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 : 운문사 주차장 - 물건너 능선따라 - 등심바위 - 범봉 - 운문산 - 독수리 바위 - 북릉 - 운문사(여유롭게 9시간)
운문산 파노라마
워낙 좋았던 날씨라 코스 좀 길게 잡았더니 해 저물어 끝난 산행.
구름 저편 문이 열리는 곳, 운문을 오른다.
물 건너서 벌채 중인 산길 에둘러 에둘러 오른다. 등심바위(운문사 편액에 쓰인 호거산의 별명이란 설도 있다)에 올라 아침햇살 쏟아지는 가지산과 발아래 운문사를 번갈아 바라본다. 어젯밤 다녀간 눈발에 희게 빛나는 산정과, 한없이 고요한 적멸의 검푸른 성채.
이어지는 능선은 우회로 대신 줄곧 날등을 따른다. 솔과 어우러진 암릉이 곳곳에 멋진 편한 길이다. 대비사골 너머 귀천봉 능선이 탐스러워 보인다. 억산을 정점으로 이 능선과 이어 걷는 것도 괜찮겠다.
범봉 오름 전에 보는 억산. 깨진바위는 직벽의 섬뜩함을 감춘 채 아주 반듯하고 기품 넘치는 모습이다. 차츰 운문에 다가선다. 눈이 녹아 질척거리는 우회로 대신 로프 잡고 날등 암릉을 오른다. 돌아보고 올려다보며 느리게 느리게 간다.
한겨울의 정상이 바람조차 없다. 여태 올랐던 중 가장 인상적인 운문이다. 푸른 하늘 아래 검푸른 세상이 펼쳐진다. 구름문이 열렸으니 저 세상과 이 운문산정의 거리는 무한(無限)이거나 무(無).
산정의 시간은 순간순간 반짝인다. 무한히 멀거나 아예 없는 거리 사이에서 오래오래 머문다.
북릉을 접어드니 아무도 밟지 않는 눈길이 잠시 가파르다.
독수리바위 오른 것까지는 좋았는데 내려갈 길이 막막하다. 평소 갖고 다니는 수미터짜리 로프를 꺼낼까 하다가 아무데로나 그냥 나무잡고 내려선다. 그 넘의 독수리, 꽤나 사납구만...
이후 이어지는 북릉길은 좀 지루하다. 잡목이 많이 우거졌고 조망도 그리 시원찮다. 운문사 가까워지는 곳에서야 암릉과 솔숲이 제법이다.
해가 지려는 시각, 가파르게 내려서는데 산길 오르는 비구니 한 분과 마주친다. 수도하는 분이라 별 내색 않았음에도 많이 놀란 눈치다. 출입 통제하는 선원 뒷길이라 최대한 조용히 하산...
등심바위 오르며 본 가지산
지룡산과 운문사
범봉과 억산
억산
가지산
청도 화악산과 남산 - 가까이는 수리봉과 문바위가, 하늘 아래는 황매산이...
억산에서 운문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가지산
남쪽 - 정각, 향로산릉 너머 양산과 밀양, 창녕의 명산들까지...
남쪽에서 서쪽으로 - 황매, 비슬산까지...
재약산릉과 신불 너머 영취, 죽바우등... 오룡산까지?
운문을 등지고
독수리바위 - 올라갔다가 진행방향으로 내려서지 못해 쩔쩔...
어느덧 해 떨어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