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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여행/지리 설악 제주

지리산 하늘꽃밭으로 090905

by 숲길로 2009. 9. 6.

코스 : 거림(10:00) - 음양수(12:20) - 영신봉 아래(13:30) - 세석 대피소(13:45 점심) - 촛대봉(15:00) - 거림(19:00)  소풍모드로.

 

아무리 보아도 물리지 않을 하늘 꽃밭.

언제쯤이 좋을까... 조바심치다 주말에야 살짝 다녀온다.

 

계절과 계절 사이, 사계의 한자리 얻지 못하는 짧은 한 철이지만 드높은 지리 능선은 키 낮은 꽃들로 가득하다. 들국화 시절이라 불러보지만 그 뿐이겠는가. 쑥부쟁이, 구절초, 산오이풀, 끝물 동자꽃, 짚신나물, 용담, 투구꽃, 그리고 그 이름 몰라서 모르고 알았다가도 모르는 수많은 꽃들. 눈 맞추려 애써 키 낮추면 비로소 시야에 드는 실낱같은 꽃대에 오종종 매달린 이름 모를 꽃들과, 눈 맞으면 그만이지 개뿔 통성명은 모냐며 새침 화끈한 저 모든 꽃들까지...

공원면적만 일억삼천만평 드넓은 지리산역, 장하고 기름진 몸집 뽐내는 나무와 꽃들은 뿌리 내리기조차 꺼리는 메마른 자리 골라 청명 하늘빛보다 더 눈부시게 피어나는 수천 수만의 꽃들. 하늘에 닿는 저 꽃, 필시 천근만근 생명의 무게 다하도록 가벼워질대로 가벼워져서야 비로소 오는 시간의 맨 한가운데 자리.

 

예전에 그 능선, 다른 계절에 걸으며 퍽이나 황량한 곳이구나, 했었다. 어쩌면 참으로 인간다운 오만한 생각이었고 무디고 거친 눈썰미였다. 메마르면 메마른 대로 뿌리 내려 자라면서 누구 못지 않게 아름다운 꽃을 피워올리는 모습은 그저 경이롭다. 원치도 않는데, 자연이란 말 그대로 스스로 알아서 하는데, 주제넘게 가꾸고 보호해 준다며 이러쿵 저러쿵 이짓 저짓 저지르는 행태가 오히려 민망할 노릇이다.    

 

꽃의 지평선.

꽃잔치에 초대받은 상객, 벌들 무수히 날아와 잉잉대는 곳. 한 철 꽃의 희열에 날것들 더불어 즐겁기에, 초대조차 받지 않은 주제에 우리 커단 덩치만 믿고 거드럭거릴 일 더욱 없다 하겠으니, 

꽃과 벌들과 그 꽃지평에 닿는 하늘과 구름 데불고 마냥 홀린 듯 한나절 희희낙락할 따름이었는데,

끝없이 피고지며 스스로 흘러가는 저 우주적 장엄의 경계에 하늘만큼 땅만큼 무거운 듯 가벼운 듯 훌쩍 뛰어들고 말았으니, 꽃들 차마 민망치 않을 노릇이란 게 그 밖에 달리 무에 있었을까...?       

 

 

 거림골 오르며

 

 남부릉에서 올려다본 영신봉과 주릉

 

 영신봉과 촛대봉

 

 언제 가도 좋은 조망 능선...

 누군가 보인다. 다가가 보니 너럭바위에서 여유롭게 오찬 즐기는 이들.

 

 영신봉으로 가며 여기저기서 똑딱똑딱

 

 

 돌아본 남부릉

 

 

 벼랑 굽어보며

 

 

 촛대봉 아래 세석평전 철쭉은 벌써 가을빛이다.

 천왕은 구름 속, 제석 연하 일출릉이 멋스럽다.   

 

 세석 대피소 가며

 짱도 흐뭇~한 표정

 

 영신봉 돌아보며

 

 꽃밭에서 식사 즐기는 이들.

 입으로 드는 건 소찬이어도 보는 것만으로도 배부를 꽃들

 

좀 늦은 점심시간엔데도 대피소는 꽤 붐빈다. 주말답다. 

도시락 챙기기 귀찮아 라면 준비했는데 그늘엔 자리가 없다. 땡볕 아래서 점심먹기란 피곤한 노릇이다. 쉰 거 같지도 않다. 서둘러 일어선다. 

  

 촛대봉 오름길 좌우 고원 초지는 가을빛이 역력하다.

 

 

 들국은 아직 싱싱한데 오이풀은 절정을 지났다.

 

 

 촛대봉에서 굽어보다

 

 촛대봉 꽃밭

 

 돌아보니, 서북릉은 흐릿...

 

 촛대봉에서 굽어본 꽃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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