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여행/지리 설악 제주

설악 단풍놀이 - 화채와 송암릉(1) 151008

숲길로 2015. 10. 10. 13:36



코스 : 설악동 소공원(03:20) - 비룡교  - 안락암(05:50) - 권금성 봉화대 - 칠성봉 - 화채봉(11:00) - 피골동릉 갈림(13:25) - 피골동릉 - 설악동 C지구 상가(15:50) 단풍놀이 모드로, 가장 여유롭게




시절이 빛과 함께 오니, 다섯 빛깔 세상 누비며 흐르는 화채 또한 오롯이 시절의 이름.

모든 꿈꾸는 자들은 길 위에 있어 마땅한 계절이니, 부유하는

빛을 삼키는 빛, 흰 그늘 혹은 하얀 어둠. 그 수평을 흔드는 힘으로 산은 솟고 길은 열린다. 

빛의 바다 등지고 빛의 숲으로 드는 빛줄기처럼 간다. 송암 화채 너머 돌아보는 무명암봉 또 그 너머...

이름이 고도만을 따르진 않으니, 허실의 경계 무너뜨리며 제 멋에 겨운 바람과 빛으로 지어올리는 

사상누각 혹은 공중에 뜬 사다리들. 짧은 해 하루밤낮을 천야일야인양

하늘 숲 다하여 파란만장 피와 불의 서사를 쌓아가는 이 계절 설악의 저 벼랑과 성채들. 


올 가을빛은 어디나 그리 곱지 않다 했는데, 지난 가리주걱의 미열인지 잔상인지

다시금 문득 설악단풍이 그립다.

무박산행 편승하여 여유롭게 한 코스 돌아본다.

단풍 타이밍과 붐비지 않는 기회를 노렸지만, 가장 좋은 날씨는 아니었다.

반쯤 기대 접은 덕분일까? 염려했던 구름은 닫아버린 원경을 대신하여 스스로 절묘하려 한다. 권금성 지난 오름길 내내 아쉽고 감질나던 것이 칠성봉 마루에선 발아래 산줄기를 밀고 당기는 파도의 역동이 된다.

북에서 남으로 오르는 화채의 단풍숲길은 역광에 한층 눈부시다. 알지 못해 궁금했으나, 모르는 만큼 기대 또한 없었던 송암릉은 산책로같은 최고의 하산길이다. 송암산으로 이어지는 능선후반부와 설악의 또다른 동릉 관모능선까지 궁금해진다.


안락암길은 첨이다. 독도 불가능한 밤길이라 gps 트랙까지 챙겼는데,

들면 겁날 게 없는 바로 그 gps가 화근이었다. 밤이었지만 안락암길은 트랙 필요없을만치 뚜렷하다. 도중에 확인하니 등로에서 벗어나 있다. 길은 여전히 뚜렷한데, 다만 좀 거친 능선으로 오르는 중이다. 권금성에서 일출 보기엔 너무 이르다 싶어, 일부러 땀 안날만치 천천히 걸었었다. 좋은 길로 쉬 가느니 충분히 시간 끌며 천천히 가 보자 싶어 그냥 밀고 나간다. 지금 어딨는지 알고 있으니 겁날 것도 없고, 갈만하니까 이토록 뺀질하게 다녔겠지 싶었다.

그런데 점점 길이 영 아니다. 개구녕을 지나더니 벼랑따라 줄곧 이어지는 듯하다. 지형도를 보니 앞으로 가야 할 구간은 더욱 가파를 성 싶다. 닳아 삐걱대는 무릎이 급기야 걱정 앞세우며 돌아가자 보채기 시작한다. 그제야 미련없이 돌아선다. 미련스럽게도, 주등로 벗어나 20분 이상은 진행하고 나서야.

어디 있든 내 위치를 알려주는 gps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자만이 초래한 고난이었다.



코박을 듯 가파른 계단길 끝에 자리잡은 안락암,

은은하게 등불 밝혀진 법당이 적요하다. 어슴푸레 박명 돋아오지만 산사는 아직 깊은 잠에 빠져 있다. 

걸음소리 죽이며 종종 권금성으로 향한다.


돌아보는 동녘이 붉게 물들어 오고,

그믐 앞둔 하현달은 중천에 떠 있다.


혼자 권금성 봉화대 오르며 돌아본다.

칠성과 노적 사이, 골골 잠겨있던 구름이 서서히 움직이고 있다.

텁텁하리만치 포근한 날씨, 원경 기대는 접는다. 모쪼록 저 구름, 칠성봉 오를 때까지 시야나마 막지 말았으면...


만물상 너머 건너본다.

역시 깨끗하지 않다.


그럭저럭 황철봉 너머 대간릉도 시야에 든다.




근래 내내 몸 무겁다던 짱은 봉화대 오르지 않고

먼저 진행하고 있다.


뒤돌아본 봉화대


권금성 성축에 앉아 잠시 요기 후...

집선봉을 우회한다. 조망 트인다 한들 안개 땜에 시야 난망이다.   


빛살없는 이른 아침이지만 단풍이 붉다.

 

올 설악 단풍, 가뭄에 곯아 대부분 잎이 마르면서 물들고 있다. 오래가지 못하고 일찍 질 거 같다.

그럼에도 지금이 딱 적당한 타이밍인 듯하다. 제법 예쁘고 보기 좋다.


찰랑찰랑~~








집선봉 지난 바위 조망대에 다시 퍼질러 앉는다.

저 봉우리 안개 걷히는 모습 보고 갈 요량으로...


안개는 쉬 걷히지 않는다.

바닥에 깔렸던 엷은 구름들만 위로 떠오르고 끝날 줄 알았는데, 동해 쪽에서 구름이 자꾸 밀려드는 모양새다.




얼핏, 뒤쪽의 칠성봉까지 윤곽 드러낸다


그만이라도 봤으니, 그냥 출발이다.

정면에 보이던 저 봉우리가 칠성으로 이어지는 능선이지만, 길은 동쪽 사면을 우회하며 소토왕골 상류를 넘어간다.


사면길 따르니 단풍은 더욱 볼만하다





소토왕골 등로와 합류한 능선에서 우회길로 가지 않고 바로 치올라본다.

권금성과 달마봉이 돌아보이는 그림은 아니지만, 출렁이는 구름도 밉진 않다.

 















숙자바위라던가?

저마다 한 인물이니 그렇기도 하겠지만, 칠성봉 일대는 왠 이름들이 그리 총총한지...






칠성과 화채






달마와 울산, 그리고 동해 수평은 예전 단풍시절 소토왕골로 내려서며 실컷 본 적 있으니

오늘은 저 구름을 더 좋아하기로 한다.  











참 어지간히도 똑딱거리네...ㅎㅎ












토왕골쪽도 운해 가득 밀려들고...




좌우 번갈아 굽어보며 똑딱인다






빛깔 참 고왔는데... 역광이라 단풍빛이 살아나지 않는다.




또다시 간식타임.
















화채봉으로 이어지는 능선도 단풍빛 한창이다.


칠성봉 지나면 조망은 끝, 이제부터 단풍놀이.


예전 화채봉에서 내려올땐 그다지 큰 감흥 없었는데,

오늘은 햇살 마주하며 남쪽으로 진행이니 한결 화려하게 느껴진다. 참나무들도 참 곱게 물이 들었다.






시설물 없는 화채의 능선, 산길 걷는 느낌 제대로다.

요즘 국립공원 주등로는 돌포장에 데크에 계단에... 온통 시설물로 도배질이니, 편함 찾는 이들은 걷기 수월타며 더 몰려들고, 

반대로 자연스러운 산길맛 원하는 이들은 자꾸만 시설물 없는 샛길이나 비지정 코스로 찾아들고...

소극적 최소주의 원칙을 포기한 자연환경 관리는 악순환 속에서 자연을 더욱 망가뜨릴 뿐.

짐작컨데, 이 정부가 허가해준 케이블카들 땜에 조만간 이 나라 산들 급속히 더 볼썽사나워질 거 같다.






모처럼 조망 트이는 곳에서 건너보다.


칠선골 너머 만경대쪽 당겨보지만...

지능선들 화려하게 수놓는 단풍을 담아낼 재주가 없다.






피골 서릉 어느 봉우리 건너보며






뒤돌아보다


눈 시원한 조망바위에서