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여행/지리 설악 제주

한라산 족드레~큰드레~장구목이~어리목 171115

숲길로 2017. 11. 18. 14:49



코스 : 노형동 베트남 참전 위령탑(08:46) - 족드레(10:46) - 큰드레 입구(12:11 점심) - 장구목오름(13:44) - 윗세오름 대피소 - 어리목 주차장(16:00)


첨엔, 궁금하기도 하고 약간 시큰둥하기도 했다.

민대가리쪽으로 가볼까 한다는, 며칠 전 들은 얘기가 가장 솔깃했고, 잎진 두레왓 능선의 울창숲 모습도 궁금했다. 지난 번에 지나쳤던 족두레왓 찾아간다는 대목은 큰 유혹이 아니었고, 첫인상 워낙 강렬했던 저 능선을  너무 일찍 다시 가는 건 아닐까 싶기도 했다.

돌아보면, 여러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11월의 저 능선은 여전히 아름다웠고 발품의 실익도 있었다. 족은두레왓에서 큰두레왓 오르는 길을 확인했고, 지난번 알바했던 구간과 연계된 길정보도 업그레이드되었다. 궁금했던 윗세오름 북쪽 바위 군락을 뜻밖의 방식으로 다가가 보기도 했다. 

한편 민대가리는 더욱 멀어지고 애틋해졌다. 그리움 쌓이면 길이 된다던가, 훗날 산빛 고운 시절 다른 코스와 엮어볼 기회 있을려나...




일출을 볼수 있을까 하여 동쪽 창가에 앉았는데...

 

밝아 오는 동녘이 볼만하긴 한데....


바다 상공으로 접어들자 비행기는 서남쪽으로 크게 방향을 바꾼다.

일출방향과는 각이 어긋난다.

게다가 구름이 많아 산뜻한 일출이 되지도 않을 듯. 


제주 상공에서 착륙하려 선회하며 잠깐 각도가 나온다.

성산포 위로 저만치 해가 솟아 있다.

구름 속 해보다 우도와 말산메 일출봉 윤곽이 오히려 눈길을 끈다.

 

한라산이 보인다.

'구름 많음'이라던 예보와 달리 선명한 스카이라인이다.

좋은 산행이 될 듯한 예감.


석굴암 가는 길은 아직 노란 늦단풍이 남아있다.












두레왓 능선 가는 길 접어들었다.

지난 봄 울창한 이 활엽숲 걸으며 감탄 또 감탄했었다. 잎진 모습 궁금했는데 그게 오늘이다.  




족은두레왓 빤히 보이는 곳에서




이 너르고 장한 숲을 맘껏 눈에 담고싶어 뒤처져서 간다


골따라 슬슬 오른다


다들 묵묵하다.

지난 봄엔 짐승 울음소리 요란했는데 그마저 없다.


낯이 익다


잎진 한라의 활엽숲






경사가 조금 가팔라진다


드디어 미끈한 솔들이 군락 이룬 작은두레왓 영역에 들어섰다.


다행히 한라의 조릿대는 키가 크지 않다





직진하는 일행들을 등지고 오른쪽으로 나가본다.

Daum 지도에서 공터로 보이는 듯한 지점이 있었기에 찾아본다.


과연!

울창한 조릿대숲 아래 산담이 둘러쳐진 묵묘터가 있다.

억새 자란 곳이 두 군데 다 묘지.

기대와 달리 조망 트이는 정도의 면적은 아니다.

 

이건 마치...

바위에 걸터앉아 영양을 섭취하는 게걸스런 모습이 좀 징그러울 정도.

 

자연의 생태가 참 적나라하도록 자연스러운 한라산...


외경심마저 느끼게 하는 솔숲능선을 따라 큰두레왓으로 향한다





저 아래가 어리목 좌우골 나뉘는 지점쯤일까?

민대가리 오름 능선에 의해 나뉘는 어리목골은 우골은 광령천, 좌골은 와이계곡이나 무수천으로도 불리는 듯.


숲 사이로 보이는 오름이 있어 당겨본다.

크고 작은 노꼬메 오름들이다. 역시 가보고 싶은 곳 중 하나.


족은두레왓 벼랑의 감탄스런 솔들.

가까이 가서 한 번 안아주고도 싶지만, 다들 바삐 가기도 하거니와 벼랑이 무서워 엄두나질 않는다.


오늘 코스의 아름다움과 즐거움을 만끽하고 계시는 듯한 일행분.


당겨본 장구목이

그런데... 왼쪽 비탈에 무슨 시설물 같은게 보인다.


사진을 잘라 좀 선명하게 만들어보니

과연 왼쪽 조릿대 능선 사면에 목책같은 게 보인다. 무얼까?

예전에 저 능선 오르면서 전혀 보지 못한 것이다.

아 사진 확인하고서 급궁금해진다. 장구목이 능선에서 꼭 확인해보아야 할 새로운 숙제가 생겼다.  


어쨌건...

장엄 솔숲은 계속 이어진다.

 



저 비탈까지 나가보면 계곡이 훤히 들여다보이겠지만

오늘은 그럴 여유가 없다.



골짜기 시야 훤히 트이며 왼쪽으로 큰두레왓 벼랑과 장구목이와 정상부 일부까지 보인다.

시간상 역광임이 아쉬운데, 저 모습 보기엔 오후가 더 나을지 모르겠다.

  




여기부턴 낮익은 곳이다




작은두레왓과 어승생악이 나란히 돌아보이는 조릿대숲에서



꼭지 민둥한 저 어승생악을 아직 올라보지 못했다.


멀리 노꼬메 오름 왼쪽으로는 바리메 오름


민대가리오른 능선 너머로 봉긋한 건 사제비일까?

기울기를 달리하는 저 미끈한 곡선들이 참으로 감탄스러울 따름.




구상나무와 조릿대 어우러지는 큰두레왓 능선


드디어 멀리 민대가리도 보이고..


둘러보고 돌아보고 올려다보고...

그렇게 천천히 오른다.

 



오늘 맘에 두고 있는 곳인 미끈한 민대가리 능선이 점점 모습을 드러낸다.


미끈하게 빠지며 흘러내리는~~


다시 숲 속으로 든다.


바위와 침엽수가 주종이라 좀 조심스럽다.






드디어 큰두레왓.

다달 허기진 터라 황급히 식사 채비중.


천상에 펼쳐진 아름다운 식당


끊임없이 까악까악댄다.

번역해보면 니마 묵나, 니마 묵나?

니입마 입이가, 니입마 입이가?


자꾸 더 모여든다. 덩치는 뭐만한 넘들이...


당겨 담아보니 부리가 엄청 크다.

일행이 계란을 하나 주니, 저 부리로 통째 물고 날아간다. 


이제 삼각봉과 장구목이를 향하여...






오늘은 앞뒤로 모델 많아서 조오타~










북벽이 드리운 능선들


삼각봉 오르며 돌아본 큰두레왓






굽어보는 삼각봉 대피소와 탐라계곡


왕관봉 건너보며




탐라계곡 최상류와 북벽




삼각봉에서 돌아본 큰드레












더불어


까마구 더불어


홀로


















민대가리


거대한 몽골식 집채같은 큰드레


아무리 보아도 싫증나지 않는...


















장구목이에서

다들 넘 흥에겨워 방심했던 걸까, 카메라 빤히 지켜보는데 무단히 바위를 오른다.


......


카메라 있는 장구목이로 가지 말고 저기쯤서 그냥 민대가리 쪽으로 갔어야 했다.


이왕 예까지 온 거,

부악을 담아본다.

이거 담으며 보니 윗세오름쪽에서 누군가 급히 오고 있는 게 보이고...

그렇게 사단은 나고 말았는데...



각자도생 모드.


그나저나 저 바위,

윗세오름 대피소 부근 지날 때마다 가까이서 보는 모습이 궁금했었다. 


상황정리되지 않은 채 윗세오름대피소로..








늘 궁금하던 석상같은 저 바위들,

이런 식으로 가까이서 보게 되는 구나 ㅎㅎㅎ


덕분에 길 하나 새로 알게 되고...


궁금했던 바위군락을 다시금 돌아보며.. 


안개 밀려들며 한기마저 엄습한다.

미진한 산행, 춥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