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 : 백무동(09:20) - 하동바위 - 참샘 - 제석봉(12:55) - 장터목 - 일출봉(15:00) 왕복 - 연하봉(16:05) - 연하북릉 - 한신지곡 들머리(18:20) - 백무동(19:30)
어저께는 그리도 덥더니만 불과 이틀만에 하늘 성큼 높아지고 바람 삽상해졌다.
다시 지리산. 계절꽃들 예년보다 못하단 풍문에 올해는 거르려 했으나 달리 갈 곳 마땅찮을 땐 늘 후회없는 대안이 지리 아니던가.
당초엔 계곡 하나 오르려 했었다. 허나 이른 아침 88선 달리며 보는 가조와 합천 일대 산과 하늘빛은 거부하기 힘든 유혹으로 능선산행을 충동질한다.
백무에서 장터목 거치지 않고 곧장 제석봉 올라 안개 일렁이는 초원에서 한참 머문다. 지척을 지나가는 인기척 들리지만 안개가 나누는 산의 거리는 깊고 멀다. 저마다 바위 하나씩 골라 누우니 부시지 않는 하늘, 흘러가는 안개를 따라 흐르는 시간... 적막의 서로 다른 빛깔들.
고개 돌리면 구절초와 쑥부쟁이 꽃얼굴들 눈높이로 흔들린다. 필사의 다툼은 뿌리 아래 감추고 무리지어 피어나는 꽃들의 연대. 장대한 지리의 너른 산정 초원, 메마른 흙의 연대, 그 훈기 푸근히 와 닿는다.
제석샘 거쳐 장터목에 이르는 사이 꽃들이 기대 이상 예쁘게 많이 피었다. 허나 섯부른 예단은 금물, 슬그머니 부풀어 오르는 황홀의 예감을 침묵으로 억누르고 안개에 숨은 일출릉 향해 접어든다. 보이지 않으니 필시 더욱 신비로와져버린 기묘한 바위들의 숲인 일출 암릉. 언뜻언뜻 비치는 푸른 하늘, 바람과 안개 더불어 명멸하는 장엄한 바위궁전의 뜨락은 별을 뿌려놓은 듯 목하 눈부신 꽃밭이었다. 갓 핀 듯 꽃들은 더없이 싱싱하다.
곳곳 바위 오르내린다. 맨머리 헤치는 바람 사납지만 아직은 서늘함이 좋다.
일순 구름 벗겨지며 연하봉 떠오른다. 퍼뜩 깨닫는다. 꽃놀이에 정신팔린 몸들 서둘러 가야할 곳이 바로 저기. 허다한 전설들은 위태로이 속삭인다. 불가항력의 마력으로 현세의 장구한 시간을 단숨에 삼켜버리지만 끝내 그것을 가혹한 운명으로 비틀어 뱉아내고야 만다는 선계의 찰나,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는 신선놀음 혹은 도원경이라 불리던 그것이 바로 저 꽃과 안개의 시간임을, 지금 우리 일출릉 꽃밭에서 마주한 이 바람과 안개의 미로와 결코 다르지 않은 것임을...
안개가 열었다 끊은 길 등지고 현세의 주능선으로 돌아온다. 연하북릉 들머리 찾으려 잠시 기웃거린다. 연하봉 이정표 뒤쪽이라는데 선뜻 띄지 않는다. 좀 더 진행하다 옆구리 따고 들어선다. 예상과 달리 가파른 북향 내림이라 잠시 혼란스럽지만 곧 제방향 잡힌다. 조망 없어도 기복 별로 없고 푹신한 길, 비교적 걷기 수월하나 한신지곡 들머리까지 시간 꽤 많이 걸린다.
늦은 오후의 하산길, 내처 걷느라 은근 지치고 더워진 몸 계곡에 한참 담그고... 백무 내려서니 짧아진 구월해 툭 떨어지며 와락 어둠 달려든다.
늘 그랬다, 살필 거 많은 당일치기 지리는 기본 열시간. 허나 모처럼 알차고 뿌듯한 산행이다.
숲에 드는 아침 햇살이 좋다.
주로 하산했던 장터목 향 백무길, 참 오랫만에 오른다.
꽃도 기웃
참샘 지나 가파르게 오르며
길 벗어나 혼자 다녀온 전망바위에서 보는 주릉은 구름 속
영신 칠선봉 쪽.
바로 앞 능선이 하산할 연하북릉
망바위에서.
제석봉 구름이 잠시 개이고 있다.
제석봉 옛길에서 첫 조망바위
굽어보는 창암릉
구름 일렁이는 장터목
제석봉 정상부와 제석샘 갈림 이정표가 되는 바위
다시 굽어보다
고사목 솟대처럼 허허로운 초원에서
저마다 바위 하나씩 차지하여 한참을...
제석샘 옆 제석단
또 무슨 삽질을 하고 싶은지 헬기로 부려놓은 시설물 푸대가 공터에 있었다.
점심 먹으며 부근 꽃들 기웃기웃
(꽃이야 못 되지만^^) 공주도 한 포즈 하시고...
장터목 옆에서
중산리쪽
주릉가며 보는 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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