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 : 육십령 - 남덕유 서봉 - 삿갓봉 - 무룡산 - 백암봉 - 향적봉 - 설천봉 - 곤돌라 - 리조트(13시간)
산은 공간이라기보다는 늘 시간적인 무엇에 더 가깝다. 겹겹으로 굴곡진 공간을 따라 하염없이 펼쳐지는 시간들... 오랜 산조차 늘 새롭고 조금은 낯설다.
밤을 거쳐 아침에 떠오르는 산, 그 산의 시간은 텅 빈 내면을 가득 채우는 몽환으로 빛난다. 때로 투명하게, 때로 어둡게...
무박 산행의 매력인 새벽빛의 황홀과 멋진 일출을 기대했으나...
구름 조금이라던 예보와 달리 희한한 사계의 산행이 되었다. 서봉 언저리에선 가는 눈발까지 치던 잔뜩 흐린 날씨, 심심할만하면 몇 방울 가랑비도 뿌려보고 한낮에는 아주 잠깐 햇살마저 던져본다.
사방 지평은 그토록 무겁게 무겁게 진종일... 덕분에 쾌청 하늘 아래서도 힘든 원경 조망을 누렸으니 나름 호사라 할 만했다.
당초엔 시간 봐가며 칠봉을 거쳐 구천동으로 내려서려 했으나 삿갓골재 너머부터는 두리번거리느라 어영부영, 결국은 곤돌라로 하산한다.
초가을 덕유의 산빛 또한 첨이다.
들국이랑 산오이풀 등 한시절 산길 곳곳을 누비던 꽃들 시들어가는 숲, 형용못할 크기와 빛깔의 장엄으로 나날이 물들어간다. 높은 구름 드리워 한결 가라앉은 저 산빛, 햇살 아래 눈부신 단풍의 비밀이 제 몸의 물기 거두며 죽어가는 꽃잎의 속내와 다르지 않음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느끼게 한다.
멀리 있는 듯했으나 이미 다가온 숲과 산의 시간, 그 속으로 엮여드는 사람의 시간...
삿갓봉 오르며 건너다본 동남쪽 하늘
월봉 금원 황석... 그리고 지리
무룡 동남릉 너머 가야산릉. 오른쪽으로 매화 의상, 비계산도 뚜렷하다.
무룡산과 그 너머
계룡산을 당겨본다. 왼쪽 부드러운 듯 까칠해 보이는...
서대산(왼쪽 가장 높은)과 적상산
다시 지리. 그 앞의 괘관산이 참 인상적이다
무룡산 가며
운장산(왼쪽 최고봉)에서 계룡까지. 가운데 대둔도 뾰족.
여름이면 원추리 만발하는 무룡산 비탈 너머 다시 한번...
남덕유를 돌아보다
무룡산과 동엽령 일대는 참 좋아하는 곳이다.
시원스런 조망도 일품이고 산빛 또한 기대 이상 가을이었으니 자꾸 돌아보고 둘러보며 걸음이 느려진다.
무룡산에서 보는 향적봉향
설천봉 왼쪽으로 속리를 당겨본다. 조망만은 기막힌 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