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설악원골~전람회길 180603
코스 : 설악동 매표소(04:20) ~ 설악골 들머리(05:10) ~ 설악우골 갈림(06:10) ~ 설악원골 ~ 주등로(08:22) ~ 독수리바위 ~ 사천왕(09:30) ~ 형제폭 ~ 전람회길 ~ 토막골 날머리(12:05) ~ 출발지점(12:50)
길지 않은 코스, 무박산행 하루거리론 좀 미진한 듯 다녀온다.
설악골은 물 별로 없어 진행 수월하지만 그만큼 볼품 덜하다, 해야겠다. 폭포랄 게 없으니 그냥 미끈 암반 암벽과 협곡.
허나 골 오르며 돌아보는 천화대 암릉 그림은 숨막힐 듯 아름답다. 단풍 맑은 날 호젓하게 다시 함 올라보고 싶을만큼.
전람회길은 이름 그대로, 산행이라기보담 크지 않은 전시회 한 폭 둘러보는 느낌. 싯누런 화강암괴 박진하게 마주보는 느낌 각별하고, 설악골로 쇄도하는 뭇 칼날암릉과 지계곡들 훤히 들여다보는 눈맛 일품이다. 그러나 그게 전부다.
능선 너머 이어지는 설악의 경계가 느껴지지 않으니, 설악이 고작 요만했던가 싶은 착각에 갇혀버린 풍경.
어디서 보든 이제 전혀 새롭긴 힘든 설악, 쾌청의 쨍한 시야가 낯설지 않은 속살을 가감없이 드러내 주니
비주얼만 장하고 이미지는 증발해버린 영화라도 보는 듯...
바우산 설악 돌아보며 '박진'의 감각과 감흥에 대해, 소요와 소란의 틈 혹은 거리에 대해 곰곰 되씹어보게 되는 시간.
머잖아 동트는 시각,
쾌청 하늘엔 흐뭇이 쏟아지는 달빛, 랜턴 켜지 않고 포장길따라 설악동 걸어오른다.
소공원쯤이었을까, 한줄기 후끈한 열풍이 온몸 끈적히 핥으며 스쳐간다.
이거... 오늘 땀께나 뽑는 거 아닌강~~?
새벽하늘 등지고 불철주야 앉아계시는 대불,
혹은 괴불을 지나...
눈부시도록 하얀 사월 스무날 새벽달,
재미삼아 당겨본다.
비선대,
인증욕구는 예나 지금이나 인지상정, 아니 거의 본능인가~ㅎㅎㅎ
설악골 들며
근래 바짝 덥고 건조했던 터라 수량이 별로 없다.
골 오르긴 수월하겠지만 폭포 볼품도 없을 듯.
암반 계류가 멋스럽다.
내려서볼까 하다가... 기운 빼기 싫어 그냥 길따라 간다.
꽃피는 유월,
함박꽃이 한창이다.
골짜기 우로 암봉이 보인다.
공룡릉 큰새봉과 나한봉쯤 되려나?
등이 환해지는 느낌이 들어 돌아본다.
유월 신록 흥건히 적시며 아침 햇살이 부서지고 있다.
소폭포.
두줄기 실폭이라 나름 앙증맞은데 수량 많아도 보기 좋겠다.
금마타리라던가?
많이 보인다.
폭포 우회해 내려서니 이런 장관이...!
골짜기 오르며 돌아보는 암릉 암봉의 눈맛은 각별하다.
우뚝 솟아 활짝 열린 조망처에서 보는 게 한결 눈은 시원하지만
곡백운곡에서 보는 아슬한 용아릉처럼, 살짝 아쉬운 듯 저런 시야각의 운치는 흔치않은 별격의 눈맛이다.
왕관봉이랬던가?
범봉
와폭
바짝 마른 바위 딛고 오른쪽으로 오르기가 수월해 뵌다.
왕관과 너머..
희야와 범봉
범봉
아직 수수꽃다리가 많이 보인다.
끝물인지 향은 별로 나질 않는다.
와폭 지나면 골은 협곡으로 변한다
화채가 배후로 들다
공룡 1275도 데뷔
1275와 왼쪽 노인봉
이제 골 벗어나 오른쪽 사면으로 붙어 오른다.
독수리바위 아랫쪽 암릉 자락따라 오르는 셈.
다시 돌아본 돌아본 1275와 노인봉.
1275봉은 보는 방향에 따라 모습이 많이 다르지만, 어느 쪽이든 공룡의 대표봉우리답게 멋스럽고 위세당당하다.
나한이나 큰새봉이 고도는 더 높지만 1275의 위엄있는 자태에 비할 바 아니다.
희야와 범봉
범봉
'가장 근본적인 인간적 열정의 원인은 사물'이라 했다. 인간의 열정은 끝내 물신을 찾는다.
그 말을 다시 풀어본다. 모든 열정은, 모든 사랑은, 혹은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환상이 향하는 곳은 충족될 수 없는 어떤 근원적 결핍의 장소이며
그 근원적 결핍 속에서 물物 자체의 얼굴을 만나려는 욕망이라고.
그 대상이 사람 혹은 무형의 가치 등등이라고 해도 사태는 달라지지 않는다. 사람에 대한 열정 역시 관계에 대한 열정으로 물화하면서 극단적으로 고양되며,
맹목과 광신으로 치닫는 종교는 말할 바 없고 이념이나 가치지향 또한 비슷한 과정을 겪는다. 우리 모두는 근본적으로 물신숭배자다.
설악 범봉이나 1275봉에서 산꾼들의 물신을 본다. 형체없는 헛것에서 기어이 물物을 보는데, 곧장 물物로 육박하는 바위질 산질은 두말해 무엇하랴.
산을 신앙의 대상으로 삼는 이들은 흔하거니와, 누군가들은 지리산을 어머니산이라 부른다. 바로 그 어머니야말로 모든 인간이 최초로 상실한 무엇, 그래서 원초적이며 궁극적인 결핍의 자리이며 텅빈 사물의 영원한 가면 혹은 이름이 아니던가.
1275 오른쪽으로 큰새봉도 드러난다.
입체감 없는 수직의 회색 베일 혹은 하늘벽같은 공룡이 신비롭다.
그것은 중독을 부르는 유혹과 호명의 기표다.
마등령쪽 주등로 향해 오르며 돌아보다.
드디어 나한봉까지...
1275 너머엔 중대청 잇는 미끈한 원호가 걸린다.
무슨.. 조팝?
설악원골을 다시 둘로 나누며 마등봉에서 흘러내리는 암릉
금강문이 저 어디에 있다.
방갑다, 일주일만에 또 보네~
출사 나온 분위기
주등로 옆 독수리바위전망대 오르니
세존봉 너머 달마와 속초 바다가 한눈에 든다.
오른쪽 아래로 형제폭 상단 움푹한 지점도 보인다.
독수리바위 조망대에선 토막골과 설악골 나누는 줄기가 발아래서 휘어지며 뻗어가는 모습이 꽤 멋스럽게 든다.
설악골쪽으로는 가파른 벼랑인데 토막골쪽은 비교적 완만하다.
형제폭포 지나며 능선은 전람회길 암릉이 된다.
1275와 대청이 겹쳐진다.
마등봉 방향
저걸 독수리바위라 부르는데
어찌보니 대머리독수리 머리통 같기도 하다.
당겨본 노인봉쪽. 범봉 일대와 더불어 천화대를 이루는 첨탑들의 향연...
공룡을 수차례 밟았어도 노인봉은 아직 미답이다. 늘 주등로따라 우회했던 탓이다.
올해 설악산행 목표 중에 저기도 포함시켜야 할듯.
다시, 희야와 범봉
산에서 산경보다 사람들 모습이 더 재미있을 때도 있다.
다시, 세존봉
독수리바위 조망대 내려와 돌아보다
길옆 조망바위에서 돌아본 세존봉,
맞나? 키가 줄어 보인다.
나한봉과 독수리바위 조망대
둔중해진 1275. 그러나
위세는 여전하다. 첨봉이 꺽이며 공룡 등뼈로 불거진다.
노인봉 우로 중대청 원호의 하늘금이 얹힌다.
공룡을 거쳐 마등령 지나와 여기쯤서 돌아보는 것과 설악골로 올라 여기서 돌아보는 설악은 사뭇 느낌이 다르다.
구매경로에 따라 상품성이 주관적으로 다르게 느껴지듯, 산행경로에 따라 설악의 사물 이미지 또한 달리 소비되고 향유된다.
기억컨데, 여기쯤서의 설악이 잠시 후 전람회길에서 보는 것보다 나았던 느낌인데
그 이유는 설악골의 여운이 아직 채 가시지 않았기 데다 전람회길의 기대치가 남아있는 상황이라서가 아닐까 싶다.
토막골 형제폭포 상단과 그 오른쪽 길지 않은 전람회길.
당겨본다.
언뜻 보아도 코스 길지 않는 전람회길 암릉
날씨가 워낙 청명하니 남쪽임에도 불구 속살이 훤하다
나한봉을 배경으로
독수리바위 조망대와 좀 전에 갔던 조망대가 겹쳐 보인다. 일행 보여 당겨본다.
큰새 나한 그리고 세존
동쪽에선 그럭저럭 오를 만해 보인다.
좀 살벌하겠지만...
사천왕 바위
토막봉 암릉 밑둥따라 내려선다.
가파른 사면길 무심코 따라가다 보니... 첫 조망대를 지나치고 있다.
되돌아서 몇 걸음 옮기다 그만둔다. 덥다.
담 조망처는 놓치지 않고 오른다.
암릉에서 돌아본 토막봉과 세존봉
형제봉 유선대 장군봉.
너머 달마도...
대청을 가린 범봉이 엄청 날카로워졌다.
1275는 더 무뎌지고...
화채
당겨본 권금성 안부에 사람들이 오글오글...
흑범 염라 석주....
나와는 인연없을 날카로운 바윗길들, 목숨값에 결박되어 허공을 떠도는 이름들...
되돌아서지 않고 바로 내려설 수 있으려나?
유심히 살피시는데...
안되지 싶은디요? 쩝...
형제폭 상단에서
방금 전 능선에서 볼 때보다
한결 우뚝해진 형제봉 유선대 장군봉쪽
당겨본 달마
당겨본 금강굴
바위꽃 놀이하러 가다.
칼날들...
이름도 살벌한 흑범 염라.
뒤돌아보는 토막봉과 세존봉
토막봉.
아마 토막골에서 그냥 줏어다 붙인 이름이겠지만
꽤 그럴싸하다.
마등봉 세존봉으로 이어지는 줄기가 사천왕쪽부터 암릉이 되어 흘러내리며 큰 봉우리를 이루지 못함에도
여기 아랫쪽에서 보면 사뭇 강렬한 기세로 치솟은 암봉처럼 보인다.
그러나 형제폭 물길에 의해 단박 끊겨버리는 토막난 줄기, 이름 그대로인데
전람회길 암릉이 지맥상으로는 토막골 설악골 나누는 분수령이지만
지질상으로는 토막봉과도 한통속인 듯 여겨진다.
우리가 그렇게 길 이어 걸어왔으니 더욱 그런 느낌이랄까.
언제 저기까지 날아가셨남?
하산릉쪽.
우리 일행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능선은 바람이 세차 전혀 덥지 않고
걸음이 조금 조심스럽다.
다채롭다.
줌질이 재밌네...ㅎㅎㅎ
바위에 꽃 피다.
잠시 후 하산길에 만나게 될 저 팀도
왼갖 폼 다 잡으며 여유만만.
세존봉에서 완만히 내려오다가 급격히 구비치며 치솟는 (듯한) 토막봉
폭포상단에 누군가...
역시 우리 일행 아닌듯.
장군봉 너머 속초
금강굴 함 더 당겨보고...
총총 전람회길 벗어나다.
능선 벗어나니 바람 사라지고 후텁해진다. 물없는 형제폭을 다녀올까말까 망설이다가...
형제폭
수량 워낙 없으니...ㅉㅉㅉ
하산길에 올려다본 적벽엔 암벽꾼들이 주렁주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