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 : 모릿재(11:20) - 잠두산(12:50) 점심 - 백석산(14:55) - 하산로 삼거리(15:30) - 지능선 - 계곡만남(16:15) - 임도(16:20) - 던지골 송어양식장(16:40) - 차량(16:50)
산이 어딜 가랴... 하며 늘 그 자리라 여기지만
함부로 오라 가라 할 수 없으므로 풍경,
빛과 바람 오시지 않으면 만날 수 없고 열리지 않으면 들 수 없는 그 경계가 비로소 산경이려니.
구름이 닫아버린 지평 홀연히 피어났다 사라지는 것들,
이름의 허실을 깨고 넘나드는 아슬한 시간의 경계는 태초 이래 가장 오랜 매혹.
숲과 나무들 그지없이 아름답던 산, 가는 곳곳 걸음 떨어지지 않아 오래토록 서성이고 싶던 신선들의 놀이터에서
한 나절 남짓 꿈결인 양 거닐다 오다.
들머리부터 가늘게 눈발 날렸으니 조망은 애시당초 물 건너간다.
그러나 워낙 숲이 빼어난 산릉이다. 가 본 곳 많지 않으니 얼핏 떠오르는 일대 산들, 오대 계방 가리왕... 누구와 비교해도 손색없다. 아니 한 수 위다. 수종 다채로울 뿐 아니라 수형 뛰어난 녀석들 너무 많다. 나무들 미모 경연장 같다. 여태 이런 산은 보지 못했다.
잠두에서 백석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백석 고원이라 불러도 좋을만치 펑퍼짐하고 부드럽다. 곳곳에 조망처 될만한 암봉들도 보인다. 한 두군데 굽어보지만 깜깜 절벽...
하산길, 던지골로 이어지는 지능선 역시 꽤 가파르지만 매우 아름다워 봄가을 모습이 기막힐 듯하다.
겨울이라 대형차 멀리 들어오지 못할 경우엔 마을길 걷는 게 조금 부담스럽겠다.
모릿재에서 올라서는 능선, 좌우 제법 날이 서 있는데 곳곳 참나무 고목들이 눈길을 끈다.
숲과 나무가 멋진 능선이리라 예감하지만... 과연 기대 이상이었다.
돌고래 주둥이처럼...
잠두산 정상부. 상고대 보이기 시작한다.
잠두산에서 감탄하며 돌아본 모습인데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정입가경...
고원의 산죽과 어울리는 고목 참나무들이라니...
참나무에 기생하는 겨우살이가 불멸의 상징인 이유는 사철 싱싱한 그 빛깔 때문이기도 하지만, 숙주가 되는 참나무 자체 덕분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나무 중의 나무 참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