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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여행/지리 설악 제주

지리 뱀사골에서 용수골로 121021

by 숲길로 2012. 10. 25.

코스 : 뱀사골 입구(08:45) - 화개재(11:55) - 삼도봉(12:35) - 용수골 진입(12:45) - 피아골 주등로(15:25) - 피아골산장(15:35) - 직전마을(17:00) - 연곡사 아래 주차장(17:30) 

 

 

아침 햇살 안고 오르는 가을 뱀사골, 참 오랫만이다. 역광에 눈부신 단풍이 낯설게 느껴진다.

일찌감치 도착한 덕분일까, 휴일임에도 등산객들 예상보다 덜 붐빈다. 계곡산책로 들어서니 거대한 카메라 받쳐놓고 들여다보는 찍사님들 곳곳에 포진이다. 형형색색 나뭇잎 비추며 쏟아지는 빛들, 그 빛깔 안은 채 수면 위로 떨어지는 빛들... 

나도 똑딱거리며 간다. 저 무량 빛들의 질과 결 살피며 안성맞춤 물가 자리 골라낼 능력도 여유도 없으니, 저만치 앞서가는 이들 뒷모습 감싸며 후광처럼 피어나는 단풍그늘이나 총총 따라간다.

올 단풍, 능선은 일찌감치 메마르고 가파른 골들 또한 잠시잠깐 빛내다 숨죽였다지만, 너르고 부드러운 뱀사골은 마냥 곱게만 보인다.

허나 큰산의 계절은 고도따라 흘러간다. 900m 쯤부터 산빛 점차 여위더니 늦가을 거쳐 초겨울로 접어든다. 화개재에서 보는 토끼봉 능선은 잎진 가지들만 앙상히 빛나고, 오르며 굽어보는 목통골 단풍은 저만치 내려서 있다.   

점심 먹는 사람들 붐비는 삼도봉 지나쳐 후딱 용수골 스며든다. 산죽 사이 길 뚜렷하지만 그냥 메마른 계곡따라 내려선다. 지난 여름 두 태풍, 볼라벤과 산바가 얼마나 사나웠던지 아름드리 나무들 뚝뚝 꺽이고 쓰러져 곳곳에 길 막고 있다. 조금은 섬뜩하고 무참한 풍경에 험하지 않은 계곡이 한결 거칠고 메말라 보인다.

메마른 상류 지나 단풍이 그늘친 너른 물가에서 점심상 편다. 깊은 산중, 홀로이 등지고 앉은 쪽 감각이 예민하게 열린다. 쉼없이 살아 움직이는 산, 바람마저 거드니, 만물은 서로 속삭이고 위협하고 유혹하고 추근댄다. 나 또한 잠시나마 문득 그 일부.

피아골 주등로 만나기 전 한동안 계곡미와 단풍이 제법 볼만한데, 상류부터 이어지던 고로쇠 파이프가 썩 거슬린다. 과잉 시설물과 함께 지리산의 자연미 망치는 대표적 흉물이다.

피아골 주등로 만나니 인파 대단하다. 과연 단풍철 휴일 피아골!

절정 이룬 단풍 고우나, 하산시간 빠듯할 듯하여 실례 무릅쓰고 추월 감행하며 내처 걷는다. 산길 빠져나와 너른 임도 이르러 숨 돌리니, 은은하게 물든 단풍이 비로소 눈에 든다. 참 아름다운 길이다. 직전마을 일박 후 이른 아침 산책으로 걸어보면 더없이 좋을 길, 올 때마다 그 생각이지만 게으름과 욕심에 발목잡혀 한 번도 그래보질 못했다. 언젠가 그럴 수 있다면 바로 그 날이 피아골 단풍 제대로 만나는 날일 터.   

 

                                           뱀사골 오르며

 

 

 

 

잠시 물가로 내려서서

 

 

 

 

 

 

 

 

 

 

 

 

 

 

 

 

 

 

 

 저 여유가 부럽다. 가파른 내 욕심이여...

 

 

 

 

 

 

 

 

 

 

 

           

 

 

 산빛들, 늦가을 지나...

 

 

 

 화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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