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 : 덕구온천(09:25) - 옛재 능선 - 응봉산(11:15) - 북릉 - 사곡(재량박골) 갈림길(12:05) - 전망바위(12:40) - 863봉 - 지능선 따라 - 지계곡 - 버릿골 본류 만남(13:40) 점심 - 버릿교(16:30) - 풍곡리(17:20)
863봉 지릉인 검은 점선 따라 버릿골 내려섬(길 없음).
나중에 확인한 어느 1/25000도에는, 북릉 882봉 전에서 버릿골과 재량박골 내려서는 길이 좌우로 보인다(위 지도에 그려 넣은 빨간 선인데 실재 여부는 모름). 지도에 원래 표시된 큰터골과 재량박골 하산로는 확인되지 않고(x 표시) 다른 지점에 재량박골 하산로(사곡)가 뚜렷하다.
버릿골.
그닥 화려하지 않으나 아주 맛깔나는 계곡이다. 중상류는 예쁘고 그윽한 맛이 있다. 조그만 폭포들과 검푸른 물을 담은 아담한 소들, 울창 숲 아래 길게 펼쳐진 이끼 암반 거느리고 부드럽게 흘러가는 물길...
중하류 지점에 용소 있는 큰 폭포 있고 이후 계곡 분위기가 좀 바뀐다. 스케일이 느껴진다. 이끼와 돌단풍 무성한 협곡도 인상적이고 지리산 계곡 연상시키는 집채만한 바위들도 눈길을 끈다. 산터골 합수부 지나 있는 수십미터 장대한 와폭은 버릿골 물길타기의 대미를 장식한다.
별 험한 곳 없어 전반적으로 걷기 편하나 수량 많을 땐 이 동네 여느 계곡들처럼 위험하겠다.
옛재 능선길.
말 그대로 옛 사람들 다니던 길. 몸매 좋은 적송 감탄하며 가는 부드럽고 널럴한 산책로다.
오래 전 용소골 무박산행 때 한 번 오른 적 있으나 밤이라서 전혀 기억이 없다.
좌우로 쳐 놓은 송이밭 금줄이 좀 거슬리지만...
봉우리마다 에둘러 가니 한동안은 숨찰 일도 없다.
조망바위에서 서남쪽 함 건너다보고...
응봉산정에서 용소골 가는 일행들과 헤어져 북릉으로 든다.
북릉길은 최고의 산책로였다. 잠시 내려서면 이후로는 별 기복없이 울창한 참나무 숲길로 이어진다. 게다가 가을을 부르는 듯 마냥 서늘한 바람까지...
삼사십분이면 사곡(재량박골)갈림길이 나타나고, 다시 이삼십분이면 탕곡(북릉 끝)과 풍곡 갈림길이다.
풍곡 방향으로 간다. 어떤 지도나 기록에서도 확인하지 못했지만, 863봉까지 전후 어디쯤 버릿골 하산로 하나쯤 있으리라 여겼다. 길이 없다 해도 안부에서 적당히 내려서거나 그조차 여의치 않으면 옛길 따라 덕풍으로 직행하면 되기 때문.
덕풍 향 능선 863봉 가기 전까지 조망 트이는 곳은 두 군데인데 전망바위가 그 중 하나다.
바로 앞은 큰터골이겠고 멀리 보이는 능선은 줄미등, 용인등릉, 맨 뒤가 낙동정맥 줄기겠다. 그 중 가장 높이 보이는 곳이 용인등봉과 묘봉인 듯 싶고...
그나저나... 기대했던 버릿골 하산로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흐린 발길 흔적조차 없다.
버릿골향 비탈이 워낙 가파른데다 등로도 줄곧 능선 왼쪽으로 우회하므로 내려설만한 곳을 넘보기도 마땅치 않다. 가장 유력하게 기대했던 863봉 안부조차 지나치고 나니 좀 초조해진다. 일단 계속 가 본다.
우회하는 863봉 지나 다시 봉우리 오르기 전 버릿골쪽 비탈에 아주 흐린 발길 흔적이 보인다. 약초꾼들 다니던 묵은 길인 듯한데 능선을 거슬러 왔던 방향으로 나 있다. 혹 계곡으로 이어질지 모르겠다 싶어 들어선다. 흔적은 잠시 비탈을 따르더니 바위 전망대 하나 나타난다.
전망바위에서 굽어본 버릿골.
오른쪽 뾰족봉이 벼락바위봉이고 버릿골 왼쪽 둥근 봉우리는 범바위봉인 듯...
가파른 계곡보단 능선을 따르자 싶어 863봉 지능선을 따라 내려선다. 짐승인지 사람인지 누군가 다닌 흔적이 있는 둥 만 둥... 어쨌건 별 무리없이 진행할 만하다.
그러나 일대 산세에서 짐작되듯 이 능선도 내려설수록 더 가팔라진다. 잡목과 바위들 피해 가기 번거로워 계곡 방향으로 잠시 들어서 보았지만 곧 되돌아온다. 역시 너무 가파르다.
얼추 내려왔다 싶더니 이끼 무성한 계곡이 나타난다. 당황...! 짐작한 863봉 지능선이라면 버릿골 본류를 만나야 하는데 이건 전혀 버릿골답지 않다. 일단 내려서서 보자고...
지능선에서 내려와 만난 지계곡
이끼 무성하니 미끄러운 지계곡을 조심스레 내려오니 곧 본류. 물빛이랑 바위빛이 꽤 그럴듯하다.
지계곡 내려서 만난 본류.
물소리 들으며 저 자갈밭에 앉아 점심 먹고...
내려갈 길 바라보며
산악회 리본 하나 없는 깨끗한 계곡이다. 이런 곳이라면 크게 위험하지 않다면 사람과 물이 다른 길을 가야할 이유가 없으려니... 미련없이 물길로 접어든다.
작은 폭포 나타나면 우회하고...
또 폭포...
그러나 지금보다 오히려 옛 사람들이 더 많이 오르내렸던 듯 우회로는 아주 잘 나 있다.
우회로 내려와 잠시 거슬러 가 보기도 하고
문지골을 연상시키지만 그보다 더 밝은 계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