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 : 늘재 - 청화산 - 조항산 - 능선따라 - 의상저수지 - 삼송2리
886봉에서 보는 조항산 방향
조망이 매우 시원스럽고 아름다운 코스다. 오래 전에 둔덕산과 조항산을 오른 적이 있으나 눈발치는 날씨라 제대로 살필 수 없었고, 갓바위재 지나 청화산쪽은 초행이다.
청화산 오르며 돌아본다. 단숨에 하늘 깊이 떠오르는 속리산의 기나긴 톱날 윤곽이 일품이다. 서북릉 조망은 백악산이 최고라면, 청화산은 관음봉에서 천황봉 사이 암릉미를 느끼기에 좋다. 도장산 역시 속리 조망이 좋다 하나, 날이 흐려 제대로 보지 못한 경험이 있다.
가파르게 이어지는 오름 곳곳에 전망대다. 힘들다며 지나치지 말고 다 챙겨 볼일이다. 고도와 방향따라 달라지는 산과 골이 보기 좋다. 정상부 오르기 직전 나타나는 암릉 구간(병풍암?)은 우회하여 주등로가 있지만 조금 위험스럽게 날등을 올라본다. 처음으로 원적암이 굽어보이고 시루 연엽 능선 위로 파란 하늘도 걸린다. 사방 거침없는 빼어난 조망대.
시루봉(바위봉)과 연엽산
청화산 정상은 비좁고 시야가 거의 없다. 정상석 붙들고 사진 찍는 이들을 비켜 총총 나아간다. 가파르게 내려서서 이어지는 능선은 886봉까지 거의 시계 닫힌 울창 숲길이다. 청화 조항은 조망산행이라더만...? 조금 지루해지려는데 청화산 북쪽의 최고 조망 886봉에 도착한다.
길만 따르면 원추리 피어있는 정상부 조망대를 놓친다. 길 살짝 벗어난 바위사면에 올라 눈을 가늘게 떠 본다. 조항, 둔덕과 대야산 너머까지 한눈에 든다. 특히 발아래 깊이 떨어지는 가야할 능선이 의상골 쪽으로 군데군데 암릉을 토해내며 굽이치는 자태는 매우 인상적이다. 이후 구간은 전혀 지루하지 않을 뿐 아니라, 최고의 조망이 함께하는 능선산행이라 할 만하다.
고개 내민 대야산
886봉을 돌아보다
의상 저수지쪽 - 백악산과 낙영산이...
능선상의 조망대 - 점심 먹은 곳
돌아보는 886봉과 청화산의 윤곽도 시원스럽고, 시루 - 연엽 줄기 너머와 그 사이사이 작약, 도장, 청계, 성주봉 등의 산군들이 먼빛으로 신비롭다. 다가가며 보는 조항산과 그 좌우로 흘러내리는 산줄기 너머 대야, 둔덕, 희양산의 모습이 독특한 아름다움을 지닌 선형과 산빛으로 산길 걷는 이를 매혹한다. 부드럽게 흘러내리는 둔덕산릉과 그 너머 올망졸망한 봉우리들이 빚어내는 율동미는 차마 놀라울 따름...
특히 오늘처럼 구름이 햇살을 가려주고 적당히 흐린 대기가 멀고 가까운 산릉들의 윤곽을 안개처럼 감싸고 있을 때 수묵의 질감, 수묵 원근을 느끼게 하는 별스러운 풍경이 펼쳐진다. (안개 원근법의 절정은 운해가 자아내는 무한한 깊이와 입체감이다). 더 농도 짙은 대기라면 면의 질감은 지워지고 흐린 윤곽만 남아 좀 답답한 선의 추상이 될 터이고, 날씨가 너무 청명하다면 사방 모든 산들이 가깝게만 보여 원근과 입체감이 부족한 평면경이 되어 멋스러움을 잃을 것이다.
청화산과 조항산 역시 남쪽 모습이 보기 좋다. 둔덕이나 대야 쪽에서 보는 조항산은 둥근 봉우리만 우뚝한 평범함이었다. 남쪽에서 다가가며 보니 조항산 정상부 왼쪽으로 들쑥날쑥한 암릉이 제법 눈에 띄는데, 숲에 싸여 비좁은 정상에만 머무르기보다 그 곳을 한 번 다녀오고 싶어진다. 그러나 산악회 산행이라 그럴 여유가 없어 아쉽다.
조항산에서 보면 쭉 뻗어가는 암릉미가 좋은 마귀할멈 통시바위 능선과 고모치 부근에서 서쪽으로 뻗는 능선 남사면은 채석장 흔적이 흉물스럽다. 조항산의 빼어난 북쪽 경관을 심하게 해치며 보는 이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복구중인 듯 푸른 초목빛깔이 가지런하나 수직으로 깊이 잘린 산자락의 흰 바위벽은 영원히 복원 불가능한 상처일 것이다. 오랜 세월의 비바람과 푸르름을 향한 숲의 열망만이 흰 빛으로 드러난 뼈대와 속살을 덮어 굳게 할 것이다.
의상 저수지 쪽으로 하산하는 능선은 무척 쾌적하다. 조망 트이는 곳은 많지 않지만, 가파르지 않고 쭉쭉 뻗는 소나무도 섞인 울창한 참나무 숲길이다. 봄이면 철쭉도 좋겠다.
능선 막바지에서 저수지 쪽으로 잠시 가파르게 떨어지더니 갓바위재 길에 이어지는 임도와 만난다. 의상 저수지는 년전에 공사를 하더니 사방댐 규모다. 산자락 휘감는 둑길을 돌아 마을까지는 30여분의 지루한 길이다.
하산 마을 삼송2리에는 천연기념물인 거대한 소나무가 있어 구경할만하다.
가운데는 작약산
조항산과 까치발로 선 중대봉
시루 연엽 너머 성주봉?
지나온 능선 볼아보다
둥근 조항산 정상을 향해
조항산 전 바위에서 - 멀리 속리산 줄기와 백악산...
상처난 산허리 너머 대야산과 군자산(맨 뒤)
통시바위 능선 너머 희양산과 주흘산(오른쪽 뒤). 희양 너머로 조령산릉
부드럽게 흘러내리는 둔덕산 자락 너머...
저수지 뒤로 구름에 잠기는 조항산
하산길 풍경
'산과 여행 > 속리 월악 새재권' 카테고리의 다른 글
괴산 연어봉과 신선봉(070909) (0) | 2007.09.12 |
---|---|
상주 백악산(070823) (0) | 2007.08.24 |
대야산 중대봉(040615) (0) | 2007.06.24 |
주흘산과 부봉(060912) (0) | 2007.06.24 |
월악 덕주릉과 용암릉(0609..) (0) | 2007.06.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