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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여행/경상권

가야산 만물상릉(070922) - 알바로 얼룩진 안개 산행

by 숲길로 2007. 9. 28.

코스 : 북두림 마을 - 가재 - 사자바위 - 상아덤 - 만물상릉 - 백운동(2차례 알바까지 하며 6시간 30분)

 

구름이 이렇게 낮게 깔리리라곤 예상치 못했다. 진종일 구름 속에서 헤매다.

상아덤에서 백련사쪽 능선은 몇 차례 걸었으나 가산쪽 능선은 첨이다. 가재를 지나 한동안 가파르게 오르지만 솔숲이 정겨운 길이다. 칠팔백 고도부터는 암릉이 나타나며 조망이 아주 좋을 듯한데 구름 속이니 보이는 건 망망 안개바다 뿐...  

주릉 가까워지자 오른쪽으로 우회하는데 지나와서 보니 능선을 따라서도 암릉길이 있는 듯하다. 조망 좋은 날 만물상릉과 잇는 준원점회귀 코스를 다시 한번 걸어야겠다.

 

주릉에 들어서 걷기 편한 우회로 대신 조망도 없는 바윗길 더듬다가 사자바위 부근에서 한차례 알바(몇 년전에도 무심코 사자바위 능선으로 들어섰다가 바위꾼들을 만나 되돌아 온 적이 있다). 만물상릉 어느 지점에서도 바위를 바로 넘으면 되는데 젖은 바위 딛기 싫다는 아내 덕분에 또 한번 호되게 알바. 큰 암봉을 오른쪽으로 우회했는데 방향감을 잃어버렸다. 앞으로 뻗은 능선으로 우회하려 좌우로 왔다리 갔다리... 몸이 향하는 방향과 반대로 갈 길이 나 있다. 우회한 바윗길을 되짚어가는 느낌. 나침반을 확인하지만  믿기 어렵다. 나침반조차 극성이 바뀌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침반을 두개 들고 다닌다지만 두개가 서로 다를 때 어느 걸 믿어야 할까...? 뺑그르르 제자리로 돌아오는 링 반더룽(ring wanderung)! 참 오랫만에 다시 겪는다. 헤맨 이가 우리 뿐이 아니었는지, 수십미터 가다가 길이 끊기는 처절한 알바의 흔적이 곳곳으로 나 있다.

 

만물상릉은 별로 길지 않다. 조망이 좋다면 세월 죽이며 한참 놀며 가겠는데 오늘은 그저 걷는다. 

고도 낮추니 안개가 차츰 옅어지나 싶더니 다시 우리를 따라 내려온다. 지겨운 것...

여하튼 안개 속에서 어지간히 헤맨 날이다. 잠시나마 암담했던 순간들...

좋은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