눈깊은 반야 북사면.
정령치에서 보면 퍽이나 아득해 보이는 골짜기, 답게 이끼 무성하다.
합수지점 다다르면 홀연 이끼 끝난다.
각성 혹은 환멸의 장.
저 뒤쪽이 우골. 들머리부터가 범상치 않다.
다른 능선에서 본 인상 또한 그랬다. 검푸른 직벽 거느렸지만 위압적이라기보담 빛 등지고 기어이 스스로의 얼굴 감추려는 깊고 어둔 완고의 거처같은 곳. 지형도로도 알수 있듯, 캄캄 절벽 앞에서 서성이다 발길 돌린 이가 열에 아홉 아니 그 이상이라 했다.
허나 위로 오르지 못한들 어떠랴, 지리 가장 깊은 곳이라 해도 좋을 막다른 그 곳에서 대면하는 적막 혹은 막막의 정체가 궁금하다. 짐작컨데 그건, 자신을 사로잡고 있던 부질없는 욕망을 끝내 내려놓아야 하는 묘한 해방감이나 홀가분함 같은 게 아닐까 싶다.
올해 중으로 함 들이대볼 수 있을까?
합수지점 바로 아래.
이태 전 무슨 태풍 지나갔을 때 많이 다쳤다, 는 풍문의 실제가 저 모습인갑다.
좋은 길따라 총총 내쳐간다.
세수도 하며.. 마지막으로 잠시 휴식
만수천 굽어보는 구름다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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