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 : 자래목이(08:20) - 저시재(11:20) - 쉰섬재(11:35) - 점심 - 아래삼승령(12:55) - 921봉(15:00) - 백암산과 대간릉 갈림(16:50) - 백암산(17:15) - 백암온천지구 주차장(19:00)
천근만근 무거운 발걸음으로 백암산정 올라 사방 둘러본다. 황혼의 잔광 아래 첩첩 태백준령 펼쳐진다.
적막 산하는 저리 시리도록 서늘하고 아득한데 지친 몸과 정신은 아직 뜨겁고 탐욕스럽다. 무너지듯 주저앉아 바위로 굳어버리고 싶다.
꽤나 힘든 산행이었는데, 해 지고도 한참, 한없이 길게 느껴지던 백암산 하산길이었는데,
밝고 맑은 날 백암산정 다시 함 오르고 싶어진다. 멀리 갈 것도 없이, 검마 백암 잇는 다음 코스 더욱 궁금해지며 조바심이다.
힘들면 피하려는 게 본능이건만 이번엔 그와 반대다.
중독 혹은 매혹의 정서를 조금은 알듯도 같다. 위험을 향해 한 발 더 내딛기, 고개 먼저 쑥 내밀며.
때로 파국을 향해 돌진하는 수컷들의 성(性)이란 게 그러할까? 누군가 에로티즘을 '죽음까지 파고드는 삶'이라 했을 때 그건 아마 한점 은유없는 실제를 의미했을 것이다.
영덕 자래목이에서 울진 백암산까지, 제법 긴 코스다(일행 왈, 도상거리 24km). 게다가 만만찮은 적설.
지도의 현란한 등고선에서도 짐작되거니와, 반도의 등뼈 이루는 산맥은 역시 대단하다. 사방 둘러봐도 산 산 산들... 자주 가파르고 너도나도 돌올한데, 한뼘 들판조차 내주지 않으려는 듯 산과 산 맞물리고 서로의 속살 파고들며 사방팔방 가지쳐 나간다. 살아 맹렬하던 것들 숨죽이거나 훌쩍 건너가버린 시절, 낮게 내린 구름하늘은 올까말까 눈비마저 앓으니, 산줄기와 한통속으로 우거진 숲의 기세는 심심을 지나쳐 답답함에 이른다. 잎진 가지들 옥창살에 퍽이나 야박한 시야, 머물러 살피고 자시고 할 바 없으니 다들 휘적휘적 내쳐 간다. 뚜렷한 경동지괴 지형 드러내는 전반부와 은근히 기복 심한 육봉들 이어지는 후반부까지, 내내 시원한 조망 갈증 벗어날 길 없었으니 바쁜 걸음이 더욱 지루하고 힘들게 느껴졌던 게다.
늘 하는 얘기지만, 지자체에서 산림 관리하며 몇 군데만 눈 좀 틔워 주면 얼마나 쫗을까... 어디 내놓아도 손색없을 거산릉의 풍광을 보아주고 드러내줄 눈 없으니, 다른 정맥에 비해 낙동길은 단조롭고 재미 덜하더란 종주 산꾼들의 얘기도 그 때문인 듯.
자래목이에서 독경산 향해 오르며 돌아보는 맹동산, 아니 맹동 발전소.
왼쪽은 형제봉릉인 듯.
메마른 계절이지만 숲은 울창하고 깊다.
울고 싶은 걸 억지로 참고 있는 아이처럼, 비라도 올까말까... 곰곰 생각중인 하늘 아래 저쪽은 어디일까?
어느 방향을 찍은 건지 나도 모르겠는데, 아마 영양읍 쪽인 듯...
그럼 뾰족한 두 봉우리는 흥림산과 작약봉일까?
다시 맹동산 발전소.
사진으론 안 나타나지만 저 바람개비들, 번갈아가며 쉼없이 반짝이고 있었다. 흐린 하늘 아래 수많은 보석들처럼...
맹동에서 뻗어나온 형제봉릉, 동해바다 가까운 봉화산릉과 상대봉(맨 왼쪽)도 눈길을 끈다.
헐~~ 이런 물구뎅이가?
조망 없지만 숲은 그만이다.
솔숲 가로지르다가...
다시 참숲길 따르고...
아마... 자라목 쉼터쪽으로 이어지는 길인 듯
드디어 백암산이 보인다. 당겨본다.
앞줄부터 임도 이어지는 고개가 아랫삼승령, 그 오른쪽 747봉(예쁜 이름 있던데 기억상실)
눈덮인 뒷줄 맨 오른쪽 뽈록이가 백암산, 그 앞으로 921봉과 더 높은 그 다음봉인 듯.
조망 갈증 좀 풀고잡아서리... 빌것두 없는 곳을 벌벌 내려가서리...
칠보산릉.
오늘 코스 전반부는 숲 사이로 내내 저 산릉 보고 걷는다. 희끗하게 덮여 있으니 한결 볼맛이다.
저 아래 마을은 인천리인 듯.
백암산릉엔 눈발 날리나...? 형체가 구름 속에 사라졌다.
오늘 걷는 산길, 동쪽(사진의 왼쪽)은 거의 직벽으로 가파르다. 전형적인 경동지괴인데, 태백산맥은 동쪽이 들어올려져 이루어진 지형이란 게 실감난다.
지금도 천천히 들어올려지고 있을 거라 생각하며 벼랑 굽어보니 슬며시 울렁증이...^^
가파른 비탈의 나무들, 발갛게 메말라가고 있는 저 잎들이 무척 고왔다.
미끈한 솔들. 오늘 많이 본다.
다시 함 당겨보고...
돌아본 맹동산
저시재. 지도에 표기없는 임도가 능선 옆으로 지나간다.
쉰섬재 지난 지점에서 굽어본 백청리와 백청저수지
아래삼승령 가기 전, 제법 너른 물웅덩이. 양서류들 살만한 곳이다.
아래삼승령 내려서며
고개엔 쉼터도 있네?
고개 지나 올라선 봉우리에서 숲 사이로 건너본 747봉. 칠보산릉 분기봉이기도 하다.
잠시 조망 트이는 곳 있는 듯... 다가가 보니
칠보산릉은 여전히 장하다
오르며 건너보는 747봉, 바위가 제법 드러나 있어 지능선상의 가까운 곳 잠시 다녀오기로 한다.
과연 멋진 조망처 있다.
칠보산릉이 한눈에 들고
칠보산으로 구비쳐 이어지는 줄기가 잡힐 듯하다.
사진 가운데쯤은 바다일 터인데 날씨 탓에 잘 가늠되지 않고...
굽어본 골이 깊다. 저 멀리 수동저수지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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