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여행/대간

대간 진고개~대관령 180722

숲길로 2018. 7. 25. 11:48



코스 : 진고개(03:38) ~ 노인봉(05:00 일출 대기 25분) ~ 소황병산(우회 06:55) ~ 샘터(07:15) ~ 매봉(08:57) ~ 동해전망대(09:48) ~ 곤신봉(10:25) ~ 선자령(11:17) ~ 대관령(12:28)  gps로 25.47km 8시간50분



진고개에서 올려다본다. 부시게 쏟아지는 별빛... 이런 밤하늘을 보는 게 얼마만인가. 

대기는 적당히 서늘하고 바람도 살살 불어온다. 반도 어디나 연일 폭염이지만, 지금 이순간만은 더없이 좋을 무박산행의 예감... 

낯익은 듯 낯선 돌계단길 걸어올라 또 한구간 대간길 접어든다. 노인봉 일출 시각 맞추려 조금 여유로운 걸음이다.

수시로 올려다보는 밤하늘엔 눈에라도 실컷 담아가고픈 광경, 별의 황홀... 잠시 멈추어 랜턴을 끈다. 희뿌옇게 천공을 가로지르는 은하, 아득히 먼 시공간을 날아와서 비로소 눈에 박히는 저 별빛, 별의 적막...


산행은 타이밍이다, 란 말의 의미를, 아니 그 틈새를 들여다본다.

의미는 언제나 발명이지만, 발명은 언제나 그게 놓여진 거기서 재발견하는 것이다. 그렇게, 다시 들여다 본다. 그게 놓인 거기를.

'거기'가 보이면 볼 수 있는 것이고, 보이지 않으면 못보는 것이며 없는 것이다. 틈이란 게 필시 그러하다.     

내가 보았다고 여긴 그 틈을 다시 들여다본다, 아니 이제 돌아본다. 보이는 게 맞는 걸까... 자문하면서.

무한히 열리곤 하던 그 틈, 때로 그 틈으로 빠져나가고 싶다고 느낀다. 유혹처럼, 누군가처럼.

훌쩍 무게를 벗고 별로 승천한 이의 소식을 산행 이튿날 들었다. 번개처럼 맞았다.

정치 신념의 동의 여부를 떠나 이 나라 정치인 중 몇 안되는 존경할 만한 분 중 하나였지만,

너무 짠해서 짐짓 외면하고 싶던 사태의 전말...


그 소식 이후, 돌이켜 다시 별을 본다.

장차 별일 것이므로 그는 이미 별이었다. 진고개에서 올려다보던 그 하늘의 별들,

어쩌면 그 별들, 캄캄한 하늘벽에 박힌 무수한 숨구멍들이었을까, 그토록 수많은 틈들이었을까.  

텅 빈 자리가 되어 비로소 존재하기 시작하는 것들을 생각한다. 사라지고 나서야 비로소 그 이전의 존재를 다시 쓰는, 그런 역사를 생각한다.  

예감이나 징조는 늘 있으니 저 어긋남 또한 미리 마련된 운명 같은 것. 

처음인 양 떠오르던 동해의 금빛 해를 생각한다. 돌이켜 미리 보았던 그 하루처럼

세상은 그렇게 시작한다. 돌아보면 늘 필연이거나 운명인 것으로...   


노인봉에서 돌아보는 대간릉, 가운데 둥두렷한 게 두로봉쯤이겠고, 

그 왼쪽으로 만월지맥 분기봉과 상왕 비로 이어지는 오대능선 뒷줄기, 상왕은 보이나 비로는 겨우 보이지 않는다. 

멀리 이어지는 오른쪽 대간릉 끝에는 설악이 장하다.


일출 기다리며 먼산 바라보는 이 시간,

내지르기 위주의 대간팀에선 거의 누리기 힘든 예외적이고 사치스런 여유로움이다.

당연히 그 씁쓸한 댓가는 따르기 마련이지만.


설악쪽 당겨보다.

응복과 겹쳐지는 점봉 좌우로 가리봉과 귀청이 눈길을 끌고, 응복 서쪽으로 신배령 거쳐 두로봉 이어지는 대간릉.

대청봉과 관모릉 앞으로는 조봉 능선일 듯.




백마능선 너머로 만월지맥 철갑령이 우람하다.

일출 앞두고 동해가 물들어 오지만, 능선을 살리다 보니 붉은 광채는 묽어졌다.




진행방향 황병산쪽 돌아보다


황병 오른쪽 멀리 발왕산이...


작년 겨울 새벽, 동대 거쳐 두로봉 오르며 돌아본 황병산 불빛이 떠오른다.

햇살아래 적나라하게 드러난 산정의 군사시설물은 그저 흉물스럽지만, 푸른 새벽 공기 가르며 건너오는 점점 불빛 이미지는 따스하고 아름답다.

자연의 배반과 파괴로 구축된 문명의 본질을 잊고 마치 자연적 아름다움의 일부인 양 느껴지기도 한다.




해뜨기 몇 분 전.

기다리는 일행 중 일부는 팀에서 너무 뒤처질까봐 조바심을 내기도 하지만,

어쩌면 그 조바심이 기다림의 긴장과 묘미를 증폭시키는 듯.




조금 더 밝아진 시야로 백마릉 다시 담아본다.  


설악쪽도...


해 뜨기 직전, 점점 밝아지면서 시시각각 달라지는 대기의 빛깔을 보고 있노라면 누구나 충만하고 황홀한 쾌감을 느낄 터이지만

무잡이로 똑딱이는 내 솜씨로는 그 느낌을 일말이라도 담아낼 재간이 없다.    




수평이 아니라 두터운 해무 위로 해가 뜨는 듯.  





동그랗고 선명한 해는 솜씨 부족으로 예쁘게 담아내질 못한다.


일출 직후 황병산빛


불빛이 꺼졌는지 아침 햇살 속에서 흐려졌는지...?


발왕산쪽,

오른쪽 멀리 보이는 건 가리왕이지 싶은데 확신은 없다. 


햇살 번져든 모습 후딱 다시 담아본다.




노인봉 내려서며 건너보는 황병산릉


도중 조망바위에서 동대산릉 돌아보다



오른쪽 노인봉


아침햇살 예각으로 쏟아져드는 숲, 영문 모르게 엄습하는 충만감...

이런 햇살 느끼는 즐거움이 무박산행의 참맛.


원래 저 색깔일까? 무척 맑고 청초하다.


좀 천천히 가자구~

이러나 저러나 어치피 꼴찐데 멀 그리 서두르시나?

이런 아름다운 숲에서 주마간산 달리는 건 거의 죄악이라고!


깊고 너르고 울창한 숲 시야 가득 펼쳐지는 안개자니골 갈림길 지나

부드럽게 휘어지는 길따라 슬쩍 치올리는데, 앞선 일행들이 저만치서 기다리고 있다. 

반갑잖은 소식. 비록 오래 전이지만 소황병 몇 차례 왔어도 단속 걱정 안했는데...쩝~

소황병 둥근 언덕 굴러가는 싱그럽던 바람의 기억 떠올리며,

아쉬운 입맛 다시며 초원의 초소를 우회한다.


다시 초원에 들어서서 돌아보다




동남쪽 멀리 신기루처럼 떠 있는 바람 언덕 우에 풍차들






오늘 구간 유일의 샘터.

두 차례나 지났어도 다 겨울이었으니, 이런 건 오늘 첨 본다.


숲구간 끝나고 초지 옆길 따라 가며










바람도 별로 들지 않는 무지막지 땡볕길이다.


돌아보는 황병과 소황병.

바람 좋은 저 소황병 초원에서 넉넉히 활보할 수 없었던 게 못내 아쉽다.


훼손될대로 훼손되어 현재 생태적으로 무슨 가치가 있는지 의심스러운 목장지대와 군사시설 지역을 왜 국립공원으로 묶어놓고 단속하는지 궁금하다.

필시 뒷산길로 등산객 몰려오는 게 반갑잖은 목장측과, 나와바리나 권한의 축소가 달갑잖은 국립공원의 짬짜미를 의심치 않을 수 없는데,

우리 세금으로 먹여살리는 국공 넘들이 사유 목장의 목동 노릇 해주는 해괴한 경우 아닌지... 싶다.    

국가의 납득 안되는 보호구역 지정과 묻지마식 단속행위와, 초소 앞으로 우르르 들이댄 선두팀의 어설픈 행각과, 예전에 단속당한 적 있으면서 그걸 미리 알리지도 않고 별다른 대비도 없었던 산악회의 안일한 태도까지 모두 못마땅해진다. 

             


천마능선 갈림지점인 1118봉 오르며 건너보다


왼쪽이 매봉


1118봉에서.

바람에 비스듬히 누운 나무들이 인상적이다.


다시 햇살 속으로.

그래도 바람이 있어 아주 싫진 않다.








매봉 오르며 돌아보다



소황병부터 지나온 능선이 얼추 한눈에 든다.



매봉 카메라 피해 임도로 잠시 우회


천마능선 너머로 만월지맥 철갑령 능선이 단연 두드러지는데, 맨 오른쪽 희끗한 바위 오른쪽이 삼형제봉이란 곳.

 



햇살 따가워도 눈은 시원하다.

설악까지 한눈에 드니 꽤나 호사시런 조망이지만, 노인봉에서 보던 것과는 각이 달라져 좀 헷깔린다.

가장 왼쪽이 두로봉, 오른쪽으로 대간줄기 따라가다 다시 둥두렷한 응복산, 그리고 조봉 능선, 먼 설악...

오른쪽 위세좋은 줄기는 만월지맥, 가장 높은 곳이 철갑령 쯤일 테고 오른쪽 끄터머리 바위 오른쪽이 삼형제봉 쯤. 

가까이 시퍼렇게 구비치는 줄기는 천마능선. 백마릉과 함께 아직 미답이라 오래 궁금한 곳.






이제 노인봉도 시야에 들고...


싱그러운 초원.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런 곳이 왜 혈세 들여 생태계를 관리하고 보호하는 국립공원인지 납득이 되질 않는다.

오늘 코스 중 지금 오르는 매봉까지가 오대산 국립공원구역에 해당되는데, 까막눈인 내가 보기엔

황병산과 소황병산 거쳐 매봉까지 이어지는 능선의 남쪽 목장지대는 공원구역에서 제외해야 마땅하다.

그게 아니라면 정말이지 국공이 사유 목장의 목동 노릇한다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고, 무언가 구린 유착의 의심도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매봉 가는 숲길에서






매봉에서








흐린 동해




매봉 내려가는 길에서


본격 초원 들어서다.

바람은 시원하고 햇살은 따갑다.



쉬익~쉬익~ 풍차 돌아가는 소리,

겨울엔 다소 위협적으로 들리던 그 소리지만, 지금은 저게 저 큰 풍차 돌려내는 큰바람 소리려니~ 애써 공명하려 심법을 써 보는데...



늘 햇살과 함께이니

필시 햇빛을 좋아하는 꽃

 



한겨울 적설기처럼 임도 따르지 않고 초원을 걸으니 좀 덜 뜨겁긴 하다, 마는...  






목장 임도에서 보던 것과는 또다른 윤곽, 바람도 굴러오를 둥근 바람 언덕들... 










풍차 뒤로 멀리 발왕산

 



















곤신봉에서 보는

남쪽 멀리 석병산쪽 능선이 겹겹...


가운데에서 약간 오른쪽 봉우리가 석병산인 듯하고,

그 왼쪽으로 골을 이루며 흘러내리는 능선이 두리봉 만덕봉 칠성대 거쳐 강릉시 향해 이어지는 줄기일 듯.


이제 저 선자령만 치올리면 대관령까진 일사천리길.

그러나 그건 겨울 얘기고...

오늘은 고도보다 땡볕이 더 힘들다.


으흐~~ 뜨거라~!

곤신봉에서 선자령까지가 오늘 코스 중 최난코스인 듯. 곳곳 바람마저 숨죽이는데 직사 햇살의 위력은 가히 살인적이다.  


목장임도 흙길보다 초원이 그나마 덜 뜨겁다.


올해 첨 본다. 술패랭이?



선자령 오르며 돌아보다


선자령에서 보는 진행방향.

담구간 능경봉 고루포기산이 와 저래 높아보이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