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 : 하사미동(11:20) - 구부시령(12:10) - 덕항산(12:30) - 삼거리 안부(점심) - 지각산(14:05) - 자암재(14:35) - 환선굴 입구 - 주차장(16:10)
오래 전 단풍 나들이길에 들린 환선굴, 기기묘묘 동굴보다 정작 단풍 물든 그 산에 더 홀렸으니, 가마 가마 하면서 미룬 게 지금이다. 날씨도 그렇고 제 철조차 아니다. 또 훗날을 기약할 일이다.
무덥고 시야 흐린 염천의 하루...
부드러운 숲길 따라 올라, 한없이 깊고 그윽한 태백산맥 등줄기 걷는 맛은 일품이었다.
그러나 가파르고 메마른 하산길 빙빙 꼬여 이어지는 경관로에선 흐린 시야가 아쉬웠다.
그나저나...
강원도는 여전히 가뭄 심하다. 북상중인 장마전선이 시원하게 치고 올라가 메마른 계곡을 함뿍 적셔주었으면 싶다.
산책하듯 부드럽게 오르는 구부시령 가는 길, 다들 산딸기밭 기웃기웃...
새벽밥 먹고 나선 워낙 먼 길, 들머리부터 허기 밀려와 손 닿은 대로 따서 우물거리며 간다.
구부시(九夫侍)령 이름은, 아홉 지아비를 섬겨야 했던 팔자 기구한 어떤 여인으로부터 유래했다고...
그러나 거느리고 사는 요즘 아지매들, 그 팔자 부럽다는 듯 키득키득...
갖가지 꽃들 만발한 그윽한 숲길
깊고 깊은 강원도 심산,
능선은 울창 숲길로 이어지지만 간간이 나타나 분위기 일신하는 작은 초원. 한편 신비롭기도 하다.
길은 전반적으로 이러하다.
덕항산정에서 건너본 동쪽. 맑은 날엔 아주 볼만하겠다.
산불감시초소까지 기어올라 갔는데 시야가 워낙 안 좋다.
워낙 울창한 능선, 귀하게 만난 조망포인트지만...
지각산에서.
민둥한 정상부는 귀네미 고랭지밭이다.
점잖고 고상한 지각(智覺)산이란 이름, 알고보니 퍽 재미있다. 위 지도에 보듯 광동호 아래 또 하나 지각산이 있는데 그 산 원래 이름은 찌걱산이었다. '찌걱'이란 지역 사투리로 남녀의 정사 장면을 가리키는 의성어라나.
광동댐 때문에 형태 조금 변했겠지만, 지각산 북쪽 산자락은 묘하게 Y자로 벌어져 있고 그 사이 또다른 길쭉한 산자락이 파고 들어가 있다. 지형의 암시 덕분인지 그 지형 빚은 신령님 짖궂은 부추김인지 그 골짜기에서 남녀가 만나면 반드시 일을 내곤 해서 저 이름이 붙었다는데...
찌걱산을 지각산으로 고쳐 부르는 게 계곡에서 마주친 남녀, 함부로 찌걱!하지 말고 모쪼록 지각있게 처신하라는 양반님들 훈계인지 모르겠으나, 먹물내 풀풀 나는 智覺보다야, 구부시령 유래에서 보듯, 팍팍했던 그 시절 이 첩첩산골 오지에 살던 이들의 투박한 에로티시즘과 해학적 상상력이 생생히 느껴지는 찌걱산이란 이름을 되살려 쓰는 게 나을 듯 싶다.
찌걱 찌걱~ 숨차게 오르는 찌걱산, 찌걱찌걱 웃으며 가면 발걸음도 한결 가볍고...
줄지어 내리꽂히는 칼날릉들을 당겨보다
자암재 가기 전 다시 만난 초원
오래 전 단풍철 환선굴 가며 첨 본 저 모습들은 충격이었다.
겹겹 가파른 단애들이 빚어낸 협곡은 무척 강렬한 인상이지만, 집중도에 비해 규모가 약하여 한국의 그랜드캐년이라는 별명은 좀 유치하게 느껴진다.
동고서저는 지형만이 아니라 기온도 마찬가지인 듯, 산맥 서쪽 서늘하던 오름길과 달리 동쪽은 엄청 습하고 무덥다. 굴 속에서 잠시 숨 돌리며...
외설악 한 자락 연상시키는 이 칼날암릉들, 조망대에서 워낙 가까워 엔간한 광각이 아니고는 한 화면에 들지 않는다. 가까운만큼 박진한 맛이 있다는 것이기도 하다.
따로 찍은 사진 파노라마로 함 꿰맞춰 보니.... 역시 허접하다.
마지막으로 돌아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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