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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여행/속리 월악 새재권

월악 만수릉(060919)

by 숲길로 2007. 6. 4.

 

- 코스 및 시간 : 덕주사 주차장(10:50) - 마애불(11:20) - 960봉(1봉. 12:20) - 4봉(지능선 흐린 길 있음) - 5봉(14:10 점심) - 852봉(6봉. 우회로 있음. 역시 지능선 따라 흐린 길 있음)  - 895봉(9봉. 16:10) - 895봉 지능선길 - 마방골 등산로 합류(17:00) - 덕주봉 등산로 갈림길 - 영봉 주등산로 삼거리 - 덕주사 주차장(17:40)  총 6시간 50분(편의상 960봉을 1봉... 895봉을 9봉이라 함).

- 기상 : 맑으나 습도가 높고 조망이 나쁨.

 

 

만수릉

 

만수릉은 월악 공룡으로 불리는데 설악 공룡보다 기복이 약해도 등로가 덜 발달되어 전체적으로 은근히 까다롭고 지루하다. 물론 이는 대부분 암봉들 정상부가 조망 없는 숲이라 줄곧 답답하게 느껴지는 점과도 관련된 듯하다. 

 

만수릉 들머리인 960봉 삼거리의 조망은 전혀 없다. 가야할 만수릉 쪽으로 <등산로 아님> 표지가 있다. 길은 뚜렷하다. 9개 봉우리를 오르내리며 능선구간만 4시간이 걸린다는 월악 공룡릉의 명성이 무색할 만큼 들머리는 평범하다. 조망 없이 완만하게 내려가는 참나무 숲길이다. 밖에서 보는 만수릉의 수려한 미모와 딴판으로 소박하다고 해야 할까, 960봉을 내려서는 바윗길은 암질도 규모도 인상적이지 않고 동네 뒷산마냥 평범하다

 

2봉 오르는 직벽(상하단 합쳐 10여m)은 까다롭다고 알려져 있으나 하단은 고정로프가 매여 있고 상단은 조심스레 바위를 잡고 오르면 별 문제가 없다. 다른 구간에도 곳곳에 고정로프가 있어 특히 어려운 지점은 없다고 하겠지만, 로프들이 전반적으로 부실한 편(어떤 곳은 없느니만 못함)이라 보조로프 10m 정도는 준비하는 게 좋을 듯하다. 일부 구간은 우회로가 있다. 

 

4봉과 6봉에서 암릉으로 된 지능선이 길게 뻗어나가는데 그 능선을 따라 조금 가보면(흐린 길이 있음) 아쉬운 대로 조망이 터지는 곳이 있어 영봉 오르며 보는 밋밋한 조망과는 비교할 수 없는 절품 만수암릉을 입체적으로 감상할 수 있다.

4봉 지릉에서는 이전 3봉까지 능선에서 흘러내린 암릉상이 완벽한 구도의 그림을 그리며 한눈에 들고, 6봉 지릉에선 3봉까지의 암릉이 일부 가려지는 대신 4봉 지릉에서 뻗은 암릉이 날개를 이루며 겹겹의 암릉상을 빚어내는 식이다. 이 지능선들에는 흐린 길 흔적이 있는데 과연 계곡까지 이어지는 정상 등산로인지 언젠가 확인해보고 싶다. 만약 그렇다면 그 능선들이야말로 만수능선을 가장 입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코스일 것이다.  

 

만수릉의 최고 조망대는 5봉으로 정상(우회)직전 너럭바위가 있고 영봉이 보인다. 그러나 아쉽게도, 앞뒤로 출렁이며 이어지는 만수릉 중 살짝 뒤로 빠져 있는데다 아주 높지 않은 곳이라 전 능선을 한 눈에 조망할 수는 없다. 그러나 소나무 그늘에서 쉬며 코앞에 우뚝한 4봉과 먼 영봉, 남북으로 아득히 뻗어가는 능선들을 조망하기엔 그만이다.

또 하나 만수릉의 아쉬운 점은 덕주릉이나 용암릉의 조망이 별로라는 것이다. 그 능선들은 모두가 남쪽으로 암릉을 흘러내리고 있어 북쪽의 만수릉에선 그저 검푸른 빛깔로 파도치는 산릉을 지긋이 바라볼 뿐이다. 그 역시 오후 역광엔 제법 그림이 된다. 

 

6봉(852봉)은 우회할 수 있고 이후로는 평범하게 오르내리는 참나무 숲길이다.

9봉에서 능선을 따라 마방골로 내려오는 등산로가 지도상에는 나타나지 않은데 실제론 뚜렷하다. 덕주릉쪽 조망은 곳곳에서 트이나 역시 만수릉 쪽은 감질나는 정도로만 조망이 트인다. 그러나 마방골로 하산하는 것보단 낫다고 여겨진다.

30분 남짓 내려와 바위를 내려서는 곳은 조금 주의를 요하고 50분 정도만에 마방골 주등로와 연결된다.


용암릉, 덕주릉에 비해 봉우리도 많고 긴데다, 워낙 수려한 암릉미를 자랑하는 능선이라 큰 기대를 하고 미루다가 막상 올라보니 조망이 부족하여 많이 아쉬웠던 코스다. 하산 후 동행과 얘기 나누며 용암 덕주 만수 중 덕주릉이 가장 좋았다고 평가했으나, 날씨도 덥고 대기도 흐렸던 터라 편견에 가까운 기대를 앞세운 일방적인 판단인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래도 소위 만수릉 아닌가? 첫 산행의 인상이 강렬한 만큼 속단하고 왜곡하는 경우도 적지 않기에, 만수릉에 감추어진 아름다움과 즐거움을 충분히 누릴 만큼 안목과 용기를 보완하여 단풍철이나 잎 지고 난 철에 다시 한 번 오르리라 생각한다.

 

 영봉

 

 

 

 

 

만수릉의 여러 모습들 

 

월악 전경 

덕주릉 실루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