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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여행/지리 설악 제주

지리 써레봉과 하봉 100520

by 숲길로 2010. 5. 22.

코스 : 윗새재 마을(09:20) - 삼거리(10:35) - 무재치기폭(11:05) - 치밭목산장(11:55) - 써레봉(13:20) - 점심 - 중봉(14:50) - 하봉(15:55) - 옛길따라 - 청이당 고개 아래(17:15) - 조개골 삼거리(17:50) - 윗새재 마을(18:30)

 

한 번 기울어진 몸, 또다시 지리로 든다.

2년 만에 똑같은 코스 다시 걷지만 그날과 또다른 산빛(080516 기록 참고).


어저께 많은 비로 물 불어난 무재치기는 만발한 철쭉꽃밭 가운데서 비현실적으로 우아했다. 참 특이한 폭포다. 물은 곧장 떨어지지 않고 둥글고 너른 3단 폭포벽을 타고 곧게 고요하게 흘러내린다. 아무리 수량 많아도 바쁘지 않고 여유롭다.

물의 급격한 낙차를 폭포라 하지만, 오늘 무재치기에서 만나는 건 둥근 바위벽을 넓은 물결무늬로 수놓으며 멈춰 있는 흰 빛이다. 그것은 폭포의 본령을 배반하는 강력한 착시다. 즐겁고 황홀한 눈속임이다.

고요히 닫으며 멈춰 선  시간의 표정.  도무지 어떤 폭포와도 닮지 않은 저것을 달리 불러줄 말은 없을까? 혹시, 뜻 모를 무재치기란 이름에 저 눈속임의 비밀이 담겨 있는 건 아닐까?

하릴없는 궁금증들 한바탕 흘려가며 오래 머문다.


진달래 지고 있는 써레봉길, 갑자기 30도 웃돌며 더워진 날씨에 바람조차 없는 능선길이 뜨거워 몸이 쉬 지친다. 중봉 오름이 천근만근 무거워 턱밑에서 주저앉는다.

식후의 무건 몸 끌고 오른 중봉 만댕이에는 선홍빛 진달래 싱싱하다. 지척 건너 검은 윤곽으로 가파른 상봉, 사람소리 왁자히 건너와도 좋을 시간이지만 제 그늘 아래 허리 깊게 파묻은 채 묵묵하기만 하다. 


바람 한 점 없었어도 저만치서 보고 있노라면 웬지 서늘한 기운 느껴지는 하봉. 짙푸르게 물들며 깊이 더해가는 초암릉과 좌우골들 굽어보며 진종일 무겁던 몸 훌훌 털어 날린다. 흩어지는 시간들, 초록 심연 속으로 눈부시게 침몰해가는 것들...


두류봉 향하지 않고 옛길로 접어든다. 대간릉보다 조망 없겠지만 답사차 한 번쯤 밟아보고 싶어서다. 완만하게 내리는 길, 돌아보는 오후 햇살 눈부셔 길은 더욱 적막하다. 능선 잦아드니 너덜 너머 물소리 들린다. 이끼 푸른 물가에 한참 발 담그고 앉았다가...

 

조개골 우렁찬 물소리 등 너머 들으며 또 하루해 거둔다.   

      

 

대원사 

윗새재 출렁다리 건너며

 

새재의 하늘

 

울창 숲 속으로...

 

장당골엔 철쭉이 한창이다. 길 벗어나 물가 잠시 기웃거린다. 

 

무재치기 부근은 철쭉꽃밭이다 

 

무재치기 앞에서 

 

무재치기는 무지개를 친다는 뜻을 가졌다 한다.

오늘 만난 무재치기는 그 자체로 무지개다. 물길을 넘어, 수 겹 물결무늬 세로줄로 펼쳐진 빛의 길이다.

시간 멈춰버린 그 곳은 어쩌면 세상 바깥이거나 흔들림 없는 가장 한가운데이거나.       

잡을 수 없고 잡히지도 않는 무지개, 그 커다란 헛것의 그늘 아래서 오래 망연하기나 할 따름... 

 

 

햇살 부서지는 연두가 어찌나 눈부셨는데... 사진은 당최... -.-  

 

 

 

무재치기 전망대에서 

 

장당골과 능선 너머, 왕등재 일대 동부릉과 웅석릉, 멀리 황매산까지...

  

가을날 단풍 곱던 숲길 

 

치밭목 오르며 돌아보다

 

치밭목 마당에 서니 웅석릉이 떠오른다. 당겨본다. 

 

치밭목 지나, 단풍 곱던 숲은 봄빛도 곱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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